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를 찌르는 탈의 액션. 아키바스트립2
아키하바라는 실제로 일본에 존재하는 지역이자 일명 오타쿠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국내의 용산 전자상가처럼 전자제품이나 컴퓨터 계열의 제품으로 팔면서 유명해지다가 취미 계열 상가 같은 곳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위에도 언급 했지만 오타쿠들의 성지라고 불리게 됐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인 AKIBA`S TRIP 2(이하 아키바2)는 이 아키하바라를 무대로 벌어지는 게임이다. 사실 2 라는 번호에서도 알 수 있듯이 PSP로 1편이 출시됐었지만 국내에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고, 또 해보지도 못한 만큼 일단 전작에 대해서는 배제한 채로 게임을 설명하기로 한다.
아키바 2의 배경은 일본의 실제 도시인 아키하바라다. 다만, 실제 아키하바라에 인간으로 변장한 괴물 같은 것은 없으니 실제로는 아키하바라를 베이스로 한 가상의 아키하바라가 무대라고 해야 될 듯 하다.
게임 자체는 액션과 RPG 속성을 가미한 어드벤처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미션을 수행하게 되며, 중간에 스토리와 관계는 없지만 재미를 더하는 다양한 서브 미션들도 플레이 할 수 있다.
그리고 현대를 배경이기 때문인지 메뉴 인터페이스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처럼 구성되어있는 것도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중 재미 있는 것은 이벤트 CG를 메뉴 인터페이스 배경으로 쓸 수 있는데 이벤트 CG중에는 주인공이 공격 당하는 CG도 있어서 이걸 배경으로 놓으면 여러모로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키바 2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전투는 특정 액션을 무작위로 필드상의 캐릭터에게 사용하거나 말을 걸면 랜덤으로 전투가 발동되는 방식이다. 여기서 랜덤이라는 의미는 일단 액션을 사용하면 전투 태세에 들어가는 캐릭터도 있지만 깜짝 놀라면서 빠른 속도로 멀리 도망가는 캐릭터도 있기 때문에 랜덤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실제로는 게임 상 진짜 상대해야 할 적을 구분 할 수 있는 기능이 초반부에 추가되기 때문에 일단 진행해 보면 아무나 액션을 실행 시킬 필요 없이 구분 기능으로 확인 후 실행 시키면 된다. 물론 구분해서 액션을 실행해도 전투에 들어가지 않고 도망가는 캐릭터도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긴 하지만.
전투 방식은 아키바 2의 패키지에 써있는 바로는 스트립 액션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상대방의 옷을 벗기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 게임의 제목인 AKIBA`S TRIP도 붙여서 읽으면 아키바스트립. 애초에 제목 자체가 말장난에 가까운 명칭이면서 이 게임의 핵심 진행 방식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투 자체는 복잡한 커맨드 같은 것은 없는 단순 액션이다. 적에게 일정 대미지를 입히면 신체의 옷에 해당되는 부분이 빨갛게 빛나게 되고, 그 부위에 맞는 버튼을 오래 누르면 그 부분의 옷을 벗겨진다. 이런 식으로 적이 입고 있는 옷을 전부 벗겨내면 적이 불타오르거나 도주하게 되면서 승리하는 방식이다. 물론 플레이 캐릭터도 옷이 벗겨지는 것은 동일한지라 플레이 캐릭터의 옷이 전부 벗겨지면 주인공이 불타오르면서 게임오버. 즉, 벗기느냐 벗겨지느냐의 배틀이라 할 수 있겠다. 말만 들으면 이상하지만 게임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적들은 몸이 햇빛에 많이 노출되면 흡혈귀처럼 몸이 타올라 죽게 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어 스트립 배틀의 당위성을 부여해주고 있다.
일단 컨셉은 이렇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어서 연속으로 때리면 오르는 콤보나 연속으로 공격 성공시키기, 합체 공격 등 어지간한 기능은 다 갖추고 있는 것도 재미를 더 해주고 있다.
