[조광민의 게임 히스토리]1994년과 1997년 게임, 어디에 응답하시겠습니까?
최근 tvN을 통해 방영 중인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이 드라마는 1994년을 배경으로 당시의 사람들의 꿈과 사랑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드라마속에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
'응답하라 1994'에 앞서서는 전작인 '응답하라 1997'이 방영되며 당시의 아이돌 팬 문화를 그려내며 지금의 많은 성인들의 호응을 얻었다. 두 드라마는 당시에 존재했던 추억의 과자나 갖가지 소품들을 그시절 모습 그대로 등장시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과거의 대한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두 드라마 모두 많은 이들이에게 공감을 얻기 위해 주인공들의 꿈과 사랑 등의 소재가 중심이 되기 마련,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소품으로 종종 등장할 뿐 관련 내용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해당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과거의 추억에 잠겼을 게이머들을 위해 1994년과 1997년에 출시된 게임들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1994년과 1997년을 대표하는 게임들을 각 장르별로 함께 살펴 보고, 당시의 추억에 빠져들어 보도록 하자.
< RPG, 1994년 '어스토니시아스토리', '파이널판타지6' vs 1997년 '파이널판타지7', '디아블로'>
1994년에는 한국산 RPG에 한 획을 그은 '어스토니시아스토리'가 등장했다. 국내 최초의 RPG나, 최초의 상업용 RPG 등의 타이틀은 내줬을지 몰라도 국산 RPG 아니 국산 게임 중에서 이만큼 성공한 게임은 당시에 찾아볼 수 없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정확한 판매량은 확인할 수 없지만 당시의 관계자들은 10만장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만해도 국산 게임은 '그날이오면' 등의 슈팅 게임이 주류를 이뤘고, 국내에 비해 수준이 높았던 일본의 RPG도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혀 많은 게이머들이 플레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어스토니시아스토리'의 성공은 많은 게이머들의 눈을 RPG로 돌리게 하는데 성공했고, 이후 발매된 국산 RPG의 중흥기를 이끌어 냈다.
손노리하면 떠오르는 캐릭터인 'P맨' 또는 '패스맨'이라 불리는 캐릭터도 이 때 처음 등장했다. 당시 PC 게임의 경우 무분별한 불법 복제가 당연시 되던 시절이었다. 게임회사들은 복제를 막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마련했으며, '패스맨'도 이 같은 배경에서 탄생한 캐릭터다. '패스맨'은 게이머에게 패키지 내에 인쇄된 암호를 물어 게임의 정품 여부를 확인하는 캐릭터로 정품임이 확인되면 플레이가 계속 되도록 아니면 더이상 진행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에 불법 복제 이용자에게는 애증의 대상이었다.
국내가 한국산 일본식 RPG '어스토니시아스토리'의 대성공으로 떠들석한 가운데 일본에서도 대단한 게임이 하나 등장했다. 바로 '파이널판타지6'가 그 주인공으로 이 게임은 역대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중 최고를 꼽으라면 순위권이 보장된 작품이라고 볼 정도로 뛰어난 작품성을 자랑한다.
슈퍼패미컴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내 사용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 게임은 마도아머 세대 가 눈이 내리는 설원을 걸어가는 인트로 씬 하나만으로도 게이머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1997년에는 하드웨어 성능의 발전에 힘입어 3D 그래픽을 활용한 게임들이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아가기 시작했다. 1997년에는 전세계 시장에서도 큰 흥행을 이끈 RPG 두 작품이 등장하는데 바로 '파이널판타지7과 '디아블로'가 그 주인공이다
1997년 1월에 출시된 '파이널판타지7'는 기존의 시리즈의 2D 그래픽을 탈피, 최고 수준의 3D 그래픽으로 무장해 게이머들 앞에 선보여졌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의 뛰어난 성능을 바탕으로 화려한 동영상과 폴리곤 기반의 그래픽은 그것만으로도 게이머들을 '파이널판타지7'에 빠져들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며, 여기에 여주인공의 사망이라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매력적인 스토리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존 시리즈에 비해 대격변을 거친 작품으로 '파이널판타지' 올드팬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역대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중 최고라 해도 손색 없다.
