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CBT 앞둔 ‘베이비페이스 어쌔신’ 루나: 달빛도적단
“양산형 게임이 또 나왔다는 이야기는 듣기 싫었어요. 결코 그런 게임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는 1월 15일부터 비공개테스트에 돌입하는 루나: 달빛도적단을 개발한 BH게임즈의 조홍섭 PD는 인터뷰를 말미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자신에 찬 어조였다.
루나: 달빛도적단 캐주얼 MMORPG라는 장르명을 내건 게임이다. 한때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캐주얼 MMORPG를 표방하는 게임들이 대거 출시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만의 장점을 크게 부각시키지 못 하면서 게이머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간 게임이 대다수였다. 이러한 기억 때문인지 게이머들 중 적지 않은 수는 캐주얼 MMORPG라는 단어만 들어도 그렇고 그런 양산형 게임을 떠올리고는 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루나: 달빛도적단 역시 이러한 양산형 게임의 연장선에 있는 게임으로 오해 받기 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똑같이 캐주얼 MMORPG 장르의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루나: 달빛도적단은 ‘캐주얼’ 보다는 ‘MMORPG’라는 요소에 초점을 더 맞추고 있다.
생활형 콘텐츠보다는 사냥, 경쟁 요소에 집중하고 있으며, 캐주얼게임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의 6등신 비율은 이러한 사냥, 경쟁에 필연적으로 따르게 되는 액션을 더욱 속도감 있고 시원시원하게 그려내기 위한 장치로 채택된 것이다.
‘베이비페이스 어쌔신’(Baby-faced Assasin). 우리말로 번역하면 ‘동안의 암살자’ 정도로 해석되는 이 단어는 순진무구한 외형을 지니고 있지만 속내는 냉혈한 이를 일컫는 표현이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공성전, PK 등에 집중하는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이 있을까?
루나: 달빛도적단을 개발한 BH게임즈의 조홍섭 PD 유문현 기획팀장을 만나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이 말하는 루나: 달빛도적단은 어떤 게임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 것인지에 대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질: 테스트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소감이 어떤가?
답: (조홍섭 실장)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이 얼음이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버가 버텨줄까, 클라이언트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가장 걱정되는 것은 우리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걸 유저들도 그리 느낄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다.
질: 개발 기간은 어느 정도 걸렸고, 개발진은 얼마나 투입이 됐는가?
답: (조홍섭 실장) 햇수로 3년, 만으로 2년 반 정도 걸렸다. 2012년 6월에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했고, 27명의 개발진이 투입됐다.
MMORPG를 개발하면 일반적으로 아트 쪽에 가장 많은 인원이 투입된다. 엘스(과거 개발 중이던 루나S)의 그래픽 에셋을 인수해서 다시
사용했다고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사실 기본적인 틀만 갖춰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양적인 면도 보충했다.
아무래도 개발진이 많지 않아서, 디테일을 강조하는 식으로 그래픽을 개발하지는 않았다. 한정된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전반적인 외형과 느낌을 살리는데 주력해서 개발했다.
질: 캐주얼 풍의 그래픽을 택한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인가?
답: (조홍섭 실장) 실사풍으로 게임을 개발하면 아무래도 작업에 손이 더욱 많이 간다. 광원 등의 작업에도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고 높은
스펙의 엔진도 활용해야 한다. 이러다보면 필연적으로 인력이 많이 필요하게 되는데, 우리는 그런 식으로는 경쟁하고 싶지 않았다.
캐주얼 풍의 그래픽을 통해 얻는 이득도 있다. 좀 더 자유롭게 동작을 표현할 수 있고, 액션성이 부각된다. 어지간한 피규어들이 이러한 등신대를 갖고 있는데, 이러한 등신대가 갖고 있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
질: 하지만 자칫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는 부분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이 게임은 캐주얼 요소보다는 MMORPG 요소에 더욱 집중한
게임이라고 공개하지도 않았나.
답: (조홍섭 실장) 당연히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말랑말랑한 캐주얼 RPG라고 나온 게임 중 최근 1년 이상 버틴 게임이 없다. 결국
MMORPG를 이끌어 가는 것은 사냥과 전쟁이다. 이런 것이 갖춰진 이후에 생활형 콘텐츠가 부가적인 요소로 다뤄져야 한다.
아무래도 시각적인 부분으로 인해 생기는 오해는 감수를 해야 할 것 같다. 과거 마비노기나 드래곤테스트처럼 캐주얼 풍의 그래픽을 선보이면서도 하드코어한 게임성을 지니고 있지만 잘 된 사례가 있기에 이런 식의 시장 공략이 승산이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질: MMORPG 요소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래도 명색이 캐주얼 MMORPG라면 캐주얼 요소에도 신경을 썼을 것이라 생각된다.
답: (조홍섭 실장) 채집과 제작 등 기본적인 생활형 콘텐츠는 갖추고 있다. 여기에 예쁜 것들을 수집하기 원하는 이들을 위해 콜렉팅 요소를
추가했다. 아이템이나 호문쿨루스 등을 예쁘게 제작해서 자연스럽게 이들을 수집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옷이나 탈 것도 자신이
원하는 예쁜 모습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부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질: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을 노리는 것인가? 아니면 둘 다 노리는 것인가?
