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철 대표 "에픽의 일은 피카소에게 물감과 붓을 제공하는 것"

지난 2009년 세계적인 게임 엔진 회사이자 개발사인 에픽 게임스의 첫 지사가 한국에 설립됐다. 당시 에픽 게임스의 한국 지사 설립은 국내는 물론 해외 외신을 통해서도 알려지며 온라인게임 강국인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되는 등 시장을 꽤 떠들석하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에픽 게임스 코리아는 한결같이 국내의 개발사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펼치고 있으며, 여전히 그 중심에는 박성철 에픽 게임스 코리아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에픽게임스코리아 박성철 지사장
에픽게임스코리아 박성철 지사장

"에픽 게임스 코리아는 처음에 저와 잭 포터 부장 둘이서 시작했어요.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지만 둘이서 지사 설립 기자 간담회도 준비하고, 잭 포터 부장이 직접 한국말로 그날 발표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지금도 가장 인상 깊게 남아있는 장면 중 하나에요. 어쩌면 그 한국어 발표 하나가 엔진이나 각종 문서의 한글화까지 힘쓰고 있는 에픽 게임스 코리아의 이미지를 만들지 않았겠냐는 생각도 들어요"

박성철 대표는 지난 5년 중 가장 기억의 남는 일로 역시 지사 설립을 정식으로 발표한 기자 간담회를 꼽았다. 처음 시작하는 자리임에도 많은 분들이 호응을 해주신것에 지금도 감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지사설립 이후 본격적으로 국내 개발사를 위한 기술 지원을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 지사 설립 이전부터 국내에는 언리얼엔진을 사용하는 기업이 꽤 있었지만 언어나 각종 기술 지원의 문제로 불만도 높은 상태였다.

박 대표의 이야기에 따르면 에픽 게임스 본사는 친한 친구 같은 이미지의 회사다. 사업적으로 만나는 파트너도 단순히 사업적인 측면은 물론 인간적인 관계를 쌓아간다는 것이다. 단 억만리 떨어진 한국에서는 기술 지원도 받기 힘들고 모든 문서나 정보 공유가 영어로 이뤄지고 있었기에 엔진만 팔고 사후 지원은 안 해주는 인식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진을 다루는 서포터를 바로 채용했으며,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회사에는 직접 서포터들이 찾아가 기술 지원을 펼쳤다. 잭 포터 부장도 직접 국내의 개발사를 찾아다니면서 언리얼 엔진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에 도움을 줬다.

여기에 주요 파트너사를 대상으로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약 2주에 걸쳐 세미나도 진행했으며, '사마리아인 테크 데모'가 처음 나왔을 때는 GDC 현장에서 사용한 PC의 각 부품을 뜯어서 가져와 최고 수준의 기술 데모를 미처 현장에 참여하지 못한 회사들에 제공했다.

국내 파트너사들에 최고의 지원을 하고자했던 그의 노력이 지금의 에픽 게임스 코리아를 있게 만든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기존의 고객들에게 기술을 지원해주자고 했던 것이 기술 지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엔진 개발까지 들어섰어요. 전세계의 에픽 게임스 지사 중에 유일하게 엔진 개발에 참여하는 곳이 한국 지사에요"

고객들에게 최고의 기술지원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 에픽 게임스 코리아의 노력은 엔진 개발 참여로까지 이어졌다. 과거에도 국내에서는 언리얼 엔진으로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엔진에서 지원되지 않았던 부분을 국내의 개발자들이 힘들게 편법을 써가며 개발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개발사들이 어렵지 않게 개발할 수 있도록 문제가 되는 부분을 엔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직접 한국에서 개발하겠다고 본사에 전했고, 이러한 부분의 개발이 이어지며 이제는 엔진의 핵심 기능 중에 하나를 만드는 조직으로까지 성장했다.

엔진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에픽 게임스 코리아의 위상은 이번 언리얼 엔진 4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언리얼 엔진 4의 모바일 테크 데모인 소울(SOUL)은 한국의 서울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에픽 게임스 코리아의 기술자들이 개발한 것이다. 에픽 게임스 본사에서 직접 한국 지사에 개발을 의뢰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언리얼 엔진 4의 비즈니스 모델에도 한국 지사의 많은 의견이 들어갔다. 이후에 탄생한 것이 이번 GDC 2014에서 공개된 언리얼 엔진의 새로운 멤버십 라이선스로 전세계 개발자들은 월 19달러(한화 약 2만 원)이면 소스코드를 포함함 언리얼 엔진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유료 라이선스 계정이 없어도 마켓 플레이스나 언리얼 개발자의 네트워크인 UDN에서 질문을 하거나 접속해 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박 대표는 새로운 멤버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엔진 사업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비췄다.

"국내 게임사들이 게임을 개발하는 데 있어 대부분 저희 같은 해외의 엔진을 쓰는 것을 보고 한때는 국산 엔진을 만들어서 대응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때 저는 제대로 할 것 아니면 아예 시작하지 말라고 조언했구요. 솔직히 말하면 엔진 사업은 아주 부가가치가 큰 사업은 아니에요. 엔진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부가가치가 큰 것이죠. 물감과 붓은 우리가 다 만들어 줄테니 차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피카소를 육성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의 비유처럼 엔진 사업 자체는 물감과 붓처럼 부가가치가 아주 큰 사업은 아니다. 그 물감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내느냐가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박 대표는 새로운 멥버십의 도입으로 이제 누구나 피카소가 사용하는 툴을 사용할 수 있으니 그동안 언리얼 엔진을 쉽게 사용할 수 없었던 작은 회사들도 모두 도전해보라고 말했다.

에픽 게임스의 해외 지사 중 유일한 엔진 개발 참여 지사, 지사가 제안하는 대부분 사업이 본사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진행될 만큼 영향력을 가진 에픽 게임스 코리아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까? 박 대표는 이미 이에 대한 답을 갖고 있었다.

"우리 회사는 당장의 짧은 이익을 보고 뛰어 드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길게봐요. 서로한테 도움이 되는 파트너십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앞으로도 우리나라 게임 개발사들의 친구같은 존재인 회사가 되고 싶어요"

그는 향후 에픽 게임스의 청사진을 모바일 엔진 시장 1위 등극, 국내 엔진 업계 1위 등극 등의 거창한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국내 게임 개발사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회사가 되고 싶다는 것의 그의 생각이다. 그리고 그들이 원한다면 다른 플랫폼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며, 게임이 아닌 다른쪽에서도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길 원한다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계획이다.

에피게임스코리아 박성철 지사장
에피게임스코리아 박성철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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