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회의 모바일게임 위클리] 3월 둘째 주 신작
모바일게임 위클리는 지난 한 주간 주목받은 모바일게임 중 세 작품을 직접 플레이하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 편집자주 >
< 아이템의 힘을 느끼다, '레이븐'>
출시 3일만에 한국 앱스토어 1위,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7위에 진입. 이 열풍 하나만으로 '레이븐'을 이번주 게임으로 선정하기에 충분했다. 게임의 3D 그래픽은 공을 들여서 눈이 높은 게이머들까지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벤트 연출, 전투 과정, 아이템 재정비까지 어느 것 하나 번거롭지 않고 깔끔하다. 알짜배기만 남긴 성의가 느껴졌다. 여기에 부드럽기까지하다. 캐릭터 모션이나 이벤트 연출만 부드러운 게 아니다.
던전 탐험으로 성장, 왕궁에 가서 이야기를 진행, 거대 보스 레이드 도전. PvP 참여, 길드전 참가, 아이템 강화, 다시 던전 탐험 이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반복되는데도 크게 질리지 않는다. 다만 지금 이 흥행의 이유로 삼기엔 뭔가 허전하다.
레이븐을 플레이 하면서 그 비결을 아이템에서 찾았다. 레이븐에선 아이템이 게임 난이도를 좌우한다. 당장 무기를 바꾸면 모션, 스킬, 능력치 전부가 달라진다. 좋은 무기를 구하면 더욱 많고 강력한 스킬을 쓰는 것은 필연. 방어구를 바꾸면 스킬 없이 못 이기던 보스를 자동 전투만으로 이길 수도 있다. 장신구는 말이 필요 없다. 아이템 종류를 통일하여 얻는 세트효과에 이르면 화룡점정이란 말이 딱이다.
레벨 제한, 지역 제한이 전혀 없어서 한 번만 제대로 맞추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 덕분에 여섯 등급으로 나눠진 아이템의 격차가 체감되며 그 기쁨이 레이븐을 플레이하는 원동력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게임이 쉽지만은 않다. 던전 입장에 앞서 클리어 견적이 적정 난이도로 나온다 해도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 자동 전투라면 패배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또한, 골드를 사용해 자동스킬 버프 아이템을 구입한다 해도 구르기는 지원하지 않으므로 자동 전투로 진행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 그러니 굴러서 피해야 한다. 구르고 또 구르면서 적을 알아야 한다.
패턴을 파악하여 구르는 타이밍을 정확히 알고 나면 그 때부터 본격적인 공략의 시작이다. 그래서 고난이도로 갈수록 자동전투 기능은 자동이동 기능 정도로 바뀌고(물론 자동전투 중에 직접 이동 조작을 할 수 있다) 적과 게이머의 머리 싸움이 펼쳐진다. 이럴 때 게이머의 도전 욕구는 불 붙기 마련이다.
정리하자면 게이머의 눈을 만족시키면서 플레이 할 이유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레이븐의 방향성에 게이머들은 지금 열광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 새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것이다.
< 생생액션+공중액션 = '태극팬더' >
크러쉬 온 액션에 이은 쿤룬 코리아의 야심작 태극팬더. 공격적인 홍보 전략이 인상적이다. 무술감독 정두홍을 초청해 生生 액션, 액션 신세계를 표방해 TV CF를 찍었고 이 광고가 온갖 매체의 광고판을 점령하고 있다. 인터넷 라디오 앱의 광고란에 뜰 정도니 전방위 홍보라 해도 무방할 터. 이렇게 밀어줄 게임일까 확인하기 위해 선정했다.
게임의 광고는 모션 캡쳐 기술을 이용해 부드러우면서도 힘있는 무술의 진수를 모바일에 그대로 이식한 것을 강조한다. 다만 모바일 화면 크기 문제도 있고 워낙 화려한 연출 효과가 여럿 튀어나와 '현실에서 가능한 움직임=화려하지 않다'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실제로 가능한 동작인 만큼 어색한 동작이 없는 것이 인상적.
