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밴드 게임 편
모바일게임 시장이 확대가 되면서 이 게임들을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관심도 지대해졌다. 어느 플랫폼으로 게임을 출시할 것인지는 게임사 입장에서도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요소로 자리했다. 좀 더 많은 이들에게 효율적으로 그리고 기왕이면 많이 게임을 알리고 싶은 것이 업체들의 마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네이버 밴드(이하 밴드)는 ‘모임이 쉬워진다!’는 기치를 내걸고 시장에 공개된 커뮤니티 서비스다. 각종 오프라인 모임을 모바일 환경으로 이어오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며, 이를 활용하기 위한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이러한 류의 메신저, 커뮤니티 서비스가 모바일게임 시장의 플랫폼으로 활약할 수 있다는 사례가 카카오톡을 통해 증명이 된 상황. 이렇다보니 밴드의 등장에 모바일게임 업계는 주목하기 시작했다. 카카오 게임하기의 입지가 급속도로 커져버린 모바일게임 시장에 이를 견제하는 새로운 변수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모바일 이용자가 몰려들면 게임 업체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어. 사람이 몰려드는 곳에 장터가 생기고,
교통체증이 심한 도로에 오징어와 뻥튀기를 파는 아저씨가 나타나는 것과 같은 이치지.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어째 비유가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한데요.
까는 놈: 그런데 처음에 받았던 기대에 비해서 성과가 안 나오고 있는 것 같아. 밴드의 힘을 믿고 밴드 게임으로 게임을 선보인 업체들은 좀
서운할 수도 있는 상황이랄까? 실제로 모바일게임 플랫폼으로서 밴드가 매출에 큰 도움을 주지 못 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지난 6월 9일에 무심사 입점이 가능한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한 이후에 250곳이 넘는 개발사가 파트너사로
등록했다고 하는 걸 보면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많은 것 같은데요.
편드는 놈: 사실 벌써부터 밴드 게임의 가능성을 운운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강력한 선발주자가 있는 상황인데 밴드 게임이 시장에 나타났다고 해서 판도가 바로 바뀌지는 않겠죠. 밴드는 자신들을 통해 출시하는 게임에 제법 많은 지원을 하고 있어요. 희망을 가져볼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죠.
까는 놈: 웃기고 앉았네. 그래 지원을 많이 하기는 하지. 어디. 지원책을 몇 개 읊어봐라.
편드는 놈: 밴드를 실행하면 첫 페이지에서부터 게임 광고가 노출되고, 파트너사들을 상대로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도 지급한다고
하더군요. 네이버 앱스토어의 게임 섹션과 검색 기능을 통한 지원도 있구요.
사실 이 정도면 해줄 건 다 해주는 셈이에요. 신생 업체들이 밴드 게임에 입점을 많이 했다는 걸 보면 적지 않은 지원이죠. 신생 업체들은 개발을 할 줄 알아도 시장분석을 하기에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말리는 놈: 똑 같은 걸 카카오톡이 한다고 생각하면 엄청나긴 합니다. 지원 자체가 없는 건 아니네요.
편드는 놈: 지원이 없었으면 입점을 할 리가 없지요.
까는 놈: 그래봐야 유저풀을 활용해서 홍보를 할 수 있는 포스팅, 초대 횟수에 제한을 걸어놨는데… 남들은 안 하는 것을 지원해주려면, 남들 하는 건 기본적으로 해주면서 해줘야지. 이러면 좀 아쉽지 않겠어? 모바일 커뮤니티 서비스 치고는 너무 폐쇄적이잖아.
예전에 캠프모바일이 밴드 게임 출시를 앞두고 언론에 전달한 서한에 '우리끼리 즐기는 게임세상 Play with BAND!'라고 적혀 있던데... 이 말이 정말로 '자기들끼리 즐기겠다'는 의미였나 싶다니깐?
그래도 이용자 수가 적지는 않으니 도움은 확실히 되겠지. 밴드 이용자 수도 적지는 않다고 하더라. 나도 깔아놨어. 안 쓰고 있다는 게
함정이지만 -_-
편드는 놈: 기왕 설치했으면 쓰지 왜 안 쓰세요.
까는 놈: 운동 어플이랑 똑같아. ‘나도 해봐야지! 스마트하게!’라는 마음으로 깔아놓고 쓰지는 않게 되는 뭐 그런 거. 애초에 내가 모임을 활발하게 하지 않아서 그런 탓도 있을껴. 집 밖에 나가는 거 귀찮아. 어후… 나가면 덥고 땀나고… 어후…
말리는 놈: …어째 가면 갈수록 게을러지는 것 같은데요; 여튼 500만 원의 초기 심사비용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때문에 밴드 게임의 품질이 어느 정도는 보장이 될 수도 있다고 봐요. 카카오 게임하기에서 게임이 너무 막 나오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 와중에, 자체 ‘수질검사’가 자연스레 이뤄진다는 건 장점이죠.
까는 놈: 유료로 들어가는 만큼 다른 플랫폼보다 많은 지원은 해준다는 이야기네. 좋다. 그럼에도 밴드 게임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는 하나 아니겠어? 밴드 게임에 입점한 개발사들의 성적이지.
사실 이게 제일 큰 문제야. 이건 사실 밴드가 모바일게임 시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바라보는 시점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거라서… 태생적인 문제라고도 할 수 있어. 그리고 그 차이 때문에 영준이 네가 말한 모든 강점이 의미가 퇴색되기도 한다고. 개발사들이 가장 속상한 부분이 이런 부분일 것이고. 돈 벌어야지! 돈!
