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게임히스토리] 마리오 왕국의 선봉장 '마리오카트'
2014년 6월은 국내 게임역사상 가장 독특한 달로 기억될 것 같다. 미국 최대의 게임쇼 E3가 개최되고, 게임업계의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는 '월드컵 시즌'이 시작되는 등 다양한 화젯거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름 아닌 '피규어'가 가장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으니 말이다.
지난 5월 30일 판매를 시작한 '해피밀 슈퍼마리오 피규어'는 '해피밀 대란'이라는 타이틀로 공중파 뉴스에 소개될 정도로, 엄청난 화제에 올랐다. 1차, 2차 물량이 매진된 것은 물론, 7종 세트를 모두 구하기 위해 물물 교환을 원하는 전국의 '키덜트' (아이의 감성, 취향을 가진 어른)들의 문의가 커뮤니티 사이트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유명 중고 사이트에서 '해피밀 피규어' 판매금지가 진행될 정도로 웃돈을 주고 판매하려는 '되팔이'도 같이 극성이었던 것은 물론이다.)
더욱이 맥도날드는 자사의 북미 홈페이지를 통해 '마리오카트 피규어 7종'을 오는 8월 중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혀, 전세계 '키덜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캐주얼 레이싱게임'의 원조라 불리는 마리오카트는 매 시리즈 마다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는 닌텐도의 또 하나의 히트작품이다.
1992년 등장이래 22년 동안 '마리오카트'는 출시될 때마다 하나의 플랫폼 판매에 일조하는 이른바 '킬러 타이틀'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게임으로, 시리즈의 최신작 '마리오카트8'가 닌텐도의 게임기 'Wii U' 버전으로 등장한 이래 전세계에서 '닌텐도 Wii U'의 판매량이 급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4천 만장을 팔아 치우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 4위를 기록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85년 작)에 이어 3천 5백만 장이라는 역대 5위의 기네스 기록을 가진 게임이 바로 '마리오카트'('마리오카트 Wii')다. 이쯤 되면, 어지간한 프랜차이즈 게임은 감히 따라 잡지 못할 '넘사벽'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각종 세계 기록을 갈아치운 GTA5 역시 3천 2백만 장의 판매를 기록해 6위에 머물렀다)
'마리오카트' 시리즈가 이처럼 전세계 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장 큰 이유는 마리오라는 캐릭터에 의존하지 않고 매 시리즈 마다 변화를 통해 독자적인 아이덴티티 즉 정체성을 확고히 쌓아나간 것에 있다.
마리오카트를 처음 제작한 사람은 '젤다의 전설', '마리오 시리즈' 등 일본의 게임을 전세계에 알린 전설의 개발자 미야모토 시게루였다. 새로운 프로젝트의 팀을 맡은 그는 '두 명의 게이머가 함께 레이싱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목표 아래 싱글플레이 뿐만 아니라 멀티플레이 요소가 가미된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고, 다양한 시도와 아이디어를 도입한 끝에 1992년 '슈퍼 마리오카트'를 슈퍼 패미컴으로 선보였다.
'슈퍼 마리오카트'는 마치 지금의 3D 게임처럼, 전후좌우 시야를 모두 구현해 낸 혁신적인 게임 플레이를 선보인 것뿐만 아니라 하나의 화면에 2개의 화면을 출력하는 '이원출력'을 도입해 싱글플레이, 2인 플레이를 모두 즐길 수 있도록 유도했다.(슈퍼 패미컴의 한계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수준 높은 그래픽 역시 게이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한몫했다.)
게임의 파장은 엄청났다. 전세계 모든 게임잡지, 웹진에게서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은 것은 물론, 3백 만장이라는 흥행을 거두며, 슈퍼 패미컴의 황혼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특히, 레이싱이라는 난이도가 높은 장르를, 두 개의 버튼만으로 움직이고 다양한 액션을 펼치는 간단한 조작과 '드리프트'라는 기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변수를 만들 수 있는 깊이 있는 게임성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후 '드리프트'는 레이싱 장르의 빼놓을 수 없는 기술로 등장한다)
또한,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캐주얼 게임으로의 모습을 보인 것 뿐만 아니라, 폭탄을 던지고, 바나나 껍질로 상대의 레이스를 방해하는 '경쟁'을 다른 게이머와 펼칠 수 있도록 하여 전세계 많은 전문가들에게 '게임의 폭'을 넓힌 게임으로 평가 받고 있다.
4년이 지난 1996년 등장한 '마리오카트 64'는 3D 그래픽으로 선보인 트랙과 4인 플레이를 지원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했으며, '닌텐도 64'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으로 이름을 남겼다. 아울러 다수의 레이싱 대회에 출전해 우승에 도전하는 '그랑프리', 최단 기록을 세우는 '타임 트라이얼' 등의 전세계 게이머들을 빠져들게 한 콘텐츠의 틀이 잡힌 것도 바로 이 작품부터이며, 'VS 모드', '배틀 모드' 등의 다인 멀티플레이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리즈 이기도 하다.
아울러 '마리오카트 64'는 이후 등장한 캐주얼 레이싱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게임으로 유명한데, 넥슨에서 개발한 레이싱 온라인게임 '카트라이더' 역시 '마리오카트'에서 영감을 받아 등장한 게임으로 유명하다.(시작은 비슷했으나, 카트라이더는 이후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갖췄다.)
이후 게임보이 어드밴스의 '마리오 카트 어드밴스'(2001년 작), 게임큐브의 '마리오 카트 더블대시'(2003년 작), 닌텐도 DS의 '마리오 카트 DS'(2007년 작) 등 꾸준하게 명맥을 이어온 '마리오카트'시리즈는 2008년 출시된 '마리오카트 Wii' 다시 한번 대 성공을 거둔다.
동작인식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접목시킨 '마리오카트 Wii'는 게임패드를 기울이는 것 만으로, 레이싱을 펼칠 수 있는 독특한 게임플레이와 최대 8인까지 지원하는 멀티플레이를 도입해 모두가 함께 모여 즐기는 '파티게임'으로써 위치를 공고히 다졌다. 특히, 손님과 함께 즐기는 '접대용' 게임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며, 전세계 지역을 가리지 않고 큰 흥행을 거둬 레이싱 게임 중 가장 많이 팔린 게임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공전의 판매량을 기록한 '닌텐도 Wii'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이명박 전 대통령의 '닌텐도' 발언도 바로 이때다. )
'마리오카트 Wii'에 이어 등장한 '마리오카트8'은 미국 아마존 게임 관련 예약 주문이 PS4를 넘어서는 등 등장과 동시에 주가를 올리고 있으며, 차세대 기기 싸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닌텐도 Wii U' 판매량을 급속히 끌어올리며, 아직도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