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과는 다른 느낌의 어려움, 다크소울즈2
소울 시리즈는 확실히 어렵다. 그리고 다크소울2도 마찬가지다. 다크소울즈2를 하면서 느낀 첫 인상은 '도대체 어떤 변태가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는가'였고, 지금도 게임을 진행하면서 이런 감정을 자주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해보면 알겠지만 그런 다크소울즈2를 재밌게 하는 자신이 더욱 변태같다는 점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소울 시리즈는 정말 기묘한 시리즈이다. 어렵다고는 하지만 게임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에 클리어할 수 있기 마련. 게임을 접해보지 않은 게이머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보다 다크소울즈2는 더 할만하다. 오히려 난이도는 닌자 가이덴이 더 어려운 편이라고 생각하고 다수의 사람들도 이에 동의한다.
다크소울즈2는 정말 묘하게 어려운 게임이다. 적이 강해서 죽는다거나 캐릭터가 약해서 죽는다는 생각보다는 어처구니 없이 죽는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게임이다. 그렇다. 다크소울즈2라는 게임은 정확히 그런 게임이다. 전반적으로 게임에 등장하는 적들은 하나하나 약하다. 적들의 공격 모션에 맞춰 이를 회피하고 공격을 넣으면 된다. 이런 점에서는 몬스터헌터와 다른 점이 없다.
그러나 몬스터헌터는 넓은 지형에서 게임이 진행되지만 다크소울즈2는 좁은 지형에서 진행되는 것이 다른 점이다. 그렇기에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적들에게 둘러싸여 계속된 경직에 무능력하게 죽는 경우가 매우 잦다. 좁은 지형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함정에 당하거나 낙사하는 일도 자주 있는 일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많은 혈흔들을 볼 수 있고, 혈흔들을 조사하면 게이머들이 정말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죽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크소울즈2는 전작인 다크소울즈보다 더 어려워졌다. 전작은 가드나 뒤잡기, 구르기 같은 행동에 딜레이가 없다시피 한 탓에 게임을 진행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작은 다크소울즈 이전의 데몬즈 소울 시절로로 돌아가, 캐릭터의 동작이 매우 둔해졌다. 패링, 뒤잡기, 가드 뿐만 아니라 회복아이템인 ‘에스트병’을 마시는 행동조차 둔해졌다.
‘에스트병’의 경우는 전작이 5개로 시작하고, 화톳불을 밝히면 10개를 들고 시작할 수 있었다면, 이번 작은 딱 하나의 에스트병만 소지하고 시작하게 변경됐다. 전작에서 20개의 에스트병을 소지하는 과정이 크게 어렵지 않았음을 고려한다면 이번 작은 게임 종반까지 소지할 수 있는 에스트병이 10개를 넘지 않는다는 점만 보더라도 게임의 난이도가 어느 정도로 어려워졌는지 큰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다른 회복 아이템들의 종류도 확실히 늘어났기는 했지만 회복 속도가 느린 편이고 휘발성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에로사항이 생긴다.
시스템적인 면에서도 어려워졌다. 반복해서 죽을수록 망자화가 가속되어 캐릭터의 모양이 흉해지고 체력이 10%씩 줄어들게 된다. 최대 50%까지 줄어드는 HP는 적의 공격 한번에도 죽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 여기다가 다른 게이머가 침입해오는 ‘암령 시스템’은 이제 게이머가 망령상태여도 적용된다. 심지어 이제는 몇몇 필드의 경우, 게이머를 타인의 필드로 불러들여서 몬스터와 타 게이머를 같이 상대해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한 순간도 안심할 수 없도록 만드는 시스템들이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매우 쉬워진 부분도 있다. 더 어려워진 시스템과 동작 속도의 저하로 게임 난이도가 상승했지만 레벨 디자인이나 보스 공략법들은 오히려 더 쉬워졌다. 전작 다크소울즈의 레벨 디자인은 숏컷들을 이용해 개미굴처럼 정말 신기할 정도로 서로 연결이 되었고 게임의 플레이 과정도 숏컷을 열어가는 과정이였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이번 작에서는 단순히 직선으로 나아갈 뿐이다.
전작이 개미굴 같았다면(정확히는 베트콩의 참호같다만) 이번 작은 잘 만들어진 도로 같다. 서로 연결되는 지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도로의 끝이 다른 도로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스타팅 포인트로 돌아간다. 즉, 게임에서 퍼즐성이 많이 약해졌다. 전작에서 숏컷을 만들거나 진행을 위해서 다양한 퍼즐을 해결해야 했지만 이번 작에선 그럴 일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런 점은 게임의 스토리텔링에서도 드러난다. 전작이 불사라는 저주와 저주받은 세계에 놓여진 주인공이 콘셉트였다면 이번 작에서는 주인공이 저주를 해결하기 위한 여정을 다루고 있다. 이는 NPC들이 주인공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전작에서 NPC들이 주인공을 대하는 태도가 본인들과 똑같은 망자로 취급하는 정도였지만 이번 작은 망자의 저주를 끝낼 자로 취급된다. 즉 다시 말해서, 전작이 세계관이 우선이라면 이번 작은 캐릭터가 우선이 된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보스들의 디자인도 조금 색다르다. 전작의 보스들은 필드 위의 주인이라는 느낌이 강렬했고 세게관과 엮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번 작의 보스들은 문지기라는 느낌이 있다. 결정적으로 앞서 말한 직선적인 진행 방향의 레벨디자인, 스토리텔링과 더불어서 이런 보스들의 디자인 역시 진행 과정상의 차이를 전달하는 요소로 느껴진다.
원거리 공격이 상당히 효과적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게임 난이도를 낮추는 점이다. 거의 모든 지형, 보스들에게 원거리 무기가 효과적이다. 반대로 근접전만을 고집한다면 게임은 말도 안 되게 어려워진다. 단순히 몬스터들과의 전투부터 시작해서 함정 그리고 아이템 파밍에 이르기까지 근접전은 불리하다. 게임이 균형 잡힌 육성을 장려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원거리 계열, 특히 마법의 위력이 너무 강하다는 것은 큰 변함이 없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결국 다크소울즈2다. 게임이 어려움에는 변함이 없다. 달라진 점이라면 게임이 좀 더 중세 판타지스럽게 변했다는 점과 전투가 매우 전략적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시스템상의 어려움도 추가 되었고 그래픽은 부분적으로 상향되었다. 게임을 즐기면서 게임에 실망하게 만드는 요소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완벽했던 체험이었고, 아직도 나는 다크소울2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게임의 깊이는 전작만큼은 아니다. 특유의 암울한 전작의 분위기는 중세 판타지스러운 분위기에 많이 희석되었고, 그 때문에 게임을 즐기면서 전작에서 느꼈던 암울하거나 필드에 위압감을 느끼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이러한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만약 진짜 RPG를 원하고, 양육 당하는 느낌의 게임을 싫어한다면 다크소울즈2는 그야말로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추가적으로 이야기하자면 PC판의 경우는 나쁘지 않다. 모드의 지원으로 그래픽은 여타 고사양 게임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고, 전작의 GFWL대신 스팀 서버를 활용해서 이용자 수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조작 인터페이스적인 부분은 오히려 퇴보했기에 패드를 사용하는 것을 전작의 PC판에서 그랬던 것만큼 권하고 싶다. 만약 마우스와 키보드를 고집하겠다면, 마우스의 버튼입력을 키보드의 키 입력으로 인식하게 하는 프로그램의 설치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자세한 정보는 x마우스 버튼으로 검색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