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행복한 피아니스트 편

1997년. 코나미가 출시한 비트매니아는 게임업계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음악에 맞춰 나타나는 노트를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눌러 처리한다는 개념의 새로운 장르. 리듬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리듬액션 게임은 비트매니아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거듭했고, 십수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비트매니아와는 사뭇 다른 형태의 리듬액션 게임이 등장하기 이르렀다. 다양한 악기 형태의 컨트롤러를 지원하는가 하면, 노트가 위에서 아래로 수직낙하하는 형태 이외의 노트 패턴을 지원하거나, 터치 스크린을 지원하는 식으로 말이다.

행복한 피아니스트는 이러한 리듬액션 게임의 특징을 모바일 환경으로 옮겨온 게임이다. 카카오 게임하기로 출시된 이 게임은 카카오 게임하기 내의 인기순위 5~6위를 넘나들며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게임을 향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뉜다는 점이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행복한 피아니스트 인기 좋네. 잘 나가네.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선배가 그런 말을 하면 칭찬을 하는 게 아니라 빈정거리는 걸로 들리는 건 왜일까요.
까는 놈: ...영준이 너 잘 생겼네. 보기 좋네.
편드는 놈: 이거 봐... 빈정거리는 거였어 -_-;

말리는 놈: 주변에 이 게임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더라구요. 어딜가나 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게임도 즐기면서 행복한 피아니스트도 번갈아 가면서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까는 놈: 주력으로 즐길만한 게임은 아니지만 다른 게임을 하면서 틈틈히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석해도 되려나? 그런 용도로 즐기자면 충분한 퀄리티의 게임이긴 하다만...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리듬액션 게임 vs 고퀄리티 리듬액션 게임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심심한 게임>

말리는 놈: 그러고보니 한준 선배는 리듬액션 게임 좋아하시지 않나요? 전에 보니까 기타 컨트롤러 들고, 드럼 컨트롤러 두들기시던데.
까는 놈: 일단 비트매니아 출시 직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즐기고는 있으니까. 나오는 리듬액션 게임들은 다 해보는 편이긴 한데... 잘 하는 건 하나도 없어. 특히 이젠 나이가 30대 중반이다보니 동체시력이 떨어져서 손이 노트를 따라가지를 못 해 -_-;

편드는 놈: 리듬액션 게임들의 단점이 그런 것 아닐까요. 더군다나 리듬액션 게임들이 날이 가면 갈수록 어려워지는 형국이라, 누구나 쉽게 즐기기엔 무리가 생겼죠.

말리는 놈: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그에 맞춰 버튼을 누른다는 기본 컨셉만 생각하면 굉장히 평화롭고 멘탈 다스리는 데에 그만일 것 같은데 말입니다. 게임 난이도가 올라가다보니 리듬액션 장르를 즐기고 싶지만 즐기지 못 하는 이들이 많아졌을 수도 있겠어요.

편드는 놈: 그렇게 생각한다면 행복한 피아니스트가 인기를 얻는 것도 이해가 가네요. 말 그대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리듬액션 게임'이잖아요. 누구나 이름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노래들, 인기 가요가 게임에 등장하고, 이들 음악의 멜로디 라인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게임 하기도 쉽구요.

여유있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까는 놈: 확실히 완전히 처음 듣는 노래에 타이밍을 맞추는 것보다 박자가 익숙한 노래에 타이밍을 맞추는 게 편하지. 자연스럽게 손가락만 톡톡 누르면 되니까 동체시력에 의존할 필요도 적어지고 말야. 하지만 나는 이 게임을 하면서 '너무 심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어.

편드는 놈: 게임 난이도가 쉽다는 이야기인가요?
까는 놈: 난이도가 쉬운 것도 있긴 하지만, 그런 것 보다도 전체적인 느낌이 심심하다는 거야. 리듬액션 게임의 구성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음악이지. 이건 부정할 수 없어.

말리는 놈: 하긴 장르 이름에 '리듬'이 들어갔으니 말이죠.
까는 놈: 그렇지.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으니 바로 시각적인 요소야. 리듬액션 게임이라고 하면 다들 청각적인 요소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리듬액션 게임은 시각과 청각을 모두 만족시키지 못 하면 굉장히 심심한 게임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어.

