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육성은 이제 그만, 진짜 육성의 재미에 빠진 스포츠게임
스포츠게임이 육성의 재미에 빠졌다. 스포츠게임이라 하면 경기장과 그 위를 뛰어다니는 선수들을 이리저리 조작하면서 점수를 내는 과정에서 재미를 전달하는 것이 매력인 장르. 실제로 과거부터 스포츠게임 개발사들은 게임 속에 실제 스포츠 경기를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래픽이 발전하고 사운드가 더욱 현장감 넘치게 발전한 것은 실제 경기를 보다 실감나게 게임으로 구현하기 위해 개발사들이 노력한 덕분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런 스포츠게임들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게이머들에게 좀 더 다양한 즐거움을 주기 위한 개발사의 욕심 때문인지, 아니면 큰 틀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래픽이 발전하고, 선수 데이터만 변화하는 스포츠게임들에 무료함을 느낀 게이머들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포츠게임 장르는 단순히 경기의 한 장면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선수 한 명의 입장이 되서 그 선수를 육성하는 육성 요소가 도입된 것이다. 현재 큰 인기를 얻고 있는 MLB 더쇼 시리즈, NBA 2K 시리즈, 위닝일레븐과 피파 시리즈는 모두 공통적으로 이러한 선수 한 명을 육성하는 육성 모드를 포함하고 있다.
MLB 더쇼 시리즈에는 로드 투 더 쇼(Road to the show / RTTS) 모드가 도입되어 있다. 선발투수, 마무리투수, 야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선택해서 선수를 생성하고, 루키 시절부터 험난한 마이너리그 과정을 거쳐가며 메이저리그에 입성하고,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되는 과정을 게이머들을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게이머들은 각 포지션에 맞는 플레이를 직접 수행하면서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다. 좌완 파이어볼러로 선수를 육성하거나, 타율은 낮지만 한 방이 있는 거포로 자신의 분신을 키워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 이 모드의 특징이다. 매년 겨울만 되면 야구 팬들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F.A. 시장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NBA 2K 시리즈와 위닝일레븐, 피파 시리즈에도 이와 흡사한 마이 플레이어(My Player), 비컴 어 레전드(Become a Legend), 비 어 프로(Be a pro) 모드가 탑재되어 있다. 이들 역시 하나의 포지션에 선수를 배치하고, 그에 걸맞는 플레이를 펼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로드 투 더 쇼 모드에서는 주어지는 미션을 어떻게 수행 했느냐. 즉, 결과에 따라 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포인트가 차등지급 됐다면, 위의 세 가지 모드에서는 결과 뿐만 아니라 시합 중에 어떤 식으로 행동을 했느냐는 '어떻게'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육성 모드는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정통 스포츠 온라인게임에서도 찾을 수 있다. 넥슨은 자사에서 서비스 중인 야구 온라인게임 프로야구 2K14에 최근 마이 플레이어 모드를 도입했다. 비주얼컨셉트가 개발한 MLB 2K 시리즈와 NBA 2K시리즈에 있는 바로 그 콘텐츠가 온라인 환경에 맞게 새롭게 추가됐다는 이야기다.
프로야구 2K14에 도입된 마이 플레이어 모드는 앞서 언급한 여타 육성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선수 한 명을 계속해서 키워나가 걸음마를 겨우 띈 신인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육성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육성한 선수를 대전 모드로 불러들여서 자신이 육성하고 있는 팀의 일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또한 완전히 새로운 가상의 선수가 아닌 실존하던 선수들을 게이머의 입맛대로 신인 시절부터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은 원작에는 없던 프로야구 2K14에 도입된 마이 플레이어 모드만의 강점이다. 이대호를 도루왕으로 육성하거나, 오승환을 홈런왕으로 육성하는 식의 목표를 두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스포츠에 '만약'은 없다지만, 이러한 '만약'을 대리 체험하게 해주는 것이 프로야구 2K14의 마이플레이어 모드가 가진 매력이다.
국내에 스포츠 매니지먼트 장르가 부각된 이후 온라인, 모바일을 가리지 않고 카드를 뽑고, 이렇게 획득한 카드를 강화하는 '확률에 의존하는' 형태의 플레이가 보편화 된 상황이기에 게이머가 직접 캐릭터를 움직이고, 이런 과정에서 얻는 포인트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캐릭터를 육성한다는 개념은 다소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를 위해 비주얼콘셉트 코리아는 게임을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것에 버금가는 노력을 기울였다. 게이머의 분신이 될 캐릭터들의 외형을 새롭게 고치고, 신축 구장과 리모델링을 마친 구장의 전경도 게임에 담았다. 각 포지션에 활용될 완전히 새로운 카메라 시점을 개발하기 위해 고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러한 요소 덕분에 프로야구 2K14에서는 전에 없던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를 실제와는 다른 형태로 육성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게이머 자신의 컨트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가지 마냥 마우스만 클릭하고 화면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여타 게임의 육성 요소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운명을 개척한다'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디오게임 버전에서 즐길 수 있던 광고 계약이나 F.A. 계약, 트레이드와 같은 요소는 즐길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기존의 수동적인 육성에서 좀 더 능동적인 육성을 국내 스포츠게임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라며, "이러한 요소는 스포츠게임을 게이머들에게 스포츠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을 좀 더 다각도로 가져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