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해외 게임사들, '게임 한류' 안방 점령 가속화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2부 : 안방 내준 게임 한류]
2화. 해외 게임사들, 게임 한류 안방을 점령한다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난해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우리나라 지적재산권 수지 현황 및 향후과제'에 따르면, 한류 관련 업체들의 지적재산권 수입은 2011년 6억 8천만 달러(한화 약 7,600억 원)에서 증가한 2012년 8억 달러(한화 약 8,900억 원)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놀라운 것은 그 세부내용이다. 영화, 음악, 드라마 게임 등의 분야를 포함한 한류 관련 업체들이 기록한 8억 달러 중 무려 80%가 넘는 6억 8,0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익이 게임분야에서 발생한 것이다. 더욱이 이는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전세계에 ‘한류 열풍’을 확산시킨다며 각종 메이저 언론사에서 연일 보도를 아끼지 않던 시기다. 겉으로는 연예인들이 일으킨 ‘한류 열풍’이었지만 실제 매출은 게임업계에서 고군분투하며 기록한 셈이다.
이처럼 10년이 넘도록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전세계에 ‘게임 한류’ 흐름을 주도하던 한국의 게임시장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바로 해외 게임사들의 거센 침공으로 국내 안방 시장을 내주며 그 뿌리가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가장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이다. 한국의 게임 산업은 ‘온라인 강국’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온라인게임이 강세를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지난 2010년에는 국내 게임 수출액 1,606만 달러(한화 약 160억 원) 중 90%가 넘는 1,544만 달러(한화 약 157억 원)가 온라인게임에서 집계될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막강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온라인게임 시장은 격변을 맞게 된다. 바로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피파온라인3 등의 해외 게임들로 인해 국내 온라인게임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다.
온라인게임의 직접적인 순위 비교로 사용되는 PC방 점유율을 보면 2014년 상반기까지 LOL이 점유율 30% 선을 오르내리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무려 2년이 넘는 109주 연속 1위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한, EA 서울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피파온라인3의 경우 20% 내외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 이들 두 해외게임이 무려 5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비교하자면 블레이드&소울, 아키에이지, 테라 등 수백억의 개발비가 투입된 게임들을 모두 합쳐도 LOL 하나를 넘지 못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작 온라인게임 역시 그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발표한 ‘등급분류 신청 현황’에 따르면 2013년 등급분류를 신청한 PC, 온라인게임의 수는 지난해 922건에 비해 무려 40% 이상 감소한 522건에 불과했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으로 온라인게임이 영향력이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게임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드물어질 정도로 급격히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웹게임의 경우 국내 개발사들이 완전히 손을 놓았다. 현재 정식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웹게임 중 다음게임에서 서비스 중인 '삼국야망'과 '아케인하츠' 등의 몇몇 게임을 제외하면 국내 개발사에서 만든 게임은 없다시피 하다. 더욱이 올해까지 출시된 웹게임 중 국내 게임사에서 개발한 게임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온라인게임 강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기록했던 한국 온라인게임들이 이제는 텃밭에서 마저 '개발을 꺼려하는'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최근 급격한 성장으로 국내 게임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모바일게임 역시 해외 게임사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현재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전세계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권에 한국 게임이 다수 포진해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모바일 앱 분석, 통계 전문 기관 디스티모에서 발표한 2013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은 약 120억 달러(한화 약 12조 2,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며, 이중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약 10%를 차지해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급속한 성장과 시장의 특수성에 주목한 거대 게임사들이 거대한 자본력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개발사들의 기술력 확보가 매우 쉬운 기업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도 이들의 관심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100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으며 구글 마켓 매출 상위권에 오른 '크래시오브클랜'의 슈퍼셀이 그 예다. '크래시오브클랜'은 핀란드의 개발사 슈퍼셀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게임으로, 지난 2012년 출시 이후 140여개 마켓에서 1위를 차지함과 동시에 연간 1조 원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글로벌 히트작이다.
이렇듯 전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슈퍼셀은 지난 3월 한국 지부를 설립한 이후 엄청난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게이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공중파 3사에서 방영된 TV 광고와 영화관 광고,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의 전면 옥외광고를 비롯해 유명 인터넷 포털과 커뮤니티 사이트의 배너광고까지 국내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광고 플랫폼에 ‘크래시오브클랜’의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 같은 대규모 마케팅은 곧바로 성적으로 나타났다. 구글 머켓 매출 순위 50위권 밖에 머물러 있던 '크래시오브클랜'은 본격적인 프로모션에 돌입한 4월 이후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지난 6월 구글글플레이 매출 10위 권에 진입했으며, 지난 7월 4위에 오른 이후 꾸준히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인정받은 게임성과 막강한 자본력이 더해져 국내 게이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것이다.
중국 게임사들의 약진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과거 스마트폰게임 시장 초창기 중국산 모바일게임들은 국내 게이머들의 정서와 맞지 않는 분위기와 부족한 기획력으로 외면 받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한국 지사를 설립하며 다년간의 서비스를 통해 쌓인 노하우로 게이머들을 공략하고 있으며, 급격히 성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유명 퍼블리셔가 군침을 흘릴만한 완성도 높은 게임을 선보이며,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일찍이 국내 서비스를 진행하며 '암드히어로즈', '레전드오브킹'을 성공시킨 '쿤룬'을 비롯해 뛰어난 완성도와 연예인 마케팅으로 인기를 얻은 ‘미검’을 서비스 중인 ‘추콩’, 넥슨이라는 대형 퍼블리싱사를 통해 완성도 높은 중국 RPG를 선보인 ‘삼검호’ 등 이미 중국 게임사들은 착실히 내실을 다져가는 중이다.
이처럼 한국 문화 콘텐츠 수출을 이끌어가며 전세계에 ‘게임 한류’을 주도한 국내 게임사들은 이제 한류는커녕 안방을 지키는 데 급급할 정도로 해외 게임사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해외게임사들의 거센 도전이 시작된 시점이 정부가 본격적으로 게임 규제 정책을 시행한 2010년 이후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12년 셧다운제가 시행된 이후 이어진 강도 높은 게임 규제로 국내 게임사들이 혼란을 겪는 사이, 해외 게임사들의 적극적인 '한국 진출 러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하나의 산업군을 보호하기 위한 그 어떤 정책도 내놓지 않은 채 연이어 강도 높은 규제를 이어가 게임 산업 자체가 흔들렸고, 이는 곳 해외 거대 게임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인터넷상에서 간단히 페이지에 가입하게 하는 등 온라인쇼핑이나 게임, K POP 등의 콘텐츠 산업을 더욱 활성화하기로 하는 규제 완화안을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포괄적인 규제 완화안에 비해 국내 게임사들의 목을 죄어오는 규제법들은 여전히 줄줄이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다 무차별 죽이기 식의 보도로 결국 일본 만화로 도배된 만화산업처럼 게임산업도 해외 게임사들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한 개발자의 농담이 이제는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