또한, 자체 개발 Flexi 엔진을 자랑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한편 광고에선 전혀 부각되지 않은 장점도 있는데 공중 콤보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보스전에서 보스의 방어치를 깎아 빨리 공중에 띄우는 것이 공략의 핵심. 일반 적병 역시 한꺼번에 공중에 띄워 그대로 물리쳐야 던전 클리어가 수월하다. 여기에 일부 스킬은 사용 후 특정 타이밍에 연계되어 사용할 수 있으므로 공중 콤보와 함께 액션의 깊이를 더한다. 자동전투에 스킬 사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액션에 비중을 두었다 해서 플레이 콘텐츠가 적은 것도 아니다. 앞서 중국에서의 서비스 경험을 축적해 3인 파티 던전, 1:1과 실시간 단체전을 오가는 PvP, 영웅이라 부르는 소환수 시스템, 강화시켰던 아이템을 재활용 하여 다른 아이템과 교환하는 용광로와 암시장, 캐릭터에게 개성과 능력을 부여하는 팔괘 시스템 등 게이머가 써먹을 시스템이 한가득이다.
여기에 특이사항으로는 소탕과 약탈 시스템이 있다. 소탕은 특정 조건을 만족하여 클리어 한 던전에서 쓰는 기능으로 '~회 소탕'이란 버튼이 나타나면 터치 한 번으로 그 횟수만큼 던전을 클리어 한 것처럼 경험치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약탈은 다른 게이머를 선택해 그 계정으로부터 강화에 필요한 재료를 일정량 뺏는 시스템이다. 물론 반대로 방어 모드의 아이템을 사서 약탈을 피할 수도 있다. 이처럼 전투 외의 과정을 최대한 줄인 모습은 웹게임이 생각나는 부분으로, 캐릭터를 육성하는 동시에 관리하는 재미를 전해준다.
따라서 다른 경쟁작들과 비교해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태극팬더'는 차후 행보가 기대되는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체력 회복 알림창을 한 번에 여러번 띄워 이용자를 불편하게하는 기능은 조금 불편하다.
< 이 주의 인디 게임 '무한의계단' >
상용 작품만이 아니라 화제의 인디 게임도 같이 선정했다. 이 주의 선정 게임은 엔플라이 스튜디오의 '무한의 계단'으로, 이 게임은 버튼 두 개를 사용해 끝없이 계단을 올라가 기록을 경쟁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다.
게임 자체는 간단하다. 화면 양쪽에 현재 이동 방향으로 계단을 한 칸 올라가는 버튼, 올라가는 방향을 좌에서 우, 우에서 좌로 바꾸는 버튼 두 개를 쓴다. 물론 설정에서 좌우 기능을 바꿀 수도 있다.
1회 터치에 계단 한 칸 상승이라는 간단한 규칙 대신 한 번 조작을 실수하거나 계단을 느리게 올라가 제한 시간을 다 소모하면 바로 게임이 끝난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이 부분이 게이머의 오기를 자극한다.
또한, 게임 내 포인트 중 하나는 방향을 바꾸는 버튼을 눌러도 계단을 한 칸 오른다는 점. 직접 해보면 은근히 금방 잊어버리기 쉽다. 극단적인 경우 처음 시작하자마자 방향을 바꾸면 그 자리서 게임오버다. 뿐만 아니라 계단을 한 칸 착각해서 방향을 바꿀 경우에도 실수한 것으로 처리돼 단박에 게임이 끝난다. 아예 이 점을 이용한 계단 패턴이 여럿 나타나기도 하고. 간단해 보이는 실수이지만 한 번 실수로 끝나는 이 작품의 특성상 게이머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최근 온라인 환경의 트렌드인 '인증'을 접목시켰다. 처음 고를 수 있는 캐릭터 '비즈니스 맨'을 제외하면 나머지 캐릭터는 누적 계단 상승 횟수나 최고층 도달 기록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결제 요소가 전혀 없다.
캐릭터는 외형과 올라가는 움직임이 다를 뿐이지만 해당 캐릭터를 사용하는 시점에서 이미 '나는 이 캐릭터의 해금 조건을 달성했다'라는 인증 역할을 하여 게이머의 과시 욕구를 충족시킨다. 이 작품을 해 본 사람들 사이에선 캐릭터를 보자마자 상대의 내공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특정 캐릭터 해금하기 위해 손가락 통증을 참아가며 오늘도 게이머들은 버튼을 연타하고 있다.
설명만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면 이 한 마디를 더 적고 싶다. "운전을 두 발로 해선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