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게임업계 투자 실종..개발사들 활로 못찾고 '망연자실'

"요즘 완전히 씨가 말랐어요. 투자해준다는 곳은 없고, 퍼블리셔도 다 만든 다음에 가져오래요. 거기에 RPG만 찾고요.."

최근 한 중소 개발사 대표를 만나 들은 하소연이다. 이 개발사 대표는 시장 분위기가 너무 안좋게 변했다며 '3~5천만 원짜리 외주나 1억원 미만의 퍼블리셔라도 구하면 다행'이라고 읍소했다.

이처럼 스마트폰 게임업계에 투자가 실종되고 있다.

2~3년 전의 활발한 투자열기는 온데 간데 없고, 창투사든 퍼블리셔든 투자처들은 돈뭉치를 들고 있을뿐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그동안 투자했다가 실패했던 경험이 축적된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불 확정성에 투자 위축 심리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돈 이미지
돈 이미지


< 퍼블리셔들 '더 만들어서 오세요'..돈줄 말라>

지난해 초만 해도 스마트폰 게임 퍼블리셔들은 50~70% 정도의 완성도와 핵심 게임성만 갖춰져 있으면 게임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퍼블리셔들은 서비스를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수준의 완성도를 가진 게임들을 원하고 있다. '더 만들어 오세요' 'BM 모델까지 갖춰오세요' 라며 개발에 대한 주문이 더 높아졌고, 벽도 더 높아졌다.

이처럼 퍼블리셔들이 완성된 게임을 찾는 이유는 개발사의 게임이 거의 완성이 되었더라도 최소한 3-4개월의 게임 수정 기간, BM 설정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통에 미완성인 게임을 고치다 보면 6개월 넘게 시간이 소요되고, 그러면 이미 구세대 게임이 되기 때문에 완성된 게임을 찾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퍼블리셔와 계약된 이후에도 문제는 여전하다. 계약을 했더라도, 퍼블리셔 측에서 눈높이를 워낙 높게 책정한 탓에 게임 수정하다가 뻗어버리는 개발사들이 많다. 계속적으로 수정을 요구하면서 서비스를 하지 않는 퍼블리셔 때문에 개발사는 더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중국


< 창투사들 관망.. 중국 자본만 '활개'>

퍼블리셔에 이어 창투사들 또한 관망 그 자체다. 지난 2-3년간 신생 개발사나 스타트업 기업에 활발하게 투자했던 대부분의 창투사들이 손실을 봤고, 이런 경험이 독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부분의 창투사들은 스마트폰 게임 개발사라고 하면 우선 꺼리고 보며 '스마트폰 게임은 제일 기피대상'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다.

때문에 창투사들은 이미 성공해서 매출을 내는 개발사들을 대상으로 지분 투자에 몰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레퍼런스가 부족한 개발사들은 손가락만 빨면서 레퍼런스를 갖춘 회사들을 부러워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자본이 대거 한국 개발사 쪽으로 침투하는 것도 문제다. 5억~30억 원을 투자하겠다며 다가오는 중국 자본 앞에 당장 생존이 급해 팔아버리는 국내 스마트폰 게임 개발사들이 늘고 있다. 이미 괜찮은 개발사 중 상당수가 중국에 잠식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 허브센터 등 몇몇 자금을 지원해주는 지원 사업이 있지만 하나의 사업에 수백 개의 개발사들이 몰리는 등 선정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게 중소 개발사들의 입장이다.

스마트폰 투자
스마트폰 투자


< 변화없는 상위권 순위..대형화 자본화 '가속'>

여기에 대형화, 전문화되고 있는 시장도 개발사들을 옥죄는 요소가 되고 있다.

빨리 한탕 벌고 튄다는 말은 스마트폰 게임업계에서 옛말이 됐다. 최근의 스마트폰 게임시장은 기존 상위 게임들의 장기 집권 체제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현재 구글플레이 마켓 매출 20위권 내 순위는 수개월이 지나도 거의 바뀌지 않고 있으며, 상위권에 오른 게임사들은 확보된 게이머DB를 바탕으로 꾸준한 업데이트와 이벤트를 통해 '게이머 묶어두기'에 혈안이다.

이같은 현상을 보며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급격히 온라인화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는 '비공개 시범 서비스' '사전등록' '1년 이상의 활발한 업데이트 계획' '마케팅비의 증가' 현상 등이 나오고 있으며, 기득권층과 신생층의 격차가 벌어지고 대형화와 자본화 현상 및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이 최근 성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개발사들의 어려움에 한몫 더하는 요소다.

국회
국회

< 돌파구는 없나...작은 업체들 연대로 살길 모색중>

이러한 현상 속에 별다른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신생 개발사들은 최소한의 인원만을 유지한 체 숨 고르기에 한창이다. 시장에는 한때 20명 가까이 커졌던 회사가 1년 정도 히트작을 못내고 5명 내외로 축소되어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려워진 많은 개발사들이 다른 회사의 일부 책상을 빌려 기생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고, 아예 업종을 변경하거나 팀 전체를 받아줄 만한 곳을 찾아다니는 등 업계 전체적으로 '어려운 시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더욱 문제는 향후 더욱 시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게임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지난해 추진한 웹보드 게임 시행령에 이어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도 '최소한의 규제를 더할 것'이라 밝히고 있으며, 여성부나 타 기관 또한 게임을 타겟으로 규제 책을 내놓으려 혈안이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규제 책도 더해지고, 돈도 더 마르면서 국내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 게임 시장은 몇몇 회사에 부가 집중되고, 나머지가 아사직전인 비정상적인 생태계"라며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벤처가 생겨나고 이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원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 그렇지 않아 장기적으로 게임업계는 물론 IT업계까지 침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계속되는 탄압 속에 국내의 우수 개발사들을 중국 등 해외 기업들에게 송두리째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정부나 기타 기관에서도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진흥책을 펴야 국내 게임 산업에 미래가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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