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게임히스토리] 세계 최초의 속편을 가진 게임은?

성공한 작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높은 평점, 많은 판매량, 유명 시상식 수상 등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가장 큰 공통점은 바로 작품을 이어가는 새로운 이야기 즉 '속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영화나 소설 같은 장르에서도 흔히 등장하는 속편은 성공한 원작의 세계관 안에서 이어지는 새로운 이야기와 다양한 사건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한 작품 = 속편 등장'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스카이림
스카이림

이는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성공한 게임의 속편을 통해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나 새로운 캐릭터와 시스템 등 원작에서 느낄 수 없었던 분위기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제작사에는 상업적인 성공을, 게이머들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게임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엄청난 수익을 거두며 돌풍을 일으킨 GTA5나 콜오브듀티: 고스트 등의 게임 모두 하나의 게임에서 뿌리를 가지고 탄생한 속편들이며, 최고의 롤플레잉 게임으로 손꼽히는 엘더스크롤, 파이널판타지,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마리오 시리즈, 최근 전세계 동시발매가 확정돼 화제가 된 포켓몬 역시 모두 시리즈로 등장하는 게임들이기도 하다.

이름 꽤나 알린 게임이라면 등장하는 '속편'. 그렇다면 이 '속편'이 최초로 등장한 게임은 무엇일까? 이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속편이 어떤 작품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한데, 이는 최초의 속편으로 꼽히는 게임 상당수가 '게임'이라는 개념이 확실히 잡혀있지 않았던 1970년대 등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에 등장한 게임들 상당수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변경되는 일이 다반사였고, '게임 회사'라는 개념이 생기기도 전이었으며, 지금의 '속편' 개념을 지닌 게임 중 상당수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개인 소유의 프로그램으로 개발되어 정식 게임으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했다.

게임이 거대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성장한 것이 불과 10년 후인 1980년대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아직도 최초의 속편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가장 유력하게 손꼽히는 작품은 '스페이스워'의 후속작 '컴퓨터 스페이스'와 '헌트 더 웜푸스2' 바로 이 두 게임이다.

< 최초의 전자오락게임 스페이스워의 후속작 '컴퓨터 스페이스'>

컴퓨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전자오락게임의 시초로 평가받는 스페이스워는 'The Needle(바늘)'과 'The Wedge(쐐기)'로 불리는 두 로켓을 이용해 서로에게 미사일을 날려 이를 격추한다는 당시로써는 매우 혁신적인 개념을 지닌 게임이었다.

스페이스워
스페이스워

스페이스워의 개발은 1961년 스티브 러셀이 미국 MIT에 처음 제공된 컴퓨터 PDP-1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스페이스워의 개발 초창기에는 로켓과 검은 우주 두 가지밖에 없었지만, 미국에서도 천재들로 손꼽히는 인재들로 모인 MIT 학생들이 팀을 이뤄 개발에 착수하면서 본격적인 게임의 모습을 갖춰갔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전공을 살려 상대방의 로켓을 맞춘다는 기본 개념과 함께 로켓이 움직이고 흔들리는 물리적인 요소와 그래픽을 프로그램으로 구현했는데, 이는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등의 인원이 팀을 이뤄 게임을 개발하는 지금의 게임 개발 환경과 매우 유사하다. 이미 40년 전부터 팀 단위의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된 셈이다.

이렇듯 그래픽과 사운드, 그리고 상대방을 파괴한다는 분명한 목적까지 이후 등장한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친 스페이스워였지만 실제 수익을 거두지는 못했다. '게임을 통해 수익을 낸다'는 개념이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스티브 러셀은 이를 무료 프로그램 즉 오픈 소스로 스페이스워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페이스워는 여러 개발자를 거치며 개량되어 점점 게임의 모습을 갖춰나갔으며, 1971년 게임의 원작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최초의 아케이드게임 '컴퓨터 스페이스'로 정식 출시됐다. '스페이스워'라는 게임이 등장한 뒤 꼭 10년이 지난 해였다.

하지만 어려운 조작과 더불어 일반인이 구매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가격이 책정된 '컴퓨터 스페이스'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게임 출시 이후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최초가 언제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일깨워 주기도 했다.

< 정식 넘버링을 달고 등장한 게임, '헌트 더 웜푸스'>

또 다른 후보인 '헌트 더 웜푸스2'는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 '컴퓨터 스페이스'에 비해 원작과 연결되는 정식 넘버링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최초의 속편이 꼽히는 유력한 작품이다.

헌트더 웜푸스
헌트더 웜푸스

1972년 등장한 '헌트 더 웜푸스'는 단순히 도트와 선으로 이루어졌지만 지금의 어드벤처와 RPG 장르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기도 했다.

정체불명의 외계인 웜푸스(Wumpus)를 사냥하기 위해 불규칙하게 등장하는 미로를 헤쳐나가 단서를 찾고 여러가지 함정을 풀어야 하는 등 어드벤처 요소는 물론, 아이템을 모으고 최종보스를 상대하는 RPG요소가 담겨 있었다.

심지어 밀폐된 우주선에서 정체불명의 외계인과 맞선다는 배경과 사냥에 필요한 화살이 한정되어 있으며, 웜푸스를 먼저 찾지 못하면 갑자기 잡아먹히는 등 호러 장르의 특징까지 구현되어 있을 정도였다.

이처럼 많은 장르의 재미를 담고 있는 '헌트 더 웜푸스'는 출시 이후 1년 만에 '헌트 더 웜푸스2', '헌트 더 웜푸스3'라는 정식 넘버링으로 새롭게 등장하기도 했으며, 이후 끊임없이 오마주되어 RPG, 어드벤처, 액션 등 지금까지도 다양한 장르의 게임으로 리메이크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최초의 게임 속편은 앞으로도 논란>

게임이라는 개념이 아직 확립되기도 전인 70년대에 등장한 게임들 상당수가 그렇듯 게임에 대한 의미가 지금과 많이 달랐던 당시 게임들의 정확한 출시일이나 개발 과정이 기록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최초의 속편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재기 되겠지만 이들 게임의 속편이 전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지금의 게임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남들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40년 전에도 존재했고, 이들 게임이 남긴 족적을 따라 지금의 게임 장르가 만들어졌으며, 하나의 산업으로써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는 사실 말이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