이게임은 일본에서만 300만장 이상, 전세계적으로 약 1,000만장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으며, 국내에도 인터네셔널판을 PC버전으로 정식 발매해 국내에 정식으로 선보여진 최초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됐다.
일본의 '파이널판타지'가 비디오게임시장을 평정한 RPG라면 당시 PC로는 악마의 게임 '디아블로'가 인기를 끌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1996년 출시한 '디아블로'는 게임 내 잔혹한 장면을 삭제하는 등의 수정 과정을 거쳐 국내에는 출시인 12월 31일보다 조금 늦은 1997년에 정식으로 소개됐다. '디아블로'의 출시는 PC RPG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순간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는 폭 넓은 사랑을 받지 못 했지만 당시에는 생소한 개념인 온라인에서 함께 게임을 즐긴다는 '배틀넷'이라는 시스템을 확립하고, '핵앤슬래시'라는 개념을 게이머들에게 알린 선구자와 같은 역할을 했다.
< 대전액션 1994년 '킹오브파이터즈94' vs 1997년 '철권3' >
1994년에는 대전 액션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게임이 처음 등장했다. 바로 '킹오브파이터즈94'가 그 주인공이다.
이 게임은 '아랑전설'의 테리와 '용호의권'의 '료'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게이머들의 상상을 게임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는데 도움을 줬다. 일종의 팬 서비스라는 느낌으로 등장한 게임이었지만 의외의 성공을 거두며 매년 시리즈가 출시되기에 이른다.
'킹오브파이터즈94'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바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수가 다른 격투 개임에 비해 배는 많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1:1로 대결을 펼치는 기존의 게임과 달리 3:3 서든데스 방식이 도입돼 게이머는 한번에 3개의 캐릭터를 경험할 수 있어 많은 인기를 끌을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오락실의 한자리는 '킹오브파이터즈94'가 차지하기 마련이었다.
1997년에는 3D 대전 액션 게임을 대표하는 게임 중 하나인 '철권3'가 선보여졌다. '철권'은 시리즈를 거치며 다양한 캐릭터와 시스템이 추가됐고. '철권2'의 백두산에 이어 3에서도 한국인 캐릭터인 '화랑'이 등장해 한국의 게이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으로도 이식되기도 했으며, 플레이스테이션 판만의 신 캐릭터인 곤(GON)이 추가되며 많은 게이머들에게 좋은 평을 얻어냈다.
< 전략 1994년 '워크래프트' vs 1997년 '에이지오브엠파이어'>
1994년을 대표하는 전략 게임으로는 '워크래프트'를 꼽을 수 있다. 이 게임은 향후 시리즈는 물론 온라인 등으로 이어지는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확립하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게임 자체도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당시에는 그래픽과 사운드 등도 훌륭한 편이었으며, 모뎀 플레이나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획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했다. 1994년 '워크래프트'를 선보인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2'로 한단계 도약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1998년에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스타크래프트'를 선보이는데 이른다.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되기 이전인 1997년 후반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스튜디오에서 출시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가 많은 인기를 끌었다. 당시로서는 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세밀한 그래픽과 네트워크 플레이 등 뛰어난 시스템을 자랑했다. 이 게임은 1997년 10월 첫 타이틀이 출시된 이후 다양한 후속작이 출시되며 전세계에서 2,00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린 스테디셀러 게임이기도 하다.
< FPS '둠2' vs '퀘이크2'>
1994년과 1997년을 대표하는 FPS 게임으로는 id소프트웨어의 '둠2'와 '퀘이크2'를 꼽을 수 있다. '울펜슈타인3D'를 선보이며 3D FPS라는 틀을 마련한 id소프트웨어는 '둠'을 선보이며 FPS는 '둠'같은 게임이라는 이미지를 게이머들에게 각인 시켰다.
