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메탈슬러그 디펜스

SNK라는 이름은 90년대에 오락실 좀 다녔다고 자부하는 이들에게는 잊기 어려운 이름이다. 아랑전설 시리즈, 용호의 권 시리즈, 사무라이 스피리츠 시리즈와 킹오브파이터즈 시리즈를 성공시키며 캡콤과 함께 2D 격투게임 전성기를 이끌었던 곳이 SNK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하락세를 보이며 예전의 명성을 잃어버린 이후 도산했으나, 플레이모어에 인수되며 SNK 플레이모어로 부활한 다소 복잡한 이력을 갖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SNK 플레이모어로 부활하기는 했으나 이후 이들의 행보는 게이머들이 추억하는 과거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열성 게이머들 중에는 도산 직전의 SNK가 만든 게임만을 정통 SNK 게임으로 인정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게임의 만듬새에서 SNK 시절과 SNK 플레이모어가 만든 게임은 차이가 있었다.

한동안 부침을 겪으며 SNK 플레이모어는 비디오게임, 아케이드게임 개발보다는 일본 내에서 파칭코 사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애초에 플레이모어가 파칭코 전문업체였기에 이러한 행보가 어색할 것은 없지만, 과거 SNK에 대해 좋은 추억을 지니고 있는 이들에게는 아쉬울 수 밖에 없는 행보였다. 물론 파칭코만 내놓은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킹오브파이터즈 캐릭터가 등장하는 비행슈팅게임을 만든다거나 하는 식이었다는 점이다.

메탈슬러그 디펜스
메탈슬러그 디펜스

그랬던 SNK 플레이모어였기에 메탈슬러그 디펜스가 나온다는 소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또 좋은 IP를 이상하게 써먹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막상 접해본 메탈슬러그 디펜스는 우려와는 전혀 다른 게임이었다. 메탈슬러그 디펜스는 소위 말하는 ‘꿀잼’을 게이머들에게 선사하며 호평을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내가 올해 가장 열심히 플레이 한 모바일게임이 아닌가 싶네. 게임의 템포가 워낙이 빠르고 공격적이어서 이건 디펜스게임이 아니라 오펜스게임이라고 하는 게 맞지 않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말야.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엄청나게 열심히 하시더군요.
까는 놈: 원래 디펜스게임을 좋아하기도 해. 내가 가진 유닛을 최대한 활용해서 적을 막아낸다는 것이 재미있거든. 요즘 나오는 디펜스게임들은 각 유닛마다 갖고 있는 스킬을 활용하기 때문에 액션게임을 즐기는 느낌도 들고 말야.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평가가 굉장히 좋아요. SNK 플레이모어가 만든 게임 중에 평가가 가장 좋은 게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편드는 놈: 명작 IP를 활용해서 원작과는 다른 장르의 게임을 만들려는 시도는 흔한 것인데, 그 결과물까지 좋게 나오는 사례는 뜸했죠. 메탈슬러그 디펜스는 명작 IP 재활용의 아주 좋은 사례에요. 메탈슬러그하면 ‘최고 수준의 2D 도트 그래픽’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로 사람 손으로 일일이 도트를 찍어서 만든 게임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메탈슬러그에서 찾을 수 있었죠. 이렇게 축적된 2D 도트 데이터가 그대로 디펜스게임으로 옮겨졌으니, 일단 그래픽과 캐릭터 동작구현 면에서는 여타 디펜스게임을 완전히 압도합니다.

메탈슬러그 디펜스
메탈슬러그 디펜스

까는 놈: SNK 플레이모어가 메탈슬러그4, 5에서 2D 도트 데이터를 울궈 먹는 행태를 보였는데… 이런 울궈 먹는 행태를 다른 장르에서 시도하니 그게 새로운 모습으로 느껴지는 건가. 소스 재활용도 분위기 맞춰가면서 하면 좋은 결과와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훌륭한 사례다. 세상을 살리는 재활용이 SNK 플레이모어도 살리는구나.

말리는 놈: 사실 게임에 사용된 그래픽 소스뿐만 아니라 사운드와 음악까지도 메탈슬러그에 사용된 것들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까는 놈: 장르가 바뀌었다는 것 제외하면 오리지널 요소는 거의 없다고 봐도 돼. 다만 적으로 등장하는 보스 캐릭터들은 공격 패턴이 아주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이 정도로는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할 수 없지.

편드는 놈: 소스 재탕이라고 하지만 게임이 재미가 없다고는 못 해요. 정작 선배도 열심히 즐기고 있지 않습니까?
까는 놈: 나는 재미 없다고 한 적 없어 -_- 우선 디펜스게임치고는 굉장히 즐길거리가 많아.

편드는 놈: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방식의 기본적인 모드를 시작으로 요일마다 달라지는 보스배틀, 한정된 유닛으로 주어진 임무를 달성해야 하는 미션모드 등 즐길거리가 제법 많아요. 특히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미션모드는 상대의 공격패턴과 내가 지닌 유닛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정확한 타이밍에 적절한 유닛을 생산해야 하는 퍼즐게임에 버금가는 재미를 줍니다.

