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로봇들을 내손으로 조작한다. 슈퍼로봇대전 OG 인피니트 배틀
게임 리뷰에 앞서 슈퍼로봇대전(이하 슈로대)의 징크스...라고 해야 할까 몇몇 실패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평이 안 좋았던 요소를 몇 가지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보급이 많이 되지 않은 기종으로 나온 것. 이건 사실 말 그대로 대상 게임기 문제로 가격대 성능이나 서드 파티들의 부족으로 게임기가 많이 팔리지 않고 몇몇 게임을 위해서 구입을 하는 수준이 되어서 결국에는 슈로대 게임이 나와도 인지도가 부족해서 주변의 관심이 없거나 구하기가 힘들어서 포기하는 수순이였다.
두 번째로 3D화가 있다. 어느 시점부터 3D 그래픽이 대중화 되면서 슈로대도 3D로 그래픽의 전환을 시도 했었던 적이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매니악한 기종으로 나오거나, 아니면 게임성이 영 시원찮거나, 아니면 전혀 생소한 기능을 넣거나 등의 시도를 해서 도리어 지금까지의 슈로대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영 껄끄러운 게임이 되는 결말이였다.
마지막으로 최근 들어 생긴 문제인데 그것은 DLC 스테이지나 유닛이다. 그냥 게임에서 나와도 될 것을 돈을 받고 DLC로 내버린 탓에 게임성이 좋아도 이걸로 욕먹는 경우가 있었다.
왜 이런 것을 언급하느냐 하면 이번 슈퍼로봇대전 OG 인피니트 배틀(이하 인피니트)는 저 세가지 중 두 번째에 속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왔던 3D 그래픽의 슈로대들이 대부분 망했기 때문에 발매 전 스크린샷을 보고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일단 게임을 접한 바로는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다. 3D 그래픽만은...
일단 게임 시스템은 대전 액션에 가까운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패드 버튼에 무기가 각각 배정 되어서 누르기만 하면 알아서 그 버튼에 맞은 공격이 나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게임 조작도 그렇게 어렵지 않은 편이다. 또, 각각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무기가 있는데 이 쪽은 전투중 적을 공격하면 올라가는 기력이 일정량 차면 쓸 수 있으며, 강한 위력 만큼이나 연출도 화려한게 특징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게임 방식이 인피니트 오리지널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대놓고 말하자면 이 인피니트의 게임 방식은 같은 계열사인 반다이에서 나온 건담 VS 건담과 거의 판박이다. 아니 말 그대로 건담 VS 건담에다가 슈퍼로봇대전 OG의 스킨과 일부 특성을 씌웠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듯?
시작할 때 나오는 모드도 보면 아케이드, 미션, 프리 배틀, 온라인 대전이 있는데 아케이드는 총 8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되는 모드이고, 미션은 단계별로 제공되는 스테이지를 순차적으로 클리어하는 모드인데 이건 앞에서 언급한 건담 VS 건담의 트라이얼 모드와 거의 다를 바 없는 모드다.
미션 모드는 한 미션을 클리어하면 강화 파츠가 나와서 플레이한 기체에 장착, 기체를 강화 시키는 기능이 있고, 무기와 기체 개조, 적을 공격하면 기력이라는게 올라서 일정 수치 이상이 되면 강력한 기술을 쓸 수 있게 되는 등 슈로대를 기억하게 만드는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강화 파츠와 기력을 제외하면 전부 건담 VS 건담에도 있는 기능인지라 딱히 새로울 것은 없다.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전투가 벌어지는 필드가 너무 넓은 나머지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분명 록 온은 되는데 무기 사정거리가 닿지 않는다는 문제로 열심히 달려가다 보면 어느 틈에 상대는 뒤로 빠지고 또 쫓아가고 빠지고 피하고... 그나마 NPC로 등장하는 동료 유닛의 AI가 그럭저럭 좋은편이기 때문에 적당히 공격만 해도 아군 NPC가 알아서 같이 공격해주긴 한다. 하지만 이것만 믿는다면 애초에 게임을 할 이유가 없어지니... 그래도 필살기급 무기 연출은 상당히 볼만하니 SD와 컷인으로만 보던 무기를 리얼 사이즈로 본다는 재미는 확실히 있다. 물론 몇몇 연출은 SD와 컷인이 더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보일 정도로 시시하거나 밋밋한 모습이지만.