이 외에도 옷 벗기기를 성공하거나 상점에서 파는 스킬 능력치 상승 아이템을 사용하면 특정 계열 옷을 벗기는 스킬의 경험치가 상승하게 되고, 그 스킬에 대응되는 옷을 벗기기가 점점 쉬워진다. 물론 전투에 들어가면 좀 정신없이 싸우게 되는지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플레이 해도 무방하기는 하다.
또한, 타이밍에 맞춰 옷을 벗기는데 성공하고 주변에 다른 적이 있다면 버튼 액션으로 주변의 적의 옷을 연속적으로 벗길 수 있고 입력을 전부 성공하면 주인공이 히어로틱한 포즈를 잡으면서 주변 적이 기절하거나 쓰러지게 된다. 그리고 동료와 같이 진행하는 미션도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유니즌 스트립이라는 일종의 합체기가 생기면서 좌측 상단의 동료 아이콘에 게이지가 차는데, 게이지가 꽉 찼을 때 실행시키면 각 동료별로 고유 액션을 펼치면서 일격에 적의 옷을 전부 벗기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일단 가상이라고 해도 무대 자체는 현실과 같은 곳이기 때문에 몇몇 특정 지역 이외의 사람들이 많은 곳이나 경찰이 돌아다니는 곳에서 대놓고 전투를 벌이면 경찰이 나온다. 경찰은 강할 뿐만 아니라 잡히면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전투를 실행 시킬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기본적으로 옷이 잘 벗겨지지 않게 하고 상대방의 옷을 잘 벗겨지게 하려면 장비의 능력치가 중요한데 상점에서 구입하는 것은 자금상의 한계가 있어 강화가 필요하다. 강화 방법은 합성인데 복잡하게 이것저것 필요한 게 아닌 상점에서 구입하거나 전투 후 입수하는 아이템을 돈을 지불하고 합성하면 베이스로 쓴 아이템이 강화되는 간단한 방식이다.
기본적인 플레이 방법은 이렇지만 보다보면 여러모로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일단 이 아키바 2의 주인공은 흔한 패턴이라고 할 수 있는 선택 받은 사람이라던가, 신체 능력이 대단하다 라던가, 굉장한 무술을 할 줄 안다던가 하는 설정이 없는 평범했던(게임 시작 후 여주인공 중 한명의 피를 마시고 머리 아래로는 적과 동일한 체질이 된다) 일반인이었기 때문에 싸움 포즈도 말 그대로 막 싸움 수준이다. 무기를 사용 하는 모습도 적당히 붕붕 휘두르거나 내리치고 마구 휘두르다가 엎어지는 데다가, 맞을 때도 보면 정강이를 붙잡고 호들갑스럽게 펄쩍펄쩍 뛰거나 맞을 때 한 바퀴 휙 돌아버리는 등 묘하게 부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캐릭터 자체도 여러모로 웃기는데 게임이 시작되는 사건의 계기에 휘말린 이유도 웃기다. 희귀한 피규어를 준다는 소리에 낚여서 적의 표면상의 본거지에 갔다가 잡혀서 개조당하게 되고 여주인공 중 한명이 구하러 오는 설정이다보니 여러모로 어설픈 느낌이다. 그런데다가 게임 상의 대화 선택지도 여러모로 골 때리는지라(초반에 잡혀서 뭔 일을 더 당할지도 모르는데 선택지 중에는 “잔말 말고 피규어나 줘!”같은 선택지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물론 계속 그것만 선택하면 게임오버) 어찌 보면 평범한 오타쿠 라이프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임에 나오는 무기도 독특하다. 일단 야구 배트나 복싱 글러브는 둘째 치고서 라도 키보드라던가 손으로 드는 간판, 3단봉, 책가방 같은 것은 약과에 모니터, 노트북, 캡슐 뽑기 기계에 마이크, 심지어는 전자 기타라던가 대파 같은 별별 이상한 무기가 줄줄이 나온다. 전투 중 회복은 아이템이 아닌 버튼 액션으로 행하는 옷차림 가다듬기라서 나오는 소모 아이템은 전투중 공격력, 방어력, 경험치 증가, 아이템 드랍률 상승같은 기능을 하는데 이쪽도 마우스 패드, 미니 백과, 오뎅 캔, DVD같은 현실적이면서도 여러모로 독특한 아이템이 나오거나 살 수 있게 되어 있다. 이외에도 실제 아키바 2의 캐치프레이즈로 REAL 아키하바라를 베이스로 배경으로 한 만큼 필드자체도 상당히 넓고 돌아다니다 보면 이름이라도 들어봤을 상가들이 실제 이름으로 존재하고 거기서 여러 가지 아이템이나 무기 등을 사거나 되팔 수도 있다.