기존의 리듬액션 게임들이 배경에 뮤직비디오를 깔고, 노트에 맞춰 버튼을 누를 때마다 형형색색의 이펙트를 터트리는 건 게이머들이 시각적으로도 화려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야. 아무래도 청각으로 주는 자극보다 시각으로 전달하는 자극이 훨씬 크거든.

아케이드에서 가동 중인 리듬액션 게임기들이 화려한 조명을 게이머들에게 비춰주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야.

편드는 놈: 음...
말리는 놈: 조영준 기자는 아무래도 '게이머들이 남들에게 주목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 아니었어?'라면서 실망하는 눈치인데요;;

까는 놈: 하여간. 행복한 피아니스트는 이러한 요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물론 행복한 피아니스트는 조금 전에 광민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리듬액션 게임의 기본 컨셉에 굉장히 충실한 게임이긴 하지만, 반대로 보면 기본에만 충실한 나머지 양념을 치는 것을 완전히 잊은 것 같아.

편드는 놈: 인터페이스 구성이나 이런 것은 나름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나요?
까는 놈: 뭔 소리야. 나는 지금 플레이 시에 나오는 연출에 대해 말하고 있어. 타이밍에 맞춰 터치를 하면 노랗고 빨간 동심원이 터져나오긴 하지만 이 정도로는 눈이 심심한 것을 막을 수 없어. 가뜩이나 노트의 크기도 작아서 화면이 텅텅 휑하게 보이는 데 말이야.

물론 이러한 결정을 한 이유는 있겠지. 아마 스마트폰 사양 문제가 가장 컸다고 본다. 화려하게 뮤직비디오를 배경에 깔고 이펙트를 펑펑 터트리면 그만큼 게임의 요구 사양이 높아지거든. 정확한 타이밍에 터치를 해야 하는 리듬액션 게임의 특성 상, 응답속도는 모바일 리듬액션 게임 개발의 까다로운 걸림돌이 되고는 하는데, 게임 사양이 높아지면 응답속도에 문제가 생기게 돼.

말리는 놈: 예전에 출시된 디제이맥스 테크니카 큐가 응답속도 문제로 골치를 썩었죠. iOS 버전은 문제가 없었지만, 안드로이드 버전은 스마트폰 기종마다 응답속도가 제각각이어서 개발사도 고생을 했다고 했었네요.

까는 놈: 이러한 문제를 없애기 위해 일원적으로 시각적인 효과를 최대한 배제한 것은 아닌가 싶어.

편드는 놈: 아시면서 왜 그러십니까?
까는 놈: 적어도 게이머들에게 선택권은 줬어야지. 하향 평준화를 시켜버린 것은 이해하기 어려워. 이펙트 효과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거나, 배경 영상을 켜거나 끌 수 있는 선택권이 없잖아. 성의 문제 아니야?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

<모두가 아는 음악을 연주한다는 즐거움 vs 참신함은 부족하다>

말리는 놈: 음악이나 게임 진행 방식은 어떤가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기본에 충실한 게임이니 이런 점에선 기본은 하고 들어갈 것 같은데요.
편드는 놈: 친숙하다는 게 가장 강점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새롭죠. 같은 음악도 연주하는 악기가 바뀌면 완전히 새롭게 들리지 않습니까?

까는 놈: 아는 음악을 피아노 연주로 듣게 되니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되는 건 사실이지. 하지만 전반적으로 게임의 오리지널리티는 좀 부족하지 않은가 싶어. 피아노 연주로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겠다는 컨셉은 신선하긴 하지만 이 역시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니고.

전체적으로 레이아크에서 개발한 리듬액션 게임 디모(Deemo)가 게임을 즐기는 내내 생각나더라. 디모에 게임을 위해 작곡된 연주곡이 대거 사용됐다는 것과 노트의 형태가 일반적인 넓적한 노트 형태라는 것을 제외하면 행복한 피아니스트는 제법 많은 부분에서 이 게임을 닮았어. 이것만 갖고 표절이라고 의심할 수는 없지만 말야.