답: (조홍섭 실장) 해외 시장의 입맛을 확실히 알 수는 없기에 게임성 자체는 국내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췄다. 글로벌 시장 공략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먼저 자리를 잡는 게 우선이라 본다. 해외는 국내와는 정서가 다르기에 이를 고려하다가 자칫 게임이 어중간하게 될 수
있다.
질: 이전 간담회에서 테마파크와 월드에 비유하며 MMORPG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 둘의 차이를 설명해달라.
답: (유문현 팀장) 테마파크에 비유한 것은 기획자가 룰을 짜고 그에 맞춰 즐겨야 게임을 완료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콘텐츠를 완료하라고 유도하는 방식의 게임을 이야기했던 것이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성공하면서 이런 방식이 크게 유행이 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콘텐츠를 계속해서 유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으며, 대부분의 게임이 게이머들의 콘텐츠 소모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워한다.
월드에 비유한 것은 게임 내에서 틀만 잡아주고 그 안에서 게이머들의 행동 자체에서 재미를 찾도록 했다는 이야기다. 경쟁거리를 만들어 주고
그것을 위해 게이머들이 자연스럽게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조홍섭 실장) 계속해서 ‘꺼리’를 던져줄 것이다. 하지만 게이머들을 강제적으로 컨트롤하지는 않겠다. 항상 게이머들은 개발자의 예상 밖의
방식으로 게임을 즐긴다. 게이머들의 이러한 의외성을 충족시킬 것이다.
질: 요즘 워낙 극단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월드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쟁을 펼칠 수 있는 게임이라 설명을 하면 자칫 다양한
콘텐츠 공급이 없는 게임으로 인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답: (유문현 팀장) 완벽하게 짜여진 콘텐츠를 제공한다기보다는 하나의 경쟁요소가 준비된 공간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것이다.
(조홍섭 실장) 특정 지역에서는 몰이사냥을 할 수 있고 퀘스트를 안 해도 레벨링을 빨리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네임드 몬스터를 잡아서 파밍을 할 수도 있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각 지역마다 다른 형태의 경쟁이 벌어지게 되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세력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필연적으로 자리싸움에 기반한 대립이 생기게 된다.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질: 게이머들 사이의 대립이 벌어진다면, 이를 제제할 것인가 아니면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인가?
답: (조홍섭 실장) PvP가 단순히 카오수치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루나: 달빛도적단의 캐릭터들은 플레이 방식에 따라 D&D의 평판
시스템에 기초한 윤리적 성향을 지니게 된다. 각 성향을 나타내는 십자축의 어느 곳에 위치할 것인지는 게이머가 게임을 어떻게 즐기냐에 달렸다.
이 성향 얘기를 꺼낸 이유는 솔로 플레이어들에 대한 배려를 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길드 위주로 가면 각 캐릭터의 성향이 사실상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게다가 길드 활동을 하려면 상당히 많은 의무가 따르며 그래야만 혜택을 받게 된다. 결국 하드코어 유저만 혜택을 받게 되는 식이다.
그렇지 않은 이들, 싱글 게이머를 위한 배려를 하고 싶었다. 혼자 게임을 즐기는 이들도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해서 각 가문과 용병 계약을 하고 한시적으로 가문의 일을 같이 하고 보수를 받게 될 것이다. 굳이 길드에 들지 않아도 게이머 개개인이 유명해지면 길드와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질: 용병 시스템은 이번 비공개테스트에서도 즐길 수 있나?
답: (조홍섭 실장) 이 시스템은 공개서비스 단계에서 선보일 것이다.
질: 이번 테스트에서 공개되는 콘텐츠 분량은 어느 정도인가?
답: (유문현 팀장) 무기는 13개가 공개된다. 주무기 7개 보조무기 6개로 준비된 무기가 모두 공개된다. 캐릭터 레벨은 35레벨까지
성장시킬 수 있으며 마법책을 제외한 모든 스킬이 공개된다.
던전 2개를 선보일 것이고 각 던전은 쉬움과 보통 모드로 즐길 수 있다. 쉬움 모드는 적정 레벨의 캐릭터라면 혼자서도 무난히 즐길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정했고, 보통 모드는 파티플레이 위주로 아이템 파밍을 즐기게 구성했다. 공개서비스를 시작하면 어려움 모드도 공개할 것이다.
(조홍섭 실장) 클베는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클베때 게임을 즐긴 이들이 게임을 꾸준히 즐기게 만들 자신이 있다. 이 게임의 어느 부분이 허들로 작용할지를 찾아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콘텐츠는 양파처럼 계속해서 열리게 될 것. 공성 콘텐츠도 준비 중인데 이는 공개서비스 후 첫 번째 업데이트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질: 게이머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답: (조홍섭 실장) 비주얼적인 부분이 기대하는 게임성과 간극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선입견을 넘어서면 이 게임의 본질이 보일 것이다. 양산형
게임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듣기 싫다, 결코 그런 게임을 만들지 않았으니 많은 기대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