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숨 돌린 게임업계… 아직 더 큰 불씨 남았다

일보전진을 위한 후퇴일까? 아니면 발등의 불부터 끄자는 의도일까? 지난 1일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모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게임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서 인터넷게임을 제외할 수 도 있다고 밝혔다.

신의진 의원 홈페이지
신의진 의원 홈페이지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을 중심으로 13명의 의원이 공동발의 한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은 인터넷게임을 포함한 마약, 알콜, 도박을 4대중독 물질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관리'를 정부에서 맡는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법안 자체는 중독물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지만 인터넷게임을 마약과 알콜 등의 중독물질과 같은 취급을 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수년간 해외 콘텐츠 수출 1위를 차지하고 있던 게임산업이 졸지에 마약과 같은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때문에 해당 법안은 '중독법', '신의진 법'으로 불리며 게이머들과 게임업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큰 논란과 불러일으킨 '중독법'을 발의한 핵심 인물인 신의진 의원이 직접 인터넷게임을 제외할 수 도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게임업계는 '한 시름 놓았다'는 반응이다. 게임을 마약과 같은 취급을 받는 최악의 결과는 피하게 됐다는 것이다.

많은 네티즌들 역시 계속되는 비난여론에 밀려 해당 법안에서 게임이 제외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이들의 말처럼 게임업계가 최악의 결과는 피한 것일까?

중독 예방ㆍ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현황
중독 예방ㆍ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현황

'중독법'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아직 정식 법안으로 통과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신 의원이 지난해 4월 발의한 법안에 대한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뜨거운 감자'인 게임을 제외하고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인터뷰에서 신 의원이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게임이 마약 등과 같이 묶이는 것이 화가 나는 것"이며, "이렇게 논란이 되면 법안이 입법 되기 어렵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게임과 마약을 동일시하는 것에 격렬한 반응을 보이자 일단 게임을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이어서 신 의원은 “인터넷 게임과 스마트폰(애플리케이션 포함) 등의 미디어 콘텐츠만 따로 떼어내 과몰입 및 중독 치유, 예방, 관리에 관한 '법안' 등으로 나갈 수 있다"며, "해당 방안에 대해 현재 보건복지부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직접 인터넷게임을 언급하기도 했으나 미디어 콘텐츠는 게임산업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 중 하나다. 결국 신 의원이 말하는 '떼어낸 법안'에는 인터넷 및 스마트폰 등의 게임에 대해 지금의 '중독법'과 비슷한 '관리'를 진행하는 내용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정부의 판단에 따라 중독물질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배급을 제한할 수 있는 등 강도 높은 규제 정책을 포함한 '중독법'이 추후 게임업계에 따로 적용되는 새로운 '게임규제' 법안이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당장 게임이 마약과 함께 취급되는 상황은 피했지만 새로운 '게임규제'라는 더 큰 불씨가 남은 셈이다.

손인춘 의원
손인춘 의원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 및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손인춘 법' 역시 아직 발의 중이라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의 손인춘 의원이 공동 발의한 '손인춘 법'은 대표적인 게임 규제 법안인 '셧다운제를 확대 시행'하고, '인터넷게임 아이템 거래 금지', '매출 1% 기금 강제 징수' 등 게임업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내용을 지닌 법안이다.

더욱이 지난 4일 진행된 지방선거에서 이 '손인춘 법'을 발의한 의원 중 한 명인 새누리당의 서병수 의원이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쇼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시장으로 당선되어, '지스타'에 거취 또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약 1천억 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지녔다고 평가받는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에 反(반)게임 법안의 입법에 참여한 의원이 시장으로 취임한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때문에 일산 킨텍스, 코엑스를 거치며 부산 벡스코에서 완연한 성장을 이룩한 '지스타'가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의 대표를 맡고 있는 새누리당의 남경필 의원이 경기도 지사에 당선되면서 경기도로 이전할 수 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스타' 개최지 논란은 아직 성급한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아직 서병수 의원이 '지스타'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히지 않은 상황이며, K-iDEA의 이끌고 있는 남경필 의원 역시 여성가족부 주도의 게임규제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 주도의 '자율적 셧다운제'를 주장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물론, 남경필 의원이 주장한 '자율적 셧다운제'가 '손인춘법'이나 '중독법', '셧다운제'에 비해 업계의 이해관계가 상당히 반영된 보다 완화된 규제 방안이라는 점에서 게임업계 종사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규제' 중 하나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특히, “나라에 만연된 이른바 4대 중독, 즉 알코올, 마약, 도박, 게임중독을 치유하고 환경을 개선해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한다”라는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에서 보듯 새누리당이 게임규제 법안을 지지하는 입장인 만큼 남경필 의원이 게임산업에 대해 얼마만큼의 목소리를 내어 줄지 역시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2013 지스타 보이콧
2013 지스타 보이콧

이처럼 선거 및 법안 발의 등을 통해 게임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 계속되었음에도 게임업계는 여전히 잠잠하다. 지난해 남궁훈 위메이드 전 대표가 당시 해운대 지역구의원이었던 서병수 의원이 신의진 법 발의에 참여한 것에 반대하며, 지스타 보이콧을 선언한 것 이외에 별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 것이다.

'중독법'의 신의진 의원, '손인춘 법'의 손인춘 의원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정당의 공천으로 선출된 비례대표라는 점이다. 정식 선거가 아닌 공천으로 선출된다는 점에서 이들 비례의원은 다른 의원들과 비교해 독특한 '행보'를 걷기도 하는데, '게임규제 법안'이 이들 비례대표의 손에서 발의됐다는 것도 이들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청소년 보호 및 수면권 보장 등의 논리를 앞세워 셧다운제가 통과됐듯, 앞으로도 이들에게서 청소년 혹은 아이들을 지킨다는 명목 아래 제 2, 제 3의 게임규제가 지속해서 등장할지 모른다.

게임산업은 20세기 들어 국내에서 가장 눈부신 성장을 거둔 산업군 중 하나다. '아이들만 하는 놀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해외 수출액 총 26억 3981만 달러(약 2조 7500억 원- 2012년 기준)을 달성하며, 문화 콘텐츠 수출 1위를 기록한 것도 게임산업이다.

이제 게입업계는 정치권의 발언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닌, 대의명분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게임의 해악성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받아들이되, 게임의 순기능을 알리는 사회. 건전한 산업 발전을 위해 다시 한 번 게임업계의 하나 된 목소리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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