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게임히스토리] 위아래로 흔들리는 그녀들의 격투게임 DOA -2부
해당 기사는 '[조영준의 게임히스토리] 위아래로 흔들리는 그녀들의 격투게임 DOA -1부'(http://game.donga.com/78519/)와 이어집니다.
전편에서 설명 했듯 오랜 시간 이어지며 쌓여온 스토리와 남성들의 눈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풍부한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DOA가 지닌 가능성은 게임을 넘은 그 이상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뛰어난 구성을 지닌 소설이 영화로 탄생하고, 애니메이션 혹은 만화 캐릭터들이 피규어, 장난감 등으로 등장해 큰 수익을 거두었듯, 게임 역시 여러 장르에 진출해 게이머를 넘어 더 많은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콘텐츠를 선보인 것이 사실이었다. DOA 역시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대전격투 장르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기 시작한다.
사실 여성 캐릭터만 등장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DOA는 남성과 여성 캐릭터의 비율이 5:5를 유지할 정도로 남성 캐릭터가 다른 게임에 비해 부족하지 않은 게임이다. 특히, 수 많은 이들에게 명작 게임으로 기억되는 ‘닌자 용검전’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슈퍼 닌자 ‘류 하야부사’가 1편부터 등장해 그 특유의 포스를 유감없이 발휘했으며, 레슬링, 쿵푸, 절권도에 이르기까지 여러 무예를 구사하는 개성 넘치는 남성 캐릭터들 역시 게이머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기도 했다.(하야부사를 제외하고 선택율이 매우 낮아서 문제지만)
이렇듯 대전격투게임으로써 스토리, 격투시스템 부분에서 완성도를 높인 DOA 시리즈. 그러던 2003년 DOA를 제작한 '팀 닌자'는 ‘Dead or Alive Xtreme Beach Volleyball’(이하 데드오어얼라이브 익스트림 비치발리볼 / 이하 DOAX)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게 된다. 바로 여성 캐릭터들만이 등장하는 ‘비치 발리볼’이라는 소재를 통해 대전격투가 아닌 완전히 다른 장르의 게임을 만들어낸 것이다.
‘파라다이스 같은 해변에서 즐기는 미녀들과의 배구’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DOAX’는 이전 시리즈와 완전히 다른 스핀오프(등장인물이나 상황에 기초하여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작품으로, 출시 소식이 전해지자 수 많은 게이머들이 환호할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게임이었다.
기본적인 게임의 진행은 여성 캐릭터를 선택해 게임 내에서 다양한 미니게임을 즐기고, 비치 발리볼을 진행해 다른 캐릭터와 호감도를 높이는 등의 단순한 콘텐츠로 구성됐지만, 게임에서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당시 최고의 기술력이 더해진 캐릭터들의 외형과 기록적인 수의 ‘수영복 코스튬’.
단순한 원피스에서부터 시작해 ‘비키니’, ‘마이크로 비키니’ 등의 수영복부터 ‘슬링 샷’에 이르기까지 시중에서 판매되는 모든 수영복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상상에서만 존재했던 수영복이 등장하는 등 약 150벌이 넘는 수영복이 등장해 게이머들의 수집욕을 자극했다. 더욱이 이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미니게임 그리고 게임 내 등장하는 카지노에서 돈을 벌어야 할 뿐만 아니라, 노출도가 높거나 레벨이 높아짐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수영복의 금액이 상상을 초월해 스포츠 게임임에도 극강의 ‘돈 노가다‘ 콘텐츠를 지닌 게임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DOAX는 당시 헤일로, 기어스오브워 등 액션 게임에 치중하여 게이머들에게 'FPS 박스'라는 비아냥을 받던 Xbox 진영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후속기종인 ‘Xbox 360’이 등장하기 전까지 게임기 판매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게임으로 기록됐다.
언 듯 단순히 캐릭터나 감상하는 게임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DOAX가 가진 콘텐츠는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다. 특히, 특유의 섹스어필을 듬뿍 담은 콘텐츠 덕에 남성 게이머들이 많이 플레이하는 게임으로 알려졌지만, 캐릭터의 ‘옷 갈아입히기’ 요소는 여성 게이머들에게도 호평을 받았으며, 게임 내 콘텐츠의 흐름 역시 여느 게임에 못지 않게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2006년 더욱 향상된 그래픽과 더욱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했지만 전작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등장한 것에 그친 ‘DOAX2’가 게이머들에게 혹독한 평가를 받으며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던 것도 이 게임이 단순히 ‘여자나 벗기는 저질 게임’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게임으로 평가 받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전격투에서 스포츠(?) 장르로써 큰 성공을 거둔 DOA는 이후 다양한 장르로 외도를 시도한다. 2006년 ‘데드 오어 얼라이브 파라다이스♪’을 통해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도 진출했으며, 2009년 ‘데드 오어 얼라이브 블랙 잭’이라는 포커 게임 장르의 타이틀로 출시되기도 했다.
아울러 2010년 ‘DOAX2’를 배경으로 한 ‘데드 오어 얼라이브 파라다이스’가 PSP 버전으로 등장해 휴대용 게임기기 버전으로도 출시된 것은 물론, 삼국무쌍의 분위기를 물씬 담은 게임성을 선보인 ‘닌텐도 3DS’ 버전의 ‘데드 오어 얼라이브 디멘션즈’가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또한, 당시 불고 있던 온라인게임화에도 영향을 받아 ‘데드 오어 얼라이브 온라인’이 야심차게 추진되기도 했지만 중국, 대만 지역에서 진행된 테스트 이후 온라인 프로젝트가 완전히 폐기되는 등 DOA의 외도는 본편 시리즈와 함께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06년 전세계 게이머들을 깜짝 놀라게 한 DOA 영화화 빼놓을 수 없다. 헐리웃에서 내로라하는 B+급 여배우들이 총동원된 이 영화는 DOA 시리즈의 인물들에 DOAX의 배경을 억지로 붙여 다소 이질적인 내용으로 진행된 것은 물론, 원작의 설정을 완전히 무시한 미국 특유의 닌자 영화로 둔갑시켜 원작 팬들을 그야말로 ‘경악’시켰다.
특히, 격투기 대회를 열어 캐릭터들의 기술을 빼앗아 간다는 실로 놀라운 설정과 함께 난데없는 로맨스와 액션이 난무하는 것도 이 영화가 B급 영화로 전락하는데 충분한 공헌을 했다. 이 때문에 DOA 영화는 게임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중 가장 최악으로 꼽히는 마리오와 스트리트파이터에 비견되며, 게임 영화의 흑역사로 남기도 했다.
이처럼 DOA 시리즈는 빛나는 영광도 쓰라린 실패도 함께하며 꾸준히 새로운 장르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월 최신작인 ‘DOA 라스트 라운드’를 통해 또 한번의 시리즈를 시작한 DOA 시리즈가 과연 어떤 장르로 게이머들에게 다가올지 이 게임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