넵튠 시리즈의 새로운 시도. 신차원 아이돌 넵튠PP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 컴파일 하트에서 게임시장과 기종을 가지고 의인화 및 세계관을 구성, 제작하고 있는 RPG 및 파생작 시리즈를 말한다. 해외에서는 게임 관련으로 소재를 따와서 마구 내지르는 개그나 가지고 놀기 좋은 캐릭터들로 터를 잡은 모양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현지화는 고사하고 정식발매조차 감사해야했던 2010년부터 현지화를 거쳐 정식 발매한 덕분에 자리를 잡았다는 이색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는 시리즈이다. 다른 장르보다 작업하기 까다로운 RPG임에도 사이버프론트 코리아가 피와 뼈와 땀을 바쳤기에 일군 희생에 가까운 노력 덕분이다. 이렇게 수 년 간 꾸준히 등장한 넵튠 시리즈는 세 번째 작품 신차원게임 넵튠V까지 도달한 다음 정식 후속작 대신 스핀오프를 내놓게 되는데 그 첫 타자가 이번에 소개할 신차원 아이돌 넵튠PP(이하 넵튠PP). RPG에서 벗어나 무려 아이돌 육성을 테마로 잡아버린 작품이다.
아이돌이란 무엇인가. 라는 건 예전에 다른 게임 다루는 자리에서 적었던 적이 있고 그 게임처럼 진지하게 아이돌을 진지하게 다루는 작품도 아니라 자세한 내용은 생략. 어쨌든 모두에게 꿈과 희망만을 전파하는 동시에 모두에게 사랑 받기 위해 존재하는 그러한 판타지의 결정체라 생각하면 편한 존재이다. 그리고 이것은 보기엔 방정맞아서 그렇지 나름 주제를 가진다거나 진지해야 할 땐 진지하게 나서던 넵튠 시리즈의 전작들과는 많이 어긋난다. 이렇다보니 넵튠PP는 시작하자마자 전작의 캐릭터, 세계관 등 기본 설정만 가져온 딴 세상 얘기라고 못 박아버린다. 이렇게 처음부터 브레이크 손잡이를 부러트린 넵튠PP는 시종일관 하이텐션으로 일관한다. 좋게 얘기하면 넵튠 시리즈답고 나쁘게 얘기하면 방정맞은 그런 작품이란 얘기. 철저하게 갈등 하나 없이 아이돌들과 하하호호 떠드는 순도 100%의 판타지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런 아이돌 뛰는 여자 아니, 여신들이 어디 있어! 란 얘기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 그런 매력으로 승부하는 작품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일단 이 게임의 목적은 이계에서 소환된 게이머가 프로듀서란 명목으로 선택한 여신과 붙어 다니면서(때로는 다른 여신들과 듀오, 트리오 유닛도 결성하고) '쉐어'라고 부르는 지지율을 세계 1위로 만들기. 그래서 목표를 위해서 게이머가 맡은 여신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는 것이 넵튠PP의 기본 흐름이다. 게이머는 그 과정에서 여러 이벤트를 거치는데 이것은 엔딩에 영향을 끼치는 키 이벤트, 라이브를 제외한 아이돌 활동에서 발생하는 활동 이벤트, 아이돌을 쉴 때 발생하는 오프 이벤트, 그밖에 특별 조건에서 발생하는 SP 이벤트 이렇게 4종류로 나눠져 있으며 게이머는 이 이벤트들을 얼마나 많이 회수할 수 있느냐에 따라 넵튠PP를 충실하게 즐겼나 가늠할 수 있다.
이벤트들은 풀보이스를 동반한 시리즈 전례가 없는 좌충우돌 핑크빛들로 가득하다. 그동안 자기들끼리 웃음꽃 피우며 어울리기만 했던 4여신들이 게이머의 분신인 프로듀서와 붙어 다니며 이쪽을 보고 희로애락을 나타내며 얽히고설키는 것이 시리즈 팬이라면 신선하면서 감격스러울 것이고, 넵튠PP로 시리즈를 입문한 게이머도 매력적인 여신들이 자기 좋다며 다가와 주는데 사양할 것 하나 없어 즐거울 따름이다. 캐릭터를 내세워 게이머를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팬디스크의 본분을 정확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벤트 면모들을 살펴봐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욕실 이벤트부터 같은 이벤트에서도 프로듀스하는 여신들의 성격과 특징에 따라 과정 및 결과가 달라진다든지, 게이머가 보고 싶어 하는 캐릭터의 매력만 골라서 어필하는 등 넵튠PP의 성의가 이벤트에 집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대화만으로 부족하다면 뷰어 모드에 들어가 캐릭터들을 가지고 복장을 갈아입히거나 여러 포즈를 취하게 하는 놀이도 할 수 있어 캐릭터를 가지고 놀기만 따지면 시리즈 명성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바로 넵튠PP라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여기서 확실히 하겠다. 넵튠PP에서 아이돌 활동 자체는 아무래도 좋다. 쉐어 탈환 그까짓 거 아무것도 아니다. 여신들과 어깨동무하며 잔디언덕 굴러야 하는 게임에 아이돌 육성이며 쉐어며 웬 말인가. 그러니 무슨 활동을 하든 쉐어가 올라가도, 육성 능력치가 높아봤자 게임에 영향이 미비해도, 영업 및 공부 커맨드의 차별화가 무의미해도, 라이브에서 사용 가능한 곡이 5개에 불과해도, 그 라이브 파트에서 들으라는 곡은 안 듣고 함성소리에 맞춰 무대 효과 지시하며 카메라 돌리다 라이브 성공 판정 받아도, 그렇게 스트레스 수치만 주의하면서 아무 활동이나 하면서 약 25%의 쉐어 달성만으로 엔딩에 도달해도, 시작부터 여기까지 빠르면 1시간 30분 만에 도달 가능해도 다 기획의도다.
