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의 원점이자 최신작. 초차차원게임 넵튠 리;버스1

지금이야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라 하면 게임업계와 기종을 가지고 의인화 및 세계관을 선보인 개성과 적당히 매년 발매하는 연속성, 여기에 각종 게임 시장을 빗댄 묘사나 시도때도없이 쏟아지는 개그, 국내의 경우 믿음과 신뢰의 현지화까지 더해 게임 퀄리티와 무관하게 살 사람은 사고 할 사람은 하는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절대 대중적인 게임은 못 될 팔자지만 고정 시장이 있어 말뚝 박았다는 이야기다. 시리즈 인기에 힘입어 등장한 TV 애니메이션을 ANIPLUS가 정식 수입 방영해서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조차 알고 있는 경우도 있고. 이렇게 독특한 과정을 거쳐 자리를 잡은 시리즈가 세 편의 정식 시리즈를 발매하고 스핀오프로 아이돌 장르를 꺼낸 다음 보여준 행보는 다름 아닌 리메이크.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PS3용 작품 초차원게임 넵튠을 재구성한 PS VITA용 작품 초차차원게임 넵튠 Re;Birth1(이하 리버스)의 등장이었다.

초차차원게임 넵튠 리버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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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차차원게임 넵튠 리버스1 이미지

리버스를 얘기하기에 앞서 그 원전이자 시리즈의 시작인 초차원게임 넵튠에 대해 조금 얘기해보자면 문자 그대로 ‘싼 맛에 적당히 만든 게임’ 그 자체였다. 시리즈의 토대인 4여신과 게임 업계란 세계관, 캐릭터들이 게임 업계의 각종 소재들을 가지고 썰을 풀어내는 이벤트 등 시리즈의 토대를 확립했단 점에서 존재의의가 있는 작품이지만 그 외엔 여러 가지로 미달인, 지금에 와선 플레이를 선뜻 권유하기 곤란한 작품이다. 비록 애정 가지고 플래티넘 트로피 따버리긴 했지만 배틀 참가권 DLC나 서브 이벤트의 진행 없이는 초기 파티 캐릭터 3명으로 엔딩까지 가야한다는 것을 시작으로, 고민의 흔적이 안 보여서 체감 난이도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레벨 디자인, 이후 시리즈 내내 이어질 몬스터, 던전 재활용(과 여기서 파생되는 도감 100% 트로피의 고통), 모션 보면 손해라 하염없이 스킵과 함께해야 했던 전투, 게임 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쉐어 수치를 유료 DLC 없이는 확인할 수 없는 등 도저히 두둔하기 어려운 단점들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지금 살펴보니 용케 차기작들로 시리즈 이어나간 게 신기하기도 하다.

초차차원게임 넵튠 리버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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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초차원게임 넵튠이 완전 신작 아니냐며 자화자찬에 가까운 리메이크를 리버스로 선보였다. 언제나의 퀄리티를 자랑하던 컴파일하트겠다, 리버스 직전에 발매한 스핀오프 작품이 그 모양이라 기대는 전혀 안 하고 플레이를 시작했는데 이게 웬걸? 아주 제대로 바뀌었다. 일단 시나리오가 대폭 변경되어서 리버스의 발단인 4여신들의 분쟁과 초기 동료인 아이에프, 컴파를 만나는 것까지만 전작을 답습하고 그 이후는 모조리 새 스토리라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 전작에서 그대로 가져온 일부 이벤트 CG마저 안의 내용은 전부 새로 바뀌었으며 당연히 바뀐 내용들은 새로 음성을 녹음했다. 따라서 전작을 했다고 굳이 글자만 읽고 넘겨선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다. 비록 바뀐 시나리오 대부분이 시계열상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초차원게임 넵튠mk2’과 세 번째 작품인 ‘신차원게임 넵튠 V’과의 연결성 강화에 중점을 둔 탓에 기존에 등장했던 메이커 의인화 캐릭터 ‘거스트’와 ‘니폰이치’가 퇴출당하는 비극이 생기긴 했지만 대신 신차원게임 넵튠 V의 메이커 의인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해 빈자리를 메우고도 남는 활약을 펼치며 결과적으로 양으로나 질로나 게이머가 즐기기 편해졌다. 기존의 정도를 지키고 진지할 땐 한없이 진지하던 내용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져 방정맞은 분위기가 충만해지긴 했지만 시리즈 전체로 보면 이쪽이 시리즈 정체성에 가까워지면서 통일성이 생겼기 때문에 일장일단이라 할 수 있겠다.

