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키가 부서질 때까지, 90년대 동계올림픽 게임의 추억
지난 2월 11일, 이상화 선수가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데 이어, 어제(18일)에는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이 극적으로 금메달을 차지하며 동계올림픽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가 펼쳐지면 그에 따라 스포츠게임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는 것이 일반적. 하지만 유난히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은 게이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고 있다. 소치 동계올림픽을 소재로 한 동계올림픽 게임이 출시되지 않은 탓이다.
물론 소치 동계올림픽을 소재로 한 스포츠게임이 출시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닌텐도 Wii U 전용 소프트웨어인 '마리오&소닉 소치 동계올림픽'이 유럽 지역에는 지난 11월에 버젓이 출시가 됐으니 말이다. 단지, 국내 시장에는 Wii U가 출시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마리오&소닉 소치 동계올림픽' 역시 출시가 안 됐을 뿐이다. 이런 현실은 매번 올림픽마다 다양한 스포츠게임을 즐겨온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상황이라 하겠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과거에 출시된 동계올림픽 게임을 언급하며 아쉬움을 달래는 이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게임은 무엇일까? 단연 1991년에 어콜레이드가 출시한 '더 게임즈: 윈터 챌린지'를 꼽을 수 있다. 동계올림픽이라고 말하면 무릎을 탁 칠 게이머가 많을 이 게임은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마인드스팬이라는 개발사가 제작한 게임이다.
루지, 다운힐, 크로스컨트리, 봅슬레이, 스피드 스케이팅, 자이언트 슬라럼, 바이애슬론, 스키점프 등 총 8종목을 다루고 있는 다양한 개성의 여러가지 종목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 기준으로 화려한 그래픽을 선보였던 것도 이 시리즈의 장점이기도 하다.
갈 수록 조작법이 복잡해지는 근래의 게임을 생각하면 '이렇게 해도 게임이 될까?' 싶을 정도의 단순한 조작체계를 갖춘 것도 이 게임의 특징이다. 대부분의 조작을 키보드의 방향키와 엔터키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조작이 단순한 편이었지만, 각 종목마다 버튼을 빠르게 연타를 하거나 정확한 타이밍에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 매번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특히, 친구들과 함께 기록경쟁을 할 수 있다는 스포츠 본연의 재미를 강조하고 있어, 컴퓨터가 있는 친구의 집에 삼삼오여 모여서 엔터키를 두드리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1997년에 출시된 '윈터히트'도 동계올림픽 게임을 언급할 때 '더 게임즈: 윈터 챌린지'와 쌍벽을 이루는 게임이다. 아케이드와 세가 새턴으로 출시된 이 게임은 1996년에 출시된 데카슬릿의 후속작으로 아케이드는 총 11종의 종목, 세가 새턴 버전은 여기에 3종목이 추가된 14종의 종목을 그려냈다.
흥미로운 것은 다양한 종목을 갖추고 있는 것 이외에도 캐릭터성도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게임에는 총 8명의 각기 다른 국적을 지닌 캐릭터가 등장하며 각 캐릭터는 올어라운드, 스케이팅, 노르딕, 알파인 등으로 구분됐다.
각 종목마다 각기 다른 조작법을 요구했다는 것도 재미요소였다. 스키점프의 경우는 연타를 하다가 타이밍에 맞춰 도약각도를 맞춰 최대한 멀리 날아가는 식이였으며, 스피드 스케이팅은 캐릭터의 체력을 안배하면서 레이스를 펼치는 재미를 강조했다.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종목인 쇼트트랙이 구현됐다는 것도 이 게임의 인기 요인이었다. 특히 버튼을 연타하면서 속도를 유지하고, 조이스틱으로 인코스를 공략하는 방식은 쇼트트랙 특유의 매력을 잘 그려내며 게이머들을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