말리는 놈: 너무 돈 이야기 하면… 개발하는 사람들을 너무 폄하하는 걸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까는 놈: 돈독이 올랐다는 이야기는 아니지 물론. 하지만 돈 벌려고 개발하는 건 맞잖아. 수익이 얼마나 중요한데. 이 이야기를 ‘돈이라면
무엇이라도 한다’는 뜻으로 풀이하는 것이 문제야 -_-
하여간에. 게임사들은 자신들의 게임으로 수익을 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게임을 공개해야 하는데. 밴드에서는 그런 성과를
못 거두고 있으니까 그게 문제가 되는 거야.
편드는 놈: 게임의 성적이 무조건 밴드 탓이라고 보는 건 억측 아닌가요? 게임이 시기에 안 맞아서 혹은 완성도가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는
건데요.
말리는 놈: 어휴… 그렇게 말하면 또 밴드로 게임 출시한 분들이 게임 제대로 못 만들었다고 오해할 수도…
까는 놈: 그런 뜻이 아닌 건 나도 알겠구만 -_- 네가 그런 소리 해서 더 오해하겠다. 너 무슨 이번 주의 테마가 ‘균형의 수호자’냐?; 뭐 하나하나 균형을 다 맞춰주려고 그래.
말리는 놈: 선배는 매주 시원시원하게 지르면 그만이니까, 균형의 중요함을 모릅니다. 균형은 지켜져야 합니다.
까는 놈: …그럼 다음 주부터는 내가 균형 맞출 테니까 코너 이름을 ‘조광민 기자의 놈놈놈’ 으로 바꿔서 네가 쓰던가 -_-
편드는 놈: 아니… 선배는 무슨 자기 코너를 틈만 나면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라고 그래요;;;
까는 놈: 사실 처음부터 밴드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대형 플랫폼을 노리는 게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은 했었어. 첫 출시 라인업을 보고서 말이지.
말리는 놈: 그런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았죠.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라 모바일게임 플랫폼으로 활약할 것이라면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카카오톡과 정면대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후발주자인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강한 카드를 꺼낼 필요가 있었는데, 밴드가 처음에 공개한 게임 라인업에는 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의 대작은 없었어요.
까는 놈: 내 말이.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밴드는 카카오 게임하기처럼 게임 그 자체로 이득을 볼 생각이 없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그리고 사업설명회에서 많은 이들이 느꼈지. 밴드는 게임으로 수익을 얻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게임을 통해 밴드를 더 알리고 싶어한다는 것. 게임이 주요 콘텐츠라기 보다는 밴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 중 하나 정도로 보고 있다는 느낌이었어.
말리는 놈: 요약하자면 ‘밴드에서 게임도 할 수 있다’ 정도랄까요?
까는 놈: 딱 그 정도인 것 같아.
편드는 놈: 그렇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비난할 수는 없어요. 그냥 게임을 활용하는 방식이 다른 것 뿐이니까요.
까는 놈: 누가 뭐래? 비난할 생각 없어. 밴드도 엄연히 사업자인데 어떻게 ‘한국 모바일게임 플랫폼의 균형잡힌 발전을 위해 당신들이 게임을
바라보는 스탠스를 바꾸시오’라고는 할 수 없지. 사기업이 기업 운영방침을 정했는데 누가 뭐라고 하냐. 내 회사도 아닌데 -_- 그냥 개발사
입장에서는 아쉽다는 거지. 자신들이 기대했던 곳과 밴드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고 그 때문에 기대했던 성과도 안 나고 있으니까.
말리는 놈: 이런 일이 길어지면 밴드 게임의 입지가 좁아지지 않을까요? 수익이 안 나는 플랫폼에 굵직한 게임이 탑승할 확률이 낮아지고, 그렇게 되면 밴드 게임의 전체적인 퀄리티에 게이머들도 회의적인 이미지를 갖게 될 것 같은데요.
편드는 놈: 저는 아까도 말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밴드를 비판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입점한 업체에 대한 지원은 이미 다 하고 있으며, 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왈가왈부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밴드가 정부 기관도 아니고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방향을 결정짓는 역할을 부여하는 건 무리에요.
까는 놈: 맞아. 애초에 밴드의 스탠스를 비판하는 건 말도 안 되지. 네 말대로 그럴 필요가 없거든. 물론 밴드에 게임을 출시해서 큰 이득을 보지 못 한 곳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아쉬울 수 있겠지만…
이런 것과는 별개로 게임 시장에서 밴드의 역할만 두고 이야기를 하자면, 밴드는 한 번도 ‘우리가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엑스팩터가 될 것이다’라거나 ‘우리가 모바일게임 시장에 혁신을 불러올 거다’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어. 다만 업계에서 ‘밴드가 나타나면 모바일게임 시장에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예상이 있었을 뿐이지. 그리고 그 기대와 예상이 언제부터인가 ‘지금까지는 희망이 없었잖아. 밴드가 다 해주실거야’라는 확신으로 변질이 된 것 같아.
말리는 놈: 마지막엔 어디서 많이 듣던 대사가…
까는 놈: 허허허. 오해입니다. 개발사들도 밴드가 마음에 안 들면 밴드에 입점을 꺼리게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밴드의 스탠스도 변하지
않겠어? 그렇게 되면 어떤 형태가 됐던 간에 시장에 변화는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 그때가 아마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플랫폼 전쟁 2라운드가
시작되는 날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