말리는 놈: 어떤 부분이 비슷합니까?

까는 놈: 행복한 피아니스트의 노트는 일반적인 낙하형 리듬액션 게임과 달리 정해진 라인을 따라 내려오지 않아. 5줄, 7줄의 라인이 정해져 있고 그 길을 따라서 노트가 내려오는 것이 기존의 리듬액션 게임이라면 행복한 피아니스트의 노트는 딱히 정해진 길을 따라 내려오지 않지. 덕분에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노트의 패턴을 확인할 수 있어.

하지만 이런 특징은 이미 디모(Deemo)에서 한 발 앞서 구현했던 것들이야.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을 이미 구현한 게임이 있으니 오리지널리티가 확연히 떨어진 것이지.

편드는 놈: 세상의 모든 게임이 모두 다 독창성을 갖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요? 그럴 필요도 없구요.
까는 놈: 그럴 수는 없지만, 그런 것을 지니고 있는 게임의 가치가 그렇지 않은 게임보다 월등히 높아지는 건 당연하지 않아?

그런 점이 아쉽다는 거야. 게임의 난이도, 시각적인 화려함이 부족한 것보다 아쉬운 것은 리듬액션 게임으로의 아이덴티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지.

편드는 놈: 그런데 행복한 피아니스트는 예전에 더 플레이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적이 있거든요. 모체라 할 수 있는 더 플레이어는 2013년 3월에 출시가 됐어요. 디모가 2013년 11월에 iOS 버전이 출시가 되고 12월에 안드로이드 버전이 출시가 됐다는 걸 본다면 행복한 피아니스트가 디모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건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까는 놈: 출시 시기만 보면 그렇긴 한데. 나를 포함해서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출시시기가 아니야. 디모가 대만 지역에서 발표가 된 게 3월이거든. 기가 막히게 시기가 비슷하게 겹쳐. 이런 의혹이 증폭되는 것도 디모의 정보 공개 시기와 더 플레이어(행복한 피아니스트)의 출시 시기가 비슷하기 때문이지.

이것만 갖고 행복한 피아니스트가 오리지널리티가 없다고 주장하는 건 가혹하긴 해. 하지만 그렇다고 이 상황에 대해 아이디어 도용이 아니냐는 시선을 지닌 이들에게 '근거도 없이 몰아세운다'고 주장하는 것도 가혹하지. '오해'를 할 수 있는 정황이니까.

말리는 놈: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상황이긴 하네요.

까는 놈: 평소에 오해를 엄청나게 자주 받고 다니는 내 입장에서 보면, 행복한 피아니스트 개발진들은 무척이나 짜증날 거 같아. 아. 실제로 디모의 개발사인 레이아크는 디모와 행복한 피아니스트 사이의 표절 의심 상황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어. 어떻게 보면 행복한 피아니스트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표절 시비가 워낙 자주 일어나다 보니, 그런 분위기에 휘말려서 불똥이 튄 피해자에 가까워.

<행복한 피아니스트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피아노 연주를 메인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피아노 연주라기 보다는 피아노 소리를 메인으로 내세웠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듯) 리듬액션 마니아들에게는 게임이 심심하다는 평가를 받음과 동시에 라이트 게이머들에게는 쉽게 즐길 수 있어서 좋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은 게임. 하드코어 게이머와 라이트 게이머가 지향하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단순히 클리어만 노린다면 쉽게 즐길 수 있지만, 고득점을 노린다면 의외로 어려운 게임이기도 하다.

<행복한 피아니스트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피아노 연주를 메인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피아노 연주라기 보다는 피아노 소리를 메인으로 내세웠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듯) 리듬액션 마니아들에게는 게임이 심심하다는 평가를 받음과 동시에 라이트 게이머들에게는 쉽게 즐길 수 있어서 좋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은 게임. 하드코어 게이머와 라이트 게이머가 지향하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단순히 클리어만 노린다면 쉽게 즐길 수 있지만, 고득점을 노린다면 의외로 어려운 게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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