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기회의 땅 독일에서 새출발, 한국 스타트업의 창업기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5부 : 위기를 넘기려는 국내 게임사들
1화. 기회의 땅 독일에서 새출발, 한국 스타트업의 창업기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과 나날이 강해지는 규제에 지친 한국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해답을 찾고 있다. 게임의 글로벌 수출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고, 아예 회사를 해외로 이전할 계획을 가진 회사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양질의 콘텐츠를 원하는 해외 국가들은 한국보다 더 많은 지원을 약속하며 실력 있는 한국 게임사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전부터 한국 게임사들의 실력에 높은 관심을 보인 중국 뿐만 아니라 게임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의 독일, 영국 등도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렇다보니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K-IDEA)와 공동으로 900개 국내 게임회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정부지원 및 세금감면 등 혜택이 주어지는 해외로 이전하고 싶다고 응답한 회사가 무려 80.5%로 집계되기도 했다. 어차피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하니 한국에 얽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도 통하지 않은 해외에서 새롭게 회사를 만든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에 게임동아에서는 실제로 독일에서 회사를 설립한 스타트업 JNJ의 조성운 대표를 만나 그동안의 경험담을 들어봤다.
Q : 한국을 벗어나 독일에서 회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 퇴근 후 독일산 맥주를 마시면서 좋아하는 분데스리가 경기를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다.(웃음) 갈수록 늘어나는 규제와
치열한 경쟁. 한국은 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쉽지 않은 국가가 되어버렸다. 어차피 해외 도전이 해결책인 만큼 한국에서 고생하느니 아직 성장기인
해외에서 창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그 중에서 독일을 고른 이유는 유럽 경제의 중심인 만큼 그만큼 시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Q : 독일 게임산업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A : 북미처럼 큰 규모의 게임사는 없지만, 인디 게임 개발사들이 많은 편이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독일에서 게임산업은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많지만 아직 콘솔이 주력이고, PC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곳은 콘텐츠를 구입해서
즐기는 것에 거부감이 별로 없으며, 노년층도 지식인층이 많기 때문에 컴퓨터에 익숙하다. 현재 TV 광고를 보면 홈쇼핑 광고 등 인터넷과
관련된 상품들이 주가 되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포함한 IT 산업 전체가 풍부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Q : 불과 얼마 전까지도 독일은 PC와 인터넷 속도가 빠르지 않아 온라인 게임 서비스가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모바일도 LTE 보급이
우리나라처럼 빠르지 않다고 들었다.
A : 독일은 유명한 게임엔진인 크라이엔진을 만든 크라이텍을 배출한 나라다. 유럽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국가인 만큼 당연히 기술력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이것은 이곳 사람들의 정서에 관여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은 태어나면서 아이에게 통장을 만들어주고, 커가면서 필요한
물품을 자신의 통장에 입금된 자기 돈으로 사게 만든다. 그로 인해 꼭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기존에 쓰든 것을 계속해서 아껴 쓰는 정서가
일반적이다. 기존까지는 콘솔 게임을 주로 즐기다보니 관련없는 인터넷 속도와 PC 사양을 신경쓰지 않았던 것 뿐이다. 당연히 스마트폰도
교체주기가 매우 길다. 지금이야 스팀 등 다운로드 플랫폼의 인기가 많고, 콘솔 게임도 다양한 온라인 기능을 지원하고 있으니, 예전보다 인터넷
속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Q : 최근 독일에서 한국을 방문해 지원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원이 많은가?
A : 독일은 국가 차원의 지원 정책이라기보다는 지역 주 단위에서 자체적인 움직임이 활발하다. 독일인들은 매우 철저하기 때문에 조건이
까다롭긴 하지만, 조건을 완벽히 충족시키면 확실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착각하면 안되는 것은 이것이 한국기업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세계 다양한 국가의 회사들이 공평하게 같은 조건에서 지원을 받기 위한 경쟁을 하며, 정확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다면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여기서는 모두 자기 하기 나름이다.
Q : 독일에서 회사를 설립하는게 쉬운가?
A : 독일은 신용을 매우 중시 여기는 나라다. 법적인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용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어렵다. 우리도 독일에 와서
법인 등록을 하기까지 4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다만, 해외에서 알려진 기업이 지사를 설립하는 것은 이미 신용도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는 것보다는 쉬운 편이다. 그리고 법인 설립 후 독일 산업에 어떠한 기여를 할 것인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Q : 한국에 대한 이곳의 인식은 어떠한가?
A : 솔직히 오기 전에는 차붐의 나라, 혹은 온라인 게임 강국인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많이 알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그냥 아시아의 한 국가에 불과하다. 손흥민이 활약하고 있는 레버쿠젠에 가면 혹시 알지 모르겠다. 혹은 차붐이 활약하던 시절부터 축구를 봤던
프랑크푸르트 할아버지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NRW) 연방주가 발표한 내용은 전세계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해당되는 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Q : 한국에서는 게임과몰입에 대한 규제로 난리다. 독일에서는 어떠한가?
A : 여기서는 게임을 그냥 하나의 놀이문화로 인식을 한다. 자신의 연령대에 맞는 게임만 즐긴다면 문제시 하지 않는다. 이곳은 노동기준이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가정에 투자한다.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게임 등 아이들의 관심사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고 함께 즐긴다. 손녀가 할머니의 스마트폰에 게임을 설치해주고, 할머니가 손녀에게 하트를 선물하는 것, 그리고 게임쇼에
부모와 아이가 손잡고 오는 것이 이곳에서는 이상한 풍경이 아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게임을 즐기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으로 남들과 토론을 즐기는 테이블 문화가 발전했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보드 게임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런 문화가 많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Q : 한국은 모바일RPG가 강세인데, 유럽, 특히 독일에서 특별히 유행하는 장르가 있나?
A : 유럽 시장은 특별히 유행하는 장르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스포츠, 특히 축구가 절대적인 인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논외로 하는게 편하다. 몇백년 동안 계속된 전쟁의 무기가 총칼 대신 축구공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장르는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퍼즐이나 꾸미는 재미를 강조한 SNG 등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Q : 독일 이전을 꿈꾸는 회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 현재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은 스타트업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기회의 땅이라 생각한다. 성장 가능성도 높고,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불하는 문화가 퍼져 있다. 다만, 겉으로 알려진 지원 정책에 혹해서 아무런 준비없이 왔다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곳은 다 자기 하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