'둠2'는 도스용 게임으로 선보여졌으며 전작인 '둠'의 스토리를 이어 받아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와 데이모스에서 악마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지구로 돌아온 주인공이 지구에서 마저도 악마들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이 게임은 당시에는 키보드로만 조작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모두 사용하는 현대 FPS 형태로 즐길 수 있는 버전도 존재하며, 높은 게임성에 기반해 리눅스나, 휴대용 기기 등 다양한 기기로 이식되기도 했다.
1997년에는 PC 하드웨어의 발전과 함께 3D 카드가 속속 등장했던 시기다. 이에 따라 PC용 FPS도 발전을 거듭했으며 1997년말에 선보여진 선보여진 '퀘이크2'는 게이머들에게 충격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기존의 투박한 2D 픽셀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었으며, 게이머들은 실제 사람이 바라보는 시야와 유사한 3D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퀘이크2'는 연말에 출시된 게임인만큼 1997년 보다는 1998년에 들어서야 많은 인기를 끌었고,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64 등으로 이식되며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도 '퀘이크'2의 재미를 전했다.
< 온라인 단군의땅 vs 울티마온라인>
1990년대는 온라인게임의 태동기이기도하다. 해외에서는 인터넷에 기반한 온라인게임들이 속속 선보여졌으며, 1994년에는 국내에서도 마리텔레콤이 '단군의땅'이라는 머드(MUD) 게임을 출시했다.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즐길 수 있었던 이 게임은 기존의 TRPG와 유사한 모습을 보였으며, 게임의 마스터는 서버가 맡고 게이머 간 대화는 PC를 통해 입력하는 텍스트로 대신했다. 지금보면 텍스만 있는 게임라고 느낄 수 있는 수준이지만, 온라인 이라는 특성상 많은 게이머와 함께 즐길 수 있어 당시의 게이머들은 PC통신이나 텔넷을 통해 게임을 즐기기에 바빴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은 이후에 '바람의나라'라는 걸출한 작품이 탄생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했고, 해외에서도 이에 질세라 울티마의 아버지인 리차드 개리엇이 '울티마온라인'을 1997년에 선보인다.
'울티마온라인'은 MMOPRG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게임으로 캐릭터의 레벨이 없는 매우 높은 자유도에 기반해 실제 생활과 유사한 가상 세계를 게이머들에게 선보였다. 국내의 게이머들도 정식으로 한글 채팅 등이 지원되기 이전부터 irc 등을 이용해 따로 한글로 채팅을 주고 받으며 즐겼을 정도로 게이머들사이에 높은 인기를 누렸다.
< 마치며 1994년과 1997년>
이외에도 1994년과 1997에는 게임 역사를 통틀어봐도 굵직 굵직한 게임들이 다수 존재했다. 대표적인 레이싱 게임인 '니드포 스피드'의 첫 시리즈도 1994년에 등장했으며, 모바일로도 이식되며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한 '어스웜짐', 곧 차기작이 출시될 '킬러인스팅트' 등의 게임도 1994년에 처음 출시됐다.
1997년의 게임들도 만만치 않다. '니드포 스피드'가 PC용 레이싱 게임을 대표한다면 비디오 게임기용 레이싱 게임의 대표작인 '그란투스리모'의 첫 작품도 1997년에 처음 등장했으며, '마리오카트64'도 같은 해에 선보여졌다. 이제는 설명이 필요 없는 게임인 'GTA'의 첫 작품도 1997년 작품이다.
1994년과 1997년의 코드를 모두 관통하는 게임도 있다. '영웅전설'의 가가브 시리즈의 첫 작품인 '영웅전설3'가 그 주인공으로 이 게임은 1994년 처음 선보여졌으나 국내에서는 1997년에 들어서야 정식으로 선보여졌다.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린 1994년과 1997년의 게임이지만 개중에는 현재도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 게임도 존재하며, 모바일 기기로의 이식도 앞두고 있는 작품도 많다. 당시의 게임에 추억을 가진 게이머라면 현재 리메이크된 작품이나 낡은 서랍속 추억을 꺼내 플레이 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