뭐 이렇게 단점만 줄줄이 늘어놨기는 하지만 일단 게임 자체는 그럭저럭이다. 온라인 대전을 지원하고, 전투시 완벽 음성 지원도 해주고, 원작에서 맵에서는 SD로 나오고, 컷인에서만 실제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던 유닛들을 실물 형태로, 게다가 조작까지 해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이 매력적이다. 그래도 이 게임만의 뭔가 확실한 개성이 있었어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 너무 큰 욕심이였을까.
그리고 인피니트를 잡아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다운로드 콘텐츠 & 초회 한정 +게임 가격 약간 상승(정확히는 별도 판매되는 가격의 2/3정도가 추가되서 원래 발매일보다 조금 빠르게 판매)으로 주어진 슈퍼로봇대전 OG 다크프리즌(이하 다크프리즌).
기본적으로 시스템이나 기타 사양은 제 2차 슈퍼로봇대전 OG(이하 2차 OG)와 동일한 만큼 2차 OG를 플레이 해봤거나 슈로대를 진득하게 해봤다면 별 문제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하지만 왜 초반에 인피니트를 잡아먹었다는 소리를 하냐면 이번 다크프리즌은 말 그대로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2차 OG의 뭔가 허전한 부분을 완벽하게 채워주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시작은 전전작인 슈퍼로봇대전 OG 외전의 결말부터 시작해서 2차 OG의 본편 진행중 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던 다른 시점의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이건 사실 2차 OG의 원작이라고 해야 할 슈퍼로봇대전 EX에서는 다뤄졌지만 2차 OG에서는 사정상 들어가지 못한 내용이기도 하다.
시나리오는 27화 정도로 다른 슈로대에 비하면 그렇게 길지는 않지만 2차 OG에서는 어떻게 일이 생기거나 해결되었는지 2차 OG의 주인공들의 시점에서는 알 수 없었던 상황들이 사실은 다크프리즌의 시점의 주인공들이 이러저러하게 처리를 해서 쉽게 해결이 되거나, 이미 해결을 해줘서 조용히 넘어갔다는 식의 내용을 보여주면서 각각의 부족한 점을 절묘하게 채워주고 있다.
또 등장 인물들도 앞으로의 신작, 그러니까 3차나 4차 OG(가칭)에서 나올 인물들과 슈로대 OG의 맨 마지막 선에 있는 마장기신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선행 등장해서 각각의 인물 관계를 형성하고 마장기신에서는 어떻게 서로 알게 된건지 알 수 없었던 인물들의 관계가 이번 다크프리즌에서 밝혀진다.
즉, 주인공이 되어야 할 인피니티보다 덤으로 나온 다크프리즌이 더 매력적인 주객전도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인피니트도 건담 VS 시리즈를 해봤다면 어렵지 않고 적당히 재미도 있으니 그렇게 천대 받을 정도는 아니다. 다만, 기존 시리즈를 즐겨온 사람이라면 다크프리즌을 놓치는 것이 아깝고, 다크프리즌을 즐기려면 인피니티를 필수로 구입해야 하니 이런 상술을 선택한 제작사를 원망할 수 밖에... 인피니티 입장에서 다크프리즌은 자신의 판매량을 뒷받침해줄 든든한 후방지원군이길 원했겠지만, 지금의 상황으로는 후방지원군의 엄청난 활약으로 인해 정작 주인공인 자신이 들러리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