초차차원게임 넵튠 리버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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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스템은 그냥 신차원게임 넵튠V를 통째로 가져왔다. 아니 정확히 적어야겠다. 게임 데이터를 통째로 가져왔다. 필드에 있는 채집 포인트나 몬스터를 토벌하여 아이템을 회수하고 토벌 실적을 채우는 것이 대부분인 퀘스트, 턴제로 진행하며 기술을 지정한 버튼을 입력하여 2~4연타+@로 싸우다 레벨 25에 해금되는 EXE시스템으로 귀결되는 전투, 게이머가 직접 아이템 옵션을 정해서 조합하는 디스크 메이크 등등 게이머가 플레이하면서 볼 수 있는 요소들은 전부 다. 리버스의 새 시스템이라 소개한 ‘리메이크 시스템’ 역시 거슬러 올라가면 신차원게임 넵튠V의 견문자 시스템과 아이템 제작을 합치고 개량한 것이라 소개 그대로의 새 시스템이라 하기엔 곤란하다. 이런 데이터 통짜 재활용이 무조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리버스 역시 전작의 데이터를 대량 끌어와서 그대로 재활용했지만 이쪽이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친 완성형이라 플레이하는데 있어 도움을 줬으면 줬지 방해하지 않고 있는데다가 리메이크 시스템의 사양서 활용으로 견문자 시스템의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처럼 재활용에서 안주한 것도 아니다. 또한 견적이 안 나오던 초차원게임 넵튠이 후기작의 완성된 시스템을 가져온 덕분에 게이머가 할 만한 작품으로 변모했단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일자 진행의 스토리를 따라가며 적들을 물리치는 단순명백한 구조 덕분에 게임의 흐름을 알기 쉽다는 장점과 게이머가 시도할 수단은 많으면서 고민의 여지는 적은 편의성에 힘입어 육성이 모자라지 않는 한 쭉쭉 플레이를 이어가는 흡입력이 대단하다.

초차차원게임 넵튠 리버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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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리버스에서는 재활용으로 인해 크고 작은 티가 나타나게 되었고 이것은 하나의 결과에 도달하고 만다. 바로 ‘예산’과 ‘성의’. 너무 돈 안 들이고 만든 티가 역력하고 덕분에 너무나 성의 없는 게임이 되었다. 플레이 할 때야 괜찮다. 게임의 재미가 예산과 성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단 건 이미 여러 번 증명되었고 리버스 역시 그 대열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읽는 재미가 있는 시나리오, 적당히 몬스터 잡아가며 필드를 정복하고 퀘스트를 해결하는 보람, 게이머가 직접 아이템을 만들고 던전, 몬스터, 시스템을 조율해나가는 전략성 등등 리버스가 재미있는 이유를 몇 가지고 열거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의 재미가 예산과 성의만으로 결정되지 않듯이 게임의 재미가 플레이 내내 드는 이 찝찝함, 기분 상하는 마음을 보상해주지 못한다.