액션 파트는 이렇고 어드벤처 파트에서는 대화 선택지에 따라 동료 여성 캐릭터와의 호감도를 올려서 연애 비슷한 전개를 즐길 수도 있고 호감도를 계속 상승시키면 특정 여성 캐릭터와의 엔딩도 볼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게임의 대략적인 개요와 전개 방식에 대해서 썼는데 당연히 단점도 눈에 여러 가지로 잡히는 게 있다.
제일 거슬린다고 할 수 있는 문제는 너무 잦은 로딩이다. 풀 인스톨 게임이 아닌 만큼 로딩을 자주하기는 하는데 이게 여러모로 귀찮은 것이 상점에 들어갈 때도 로딩,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도 로딩, 맵 이동할 때도 로딩인지라 중간 중간 템포를 끊어 먹거나 상당히 시간을 잡아먹기도 한다. 로딩이 그렇게 긴 것은 아니긴 하지만 자주 로딩이 일어나 은근히 짜증나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된다.
또, 주역 캐릭터 이외의 필드 캐릭터 상당수가 복사 붙이기에 가깝다. 캐릭터 의상이 전부 플레이 캐릭터 의상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만큼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진행하다보면 똑같이 생긴 옷과 똑같은 얼굴의 캐릭터가 나와서 전투에 들어 갈려고 하다가 실수로 적이 아닌 캐릭터를 건드려서 노린 적은 멀리 가는데 상대할 필요가 없는 일반인 캐릭터와 싸우게 된다던가 등의 귀찮음이 생긴다.
그리고 전투시 카메라 시점이 좀 오락가락 한다. 공격 우선 상대가 제일 가까운 위치의 적을 자동 추적해서 공격하다보니 적이 미묘한 사각에 있으면 그쪽으로 달려가서 이상하게 안 보이는 위치에 끼어서 그 사이에 적은 피하고 나는 맞는 상황이 의외로 자주 발생한다. 시점을 재조정할 수는 있지만 메인 미션에서는 적으면 7~8명 많으면 열 댓명이 떼로 몰려와서 집중구타를 하기 때문에 시점 조작하다가 맞으면 그야말로 뼈 아픈 상황이 발생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맵 이동중의 로딩 이미지라던가 주변 배경을 보면 이게 게임인지 업체 광고 홍보용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광고성 이미지가 자주 보인다. 물론 몇몇 저작권을 못 얻은듯 한 것은 게임상 오리지널로 대체한 것도 있지만 게임만을 즐기려는 사람들한테는 좀 신경 쓰이는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한글화되지 않아 일어를 모른다면 서브 미션 같은 것은 어디를 가서 뭘 해야 하는지 모를 수 있겠지만 서브 미션은 진행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닌지라 크게 문제는 없기는 하다.
이렇듯 장단점이 이렇게 딱 갈라지기는 하지만 게임 자체의 재미는 독특하고 취항에 맞는다면 상당히 재미 있게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게임 무대가 실존하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 만큼 가상으로나마 아키하바라를 돌아 다닐 수 있다는 즐거움도 있다. 이제 곧 정식 한글판도 발매된다고 하니 취향이 맞는다면 한번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