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시장, 그래픽 엔진 전쟁으로 다시 불붙는다
지난 3월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기술자박람회 'GDC 2014'에서 때아닌 그래픽 엔진 전쟁이 시작되어 게임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GDC는 매년 그래픽, 오디오, 개발, 게임 운영 등 다양한 주제를 대상으로, 유명 게임기업뿐만 아니라 인디 게임 관련 종사자 등 전 세계 게임 개발자들이 모여 게임 관련 기술과 프로그램을 교류하는 행사다.
새로운 기술과 해외 게임 시장의 흐름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게임사들 역시 GDC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게임 개발자와 종사자들이 주로 참여하는 만큼 미국의 'E3', 유럽의 '게임스컴'과 같은 유명 게임쇼 보다 대중의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는 행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이번 'GDC 2014'는 달랐다. 바로 해외 그래픽 엔진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거대 게임 엔진사들이 새로운 엔진의 공개와 함께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앞다투어 공개하여 전 세계 게이머들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신형 엔진들 모두 모바일 개발 환경에 최적화된 그래픽 기술과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주요 전략으로 내비치고 있어, 모바일게임이 주류로 자리 잡은 국내 게임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및 콘솔 기반 게임시장에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모바일 게임시장에서는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언리얼엔진의 에픽게임스는 이번 'GDC 2014'에서 그야말로 '핵폭탄'을 터트렸다.
바로 매달 2만 원 상당의 결제를 통해 자사의 최신 게임엔진 언리얼엔진4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와 함께 자사의 엔진에 사용할 수 있는 '소스코드'를 모두 무료로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발표한 것.
에픽게임스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자사의 새로운 라이선스 상품인 '언리얼 엔진 4 멤버십 라이선스'을 통해 월 19달러(게임 정식 출시 후 수익의 5% 로열티)의 요금으로 소스코드를 포함한 언리얼 엔진4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엔진의 기능 또한 눈 여겨 볼만 하다. 지난 25일 에픽게임스코리아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개된 언리얼엔진4는 핵심 기능인 블루프린트를 통해 프로그래머 뿐만 아니더라도 손쉽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으며, 모바일 환경에서도 구동할 수 있는 3D 및 2D 게임을 보다 편리하게 제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개발자들간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언리얼 엔진 공식 카페를 새롭게 공개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국내 게임 시장 공략에 나선 모습이다.
개발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새로운 라이선스를 통해 엔진 성능은 보장되지만 높은 엔진 사용 가격 때문에 사용을 망설였던 국내의 많은 개발자에게 언리얼 최신 엔진을 저렴하게 사용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는 것.
여기에 최근 미들코어 장르의 게임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상황과 맞물려 서서히 언리얼엔진4가 적용된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 게임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무수한 히트게임에 사용된 언리얼 엔진의 '소스코드'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더욱 다양하고 장르의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된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요소 중 하나다.
유니티 역시 비장의 한 수를 꺼내든 모습이다. 'GDC 2014' 전부터 대규모 발표가 있을 것을 암시한 유니티는 지난 19일 유니티의 차세대 엔진 '유니티 5.0'을 전격 공개했다.
해당 발표에 따르면 '유니티 5.0'은 기존 유니티 엔진과 차별화된 새로운 물리 기반 쉐이더가 도입된다. 이를 통해 캐릭터와 배경, 라이팅, 이펙트 등의 효과를 더욱 부드럽게 다듬을 수 있는 랜더링 기능과 다양한 기능이 통합된 쉐이더 아키텍쳐, 실시간 라이트맵 프리뷰 에디터 등이 추가되어 보다 다양한 장르와 게임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는 개발 환경을 선보인다.
여기에 타 엔진에 비해 다소 부족하다고 평가를 받는 오디오 기능을 대폭 향상 시킨 새로운 오디오 믹서를 선보였으며, 웹기반 그래픽 라이브러리 및 유니티 클라우드 서비스가 새롭게 도입된다.
특히, 유니티 클라우드 서비스의 경우 별도의 처리 과정 없이 멀티플랫폼의 게임을 선보일 수 있는 '웹기반 그래픽 라이브러리'와 함께 모바일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크로스 프로모션이 추가되는 등의 다양한 요소를 통해 보다 강화된 게임 개발 환경과 마케팅 비용의 절감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유니티 측의 설명이다.
지난 2000년 GDC를 통해 하복엔진을 전 세계에 공개한 바 있는 하복은 모바일 게임 개발에 최적화된 새로운 하복엔진 '프로젝트 아나키'의 공개와 함께 신규 가격 정책을 발표했다.
스카이림, 헤일로, 어쌔신크리드 시리즈 등에 사용된 것으로 유명한 하복엔진은 이번 '프로젝트 아나키'를 통해 모바일게임에 최적화된 하복엔진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아울러 하복은 '프로젝트 아나키'의 사용을 전면 무료로 개방한다는 가격정책을 함께 발표해 업계에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번에 공개된 새로운 대형 엔진 개발사들의 프로모션 정책은 기존 온라인 및 콘솔 시장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 시장에 타겟을 맞춘 내용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라며, “앞으로 이들 새로운 게임엔진을 이용한 모바일게임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앞으로 국내 모바일게임사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