나아가 스트레스 수치가 40%만 돌파해도 의욕이 수직낙하 하거나 뜬금없는 강제 이벤트로 의욕과 스트레스를 비롯한 각종 능력치가 게이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가항력으로 영향받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같은 차원의 여자 친구를 사귈 때도 이따금 영문 모를 일로 사건사고가 터지는데 하물며 다른 차원의 여신들을 모시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여신이란 격에 맞는 시련이 필요한 것이다. 라고 믿고 싶다. 아니면 애초에 공식 장르인 어드벤처에 안 어울리는 육성이니 라이브 파트니 다른 장르의 물건들을 가져와 붙인 제작진들을 원망하거나. 넵튠PP에 가장 어울렸던 장르는 선택지가 뜨는 텍스트 게임이었다.
라이브와 육성 시뮬레이션이란 무리수는 넵튠PP의 기둥까지 건드리고 말았는데 자기 맘대로 조정 못 하고 때에 따라선 자기 멋대로 변하는 저 육성 수치들에 의해 이벤트 내용이 바뀌기 때문에 게이머가 자기 맘대로 이벤트를 못 골라본다. 그냥 자기만족이면 말이라도 안 하지 이벤트 달성률 100%에 트로피까지 걸어넣고 이렇게 발목 잡히면 넵튠PP 하는 게이머는 뒷목 잡는다. 이 능력치가 아무런 과정도 의미도 재미도 못 가지는 물건이라 분노는 2배, 이벤트를 놓친 실망은 4배, 이걸 또 언제 챙기나 허탈감은 16배다. 이런 작품에 게이머 편의를 위해 달아 놓는 이벤트 달성 표조차 없기 때문에 이벤트 회수와 확인을 전부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은 덤.
설상가상 트루엔딩을 위한 필수 이벤트인 '아이돌의 벽' 트로피의 경우 아무런 복선도 없기 때문에 자력으로 도달하기 위해선 모든 경우의 수를 검사하는 수밖에 없다. 단순히 선택지만 골라서 분기로 나뉘는 텍스트 게임도 경우의 수 따지기 시작하면 골치 아파지건만 체크리스트 없이 게이머가 조건 조율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경우의 수 따지기 시작하면 어떨지 상상이 가는가. 중간 중간에 신곡이나 강제 이벤트 발생으로 일수는 일수대로 날리고 기껏 조율한 이벤트 달성 조건이 다시 엉망진창 되는 경험을 몇 번 겪으면 넵튠PP는 애증의 작품으로 변모하기 십상이다.
이 나라가 아직 출산률 귀한 줄 모르던 시절에 내놨던 "잘 기른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란 슬로건을 기억하시는가. 넵튠PP를 하면서 똑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나만 잘 하지. 여신들과 분홍색 파라다이스만 완성했으면 중간은 갔을 게임이 어설프게 다른 게임, 다른 장르를 따라하려다 다리가 찢어졌다고 밖엔 평가할 길이 없다. 그래도 넵튠PP를 아주 포기하기엔 이르다. 괜히 아이돌 활동, 캐릭터 육성에 기대하지 않고 처음부터 이벤트만 볼 요량으로 플레이한다면 아주 못 할 게임은 아니니 말이다. 그러다가 이벤트 회수가 지치면 뷰어 모드에서 캐릭터 건드려보거나 언리미디트 모드에서 카메라 워크로 여신들의 나쁘지 않은 3D 모델을 감상하면서 느긋하게 음악 드는 것도 한 방법. 어쩌겠는가. 제작진들이 방향을 제대로 잘못 잡았으면 플레이하는 게이머라도 가능한 범위에서 올바른 방향성을 가져야 스트레스 받지 않는 걸. 이렇게 여신들을 향한 신도들의 간증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