편드는 놈: 각 캐릭터가 빛날 때 이를 터치하면 스킬을 쓸 수 있는데, 각 유닛이 지닌 특성이 너무나 다양하고, 스킬을 사용하는 타이밍에 따라 위기를 넘길 수도 있어서 전략성이 상당히 높아. 물론 비싸고 강한 유닛을 잔뜩 모아서 물밀듯이 적들을 몰아세우면 클리어할 수도 있지만, 이런 방법만 갖고는 클리어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서 자연스럽게 게이머들은 머리를 쓰게 돼요.

특히 보스전에서 그 진가가 드러나죠. 상대의 공격패턴을 예상하고, 적절한 시기에 적을 뒤로 물러나게 만들어서 공격을 무효화 시키려면 상대의 빈틈을 노리고 내 유닛의 생산 시기를 조율해야 하거든요.

까는 놈: 스킬의 존재가 게임성을 크게 바꿔놨다는 이야기인데. 미션모드를 제외하면 어차피 이 게임도 유닛을 대량으로 생산해서 물량으로 적을 밀어버리는 식으로 플레이를 하게 돼. 한정된 공간에 유닛을 대량으로 만들게 되면 필연적으로 캐릭터들이 겹치게 되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면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유닛의 스킬을 쓴다는 건 꿈도 못 꾸게 돼.

메탈슬러그 디펜스
메탈슬러그 디펜스

더군다나 유닛의 특성이 다양하다 했는데, 유닛과 유닛의 밸런스가 좋은 편은 아니야. 흔히 말하는 OP 유닛이 있어서 이것만 갖고도 게임을 클리어 할 수 있어. 너무나 쉽게. 쓰는 유닛만 쓰게 된단 말이야. 초창기의 트레버나 그 이후의 달팽이, 원주민처럼 말이지.

웃기는 게… 이런 IP를 활용한 게임은 당연히 주인공 캐릭터들이 강할 거라고 생각을 하고, 비싼 유닛이 더 좋을 거라고 예상을 하게 되는데. 이 게임은 꼭 그렇지가 않다. 주인공보다 좋은 유닛도 널리고 널렸고, 비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니거든.

그렇다면 유닛을 구매하기 전에 이 유닛이 어떤 공격을 하고 어떤 능력치를 지녔는지를 알아야 합리적으로 구매를 하고, 원하는 덱을 짤 수 있는데, 이 게임에선 그런 점을 전혀 알려주지를 않아. 게이머에게 알려주는 정보가 너무 없어.

말리는 놈: 좋은 유닛을 주로 활용하게 되는 건 디펜스게임에서 당연한 거 아닙니까? 뭐 당연한 걸 갖고 뭐라고 하고 그럽니까. 유닛 정보를 미리미리 확인할 수 없다는 건 인정하겠습니까.

까는 놈: 너 요즘 TV쇼 진품명품보냐?
말리는 놈: 왜요?
까는 놈: 왜 남의 소감을 평가하고 앉았어 -_- 평가단이냐?

편드는 놈: 멀티플레이를 지원한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유닛을 구성해서 만든 내 부대로 상대방과 겨룰 수 있다는 건 기존 디펜스게임에선 쉽게 찾아보기 어렵거든요.

까는 놈: 아. 이건 확실히 집고 넘어가야돼. 모드가 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모드를 ‘즐길 수’ 있어야 의미가 있는데, 메탈슬러그 디펜스의 멀티플레이는 즐길 수 없는 수준이야. 매칭이 되고 안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렉 문제 때문에 제대로 된 대전이 사실상 불가능해.

아까 너는 이 게임의 최대 장점이 유닛의 스킬을 활용한 전략성에 있다고 했는데, 멀티플레이에선 랙 때문에 내가 원하는 스킬을 내 마음대로 쓸 수가 없어. 결국 기본 능력이 출중한 애들을 최대한 빨리 뽑아서 많이 내보내는 게 승리공식이라고.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 완전히 사라진 모드가 무슨 의미가 있냐.

결국 내가 갖고 있는 비싼 유닛을 얼마나 많이 강화를 했냐로 게임의 승패가 귀결되는데, 이거처럼 김 빠지는 게 없거든. 승패가 사실상 처음부터 갈린 것이니까.

말리는 놈: 그런데 선배는 이 게임 그렇게 열심히 했으면서 뭐 마음에 드는 점은 없습니까? 가끔은 칭찬도 좀 하고 그래봐요.

까는 놈: 보상체계? 현금으로 구매해야 하는 캐시를 게임을 하면 의외로 많이 얻게 돼. 이것만 모아도 시나리오 모드 클리어 하는 데 필요한 유닛 정도는 마련할 수 있으니까, 일반적인 게임 진행에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

편드는 놈: 그런데 결국은 돈과 관련된 것만 칭찬하시네요… 요즘 툭하면 돈 이야기 하시는데 요즘 많이 힘드십니까?;
까는 놈: 난 안 힘들어도 돈 이야기 할 꺼야 -_- 하여간에 이 게임은 디펜스 장르를 좋아한다면 과금 부담 없이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야. 하지만 편의성 부분에선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어. 콘텐츠 업데이트를 굉장히 꾸준히 하는 게임인데, 가끔은 콘텐츠 말고 편의성, 시스템에 대한 업데이트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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