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함께 하는 감성 동화. 로스트 인 더 레인
거치형 비디오게임기에서도 인터넷활용이 정착되면서 다양한 다운로드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패키지게임의 애드온 콘텐츠 뿐 아니라 다운로드 전용으로만 즐길 수 있는 게임들도 상당히 많은데, 그 중에서도 특별히 인기가 있는 게임일 경우는 패키지게임으로 다시 유저들을 찾아오곤 한다. 특히 저니라는 게임은 다운로드전용 콘텐츠였음에도 불구하고 발매 당시 다양한 웹진에서 올해의 게임에 선정될 정도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었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인 로스트 인 더 레인도 저니와 마찬가지의 경우다. 2013년 큰 기대 속에 다운로드 전용 소프트웨어로 발매되어 일본 발매 첫 주 매출 No.1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직접 플레이 한 유저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명성이 빠르게 퍼져나가 패키지로도 발매됐다. 과연 로스트 인 더 레인은 어떤 점들로 많은 유저들을 매료시킨 것일까?
비를 통해 전해주는 감성
로스트 인 더 레인의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는 비이다. 게임의 시작은 밝은 파스텔 톤이지만 본격적으로 게임플레이에 돌입하게 되면
우리들에게도 익숙한 비 오는 흐린 날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사람이 가진 감성에 따라서 비는 또 극명하게 양면성을 가지기도 하는데,
비가 내리면 흐린 날씨에 우중충하다는 느낌을 가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똑똑 떨어지는 빗소리에 묘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물론
이런 느낌은 같은 사람이라도 그날 그날의 감정에 따라서도 달라지기도 한다. 왜 갑자기 이렇게 비에 대한 감성적인 부분을 이야기 하는가 하면
로스트 인 더 레인의 비 오는 풍경은 그만큼 우리가 떠올리는 비 내리는 풍경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진행방식
게임의 진행방식은 차근차근 간단한 퍼즐을 하나씩 풀어가듯이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어떠한 이유에서 자신의 모습을 잃은 소년(플레이어)은 비를
맞으면 실루엣이 드러난다. 비를 맞으면 모습이 드러난다는 기본 룰을 통해서 소년을 노리는 적들을 피해야 한다. 공격수단이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철저하게 쫓기고 피해가는 측이 되며 지붕 같은 비를 직접적으로 맞지 않는 공간을 활용해서 위험을 피하는 재미가 있다. 기본적으로
적들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플레이어를 발견하지 못한다. 그래서 목적지 앞에 적이 서성거리고 있으면 모습을 드러내 유인을
하고 처마 밑에 숨어 있다가 다른 곳을 볼 때 잽싸게 도망가는 식으로 플레이 하게 된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앞서 설명한 단순한 형태를 벗어나 주변에 소리 나는 도구를 활용하기도 하고 비가 내리지 않는 곳이라고 해도 물웅덩이에서 소리를 주의해야 하거나 흙이 묻었을 때는 씻어 내야 하는 소소한 요소들이 추가되면서 다양한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중반부에서 합류하게 되는 소녀와의 팀플레이를 통해서 위험한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부분을 보고 있으면 PS2 시절 명작인 이코에서 이코와 요르다의 관계가 떠오르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주변상황을 조금만 살펴보면 진행하는데 큰 무리가 없어 갈수록 어려워져 가는 게임에 지친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제한적인 시점과 모습의 상실을 통해서 선사하는 몰입감
로스트 인 더 레인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비 내리는 풍경묘사의 느낌이 상당히 좋다. 그리고 풍경묘사를 극대화 시키고 있는 부분이 다양한
구도로 바라보는 제한적인 카메라 시점이다. 사실 요즘은 풀3D게임이 일반적이라 3인칭으로 진행되는 게임 대부분이 자유롭게 앵글을 돌릴 수
있다. 이런 부분이 게이머 입장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제한적인 카메라 시점은 게이머에게 답답함을
주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특히 예전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가 이런 걸로 유명) 하지만 로스트 인 더 레인에서는 개발자가 지정해 놓은
카메라 시점이 게임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게 하고, 다양한 마을의 모습을 더욱 깊게 체감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사실 제한적인 카메라
시점은 리소스제작에서 비용절감의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로스트 인 더 레인처럼 개발자가 의도하는 상황에 더욱 몰입할 수 있고
그에 걸맞은 체험을 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 로스트 인 더 레인을 플레이 하다 보면 화려한 게임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구도를 보여주며 색다른 느낌을 받게 해준다. 좌우종횡을 넘나들며 고정관념을 깬 듯한 앵글은 확실히 이 게임의 큰 장점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비를 맞으면 소년이 나타나고 맞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메인컨셉이 게임을 조작하는 유저에게도 그대로 적용시킨 부분은 게임의 몰입도를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 사실 조작의 편의성을 생각한다면 보이지 않는 상태와 보이는 상태를 간단하게 색깔로 구분하는 것이 더 좋다. 하지만 로스트 인 더 레인에서는 과감하게도 적에게 보이지 않는 상태는 직접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게이머조차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덕분에 비를 맞지 않는 공간에서는 게이머조차도 "내가 어디에 있지" 라고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를 무조건 단점으로 보기에는 게임의 몰입 측면에서 너무 뛰어난 효과를 보여준다. 특히 적에게 쫓기거나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면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스러워지고 주변의 사물이 조금씩 움직이거나 물결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게이머는 화면에 집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게임 속 캐릭터에도 몰입을 할 수 있게 된다.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해보면 당장 계단을 내려는 것 자체도 힘들 텐데 이런 상황을 가상으로 체험하는 느낌이랄까?
영화 한 편의 플레이타임! 동화 한 편 감상 해볼까?
로스트 인 더 레인의 플레이타임은 일반적으로 2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짧은 시간 동안 깊게 몰입해서 엔딩을 볼 수 있는 구조인데
확실히 2시간의 플레이타임은 짧다는 인상을 준다. 2회차 플레이를 통해서 마을 곳곳에서 밝혀지지 않는 스토리를 볼 수 있는 메시지를 찾을 수
있기는 하지만 무언가 다시 플레이 하기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만큼 이 게임은 한 번의 플레이를 통해서 깊게 게임의 모든 것을
체험하는 타입이다. 플레이 타임은 짧지만 그만큼 가격도 저렴하니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을 찾고 있다면 짧은 플레이 타임 때문에
멀리하기는 아까운 타이틀이다. 그리고 디스크판으로 발매하면서 천상의 목소리로 유명했던 코니텔벗이 부른 메인 테마곡 비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뮤직비디오, 각종 커스텀 테마를 특전으로 받을 수 있으니 팬들에게는 괜찮은 선물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