초차차원게임 넵튠 리버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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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적나라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앞서 설명했듯이 리버스는 신차원게임 넵튠V의 데이터를 통째로 가져왔는데 여기엔 캐릭터들의 3D 모델링과 모션 역시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DLC 캐릭터인 프루루트처럼 있던 스킬이 없어진 경우는 있어도 없던 스킬이나 모션이 새로 생긴 변경사항은 전혀 없다. 그럼 신차원게임 넵튠 V에서 성인 버전으로 등장하지 못 한 초기 동료 아이에프와 컴파는? 그 전작인 초차원게임 넵튠mk2의 데이터를 그대로 가져와버렸다. 이때의 컴파와 아이에프는 EXE 시스템이 아닌 그전까지 차용한 AP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평타 스킬 종류부터 부실한데다 다른 캐릭터들 다 있는 특수 속성 하나 없어 성능과 별개로 심하게 단조롭다. 어떻게 명색에 리메이크인 게임에 캐릭터의 밸런스 조절 하나 없이 있는 그대로 게임에 적용시킬 생각을 했는지 담당자가 참으로 창의력 대장이다. 설사 초차원게임 넵튠에서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매우 심심했던 점을 근거 삼은 기획 의도라 두둔하려 해도 무성의한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초차차원게임 넵튠 리버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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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구조 돌려써먹기, 같은 모델링 몬스터 색깔 놀이는 시리즈 아이덴티티인 습관이니 이젠 체념하겠다. 4여신이 다 해먹고 그밖에 캐릭터들은 애정으로나 쓰는 2군 성능이란 것 역시 시리즈 내내 이어진 전통이니 포기하겠다. 레벨 업 2~3회가 열 아이템 안 부러운 건 RPG에서 흔한 일이니까 넘어가겠다. 하지만 게이머를 위한 서포트는 제대로 해줘야 하지 않는가. L1의 모션 스킵과 필드에서의 시점 초기화 기능과 전면 스크린 터치로 몬스터 조준 자동화 같은 기능 안내 미비를 시작으로 넵튠의 참격, 블랑의 타격처럼 평타 공격에 붙는 특수 속성이 몬스터 계열에 따라 대미지가 달라지는 점(특히 라스테이션이 주무대일 땐 적들이 전부 참격 속성에 강한 기계류라 동료가 적은 초반에 이 내용을 모르면 고생하기 쉽다), 속성의 상성, 던전의 난이도처럼 게임 끝날 때까지 알려주지 않는 정보들은 예사고 일반 몬스터 여러 마리 잡는 것보다 특정 던전에 강적을 리에미크 시스템으로 출현시켜 그 몬스터만 줄창 잡는 레벨 육성이 훨씬 안전하고 편한 점, 특정 타이밍에 서브 던전을 개방하고 이벤트를 보지 않으면 다음 회차까지 해당 던전의 채집 아이템 변화와 강적 출현이 불가, 모두가 한 번씩 게임오버 당한다는 부조리의 결정체 2장의 보스 2연전, 시나리오에 따라 이탈하거나 합류하는 캐릭터들의 장비와 경험치가 일절 변경되지 않는 점(특히 2장에 합류하는 느와르는 성능에 반해 아이템 몰아줬다가 해제 타이밍을 잘못 놓치면 당분간 고성능 아이템과 안녕이고 잠시 동료들이 이탈했을 때 캐릭터를 집중 육성하면 캐릭터 격차가 엄청 벌어진다) 등 게이머를 도와준다는 개념이 전혀 탑재되어 있지 않다. 당연히 무지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몫. 사양서에 페널티 없이 적들을 약화시키는 옵션이 있으니 괜찮다고 한다면 그런 걸로 무마하는 시점에서 제작진들이 하라는 디자인은 안 하고 기능 구현만으로 끝낸 직무태만이 문제라고 답하겠다. 과장 조금 보태서 데이터 옮겨서 구동할 줄만 알고 변수란 걸 모르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

초차차원게임 넵튠 리버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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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밉상일 때가 많다보니 DLC 캐릭터인 프루루트와 피셰, 사실상 2회차 특전인 여신 후보생들에게 이벤트다운 이벤트가 없는 점(여신 후보생은 탄생 이벤트와 진엔딩에서 짧게나마 대사라도 있지 프루루트와 피셰는 동료 합류 메시지 한 줄이 끝이다), 설원이 배경인 르위의 필드에서 보물상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점, 레벨 70 이상(이 작품, 레벨 70이면 엔딩도 본다) 혹은 장비를 제대로 준비한 레벨 50 후반부터 도전할 수 있는 일본 잡지의 DLC 특전을 초회 특전으로 제공한 점 등 게이머의 개인적인 호불호의 영역인 부분까지 이미지 악화로 이어진다 여기면 필자의 억측일까? 적어도 리버스의 평가에 보탬이 안 된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초차차원게임 넵튠 리버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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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을 시작으로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가 계속 나오는 원동력이 어디까지나 게임의 재미이지 성의나 대규모 예산이 들어간 화려함이 아니란 건 필자도 안다. 그러나 시리즈 세 작품 내내 이어진 악습과 매너리즘이 시리즈 첫 작품의 리메이크까지 이어지는 행태에 직전에 발매한 스핀오프 작품의 퀄리티를 보고 있자면 기대 반, 불안 반이다. 지금은 잘 나간다쳐도 언제까지 게이머들이 용인하고 즐겨줄 수 있을까? 리버스가 게임의 본연의 역할인 재미로 그 밖의 불만을 불식시켰고 대한민국에서는 현지화란 강력한 전용 무기까지 갖춰 단점보단 장점이 배는 더 많음에도 마냥 즐거워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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