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민 기자의 '주간 모바일게임의 맥(脈)'
3월 셋째 주, 그야말로 '레이븐 with NAVER(이하 레이븐)'의 흥행 돌풍이다. '레이븐'은 출시 하루 만에 애플 앱스토어 인기 1위, 최고매출 2위에 올랐으며, 출시 이틀 만에 애플 앱스토어 1위에 올랐다. 또한, 이에 그치지 않고 출시 5일 후인 17일 오전에는 구글 플레이 최고매출 1위까지 휩쓸었다.
게임은 고품질의 그래픽과 화려한 액션, 그리고 빼곡히 들어찬 콘텐츠로 무장했다. 특히,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게임 내 다양한 환경은 게이머들에게 높은 평가를 사고 있다. 여기에 더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고 성장하는 RPG의 핵심 재미도 그대로 살아있어 게이머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레이븐'이 보여준 흥행 돌풍은 단순히 고품질 게임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 외에도 또 다른 메시지를 던졌다. 현재 카카오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었던 모바일 시장에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네이버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다.
넷마블은 '레이븐'의 출시에 앞서 네이버와 마케팅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넷마블이 게임의 개발 및 서비스를 전담하는 동시에 네이버와 공동으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기로 한 것. 이는 시장에서 적중했고, '레이븐'은 출시에 앞서 진행한 사전 등록에 50만 명 이상의 신청자를 모으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출시에 앞서 진행한 테스트에서도 일일 접속자 수 10만 명을 쉽게 넘었으며, 잔존률 80%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출시에 이어서는 대대적인 마케팅이 진행됐으며, TV부터 포털 등 '레이븐'을 만나지 못할 곳이 없을 정도로 공격적인 마케팅이 펼쳐졌다.
'레이븐'이라는 잘 만들어진 대형 게임이기에 거둔 성과일 수도 있지만, 이는 시장에서 카카오가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지난 2년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한 카카오였지만, 수수료 비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하거나, 입점 게임사의 마케팅을 직접적으로 돕던가 하는 등의 이야기가 서서히 수면위로 부상 중이다. 여기에 넷마블이 또 한번 네이버와 함께 '크로노블레이드'마저 성공시킨다면 목소리는 얼마든지 더 커질 수도 있다.
조금만 더 진도를 나가보면 자금 사정이 넉넉한 대형 게임사의 경우 확실한 마케팅 파트너와 손잡고 카카오에 내야 할 수수료인 셈 치고 차라리 TV – CF 등을 진행하는 강수도 얼마든지 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카카오가 위기를 맞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미 카카오를 통한 흥행작들이 충분히 자리를 잡고 있고 꾸준한 유지관리가 이어져 흥행전선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카카오 플랫폼을 통한 게임의 출시가 끊길 염려도 적다.
하지만 당장 카카오에 입점해도 구글 플레이의 추천(피쳐드)을 받지 못하고, 카카오를 위한 'for'로 묶이는 카카오의 시스템 때문에 글로벌 진출이 해당 버전으로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점이 얼마든지 약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앞으로 신작들의 경우 얼마든지 탈 카카오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 위기론이 더욱 부상한 현 상황에서 카카오가 어떤 패를 들고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레이븐'의 1위 돌풍 외에도 쿤룬코리아의 '태극팬더'의 흥행도 주목할만하다. 유명 무술 액션 감독인 정두홍을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을 진행 중인 '태극팬더'는 TV – CF는 물론 각종 인앱광고나 지하철 플랫폼 광고 등 거의 모든 곳에서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물론 마케팅의 힘만으로 성공했다 보기는 어렵다. 게임 자체도 준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모션캡쳐 방식을 이용한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액션과, 중국 게임 특유의 빼곡히 들어찬 콘텐츠, 그리고 간결한 게임성 등이 좋은 반응을 불러낸 것으로 보인다.
레이븐의 흥행에 가렸지만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도탑전기'도 3월 업데이트를 실시하며 20위 내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성황리에 마친 길드 대전의 뜨거운 열기를 계속해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차구차구 for Kakao'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다양한 업데이트와 이용자들을 위한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하며 서서히 순위를 끌어올린 '차구차구 for Kakao'는 이번 주에 14위에 안착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캔디크러쉬소다'의 순위권 진입이 눈에 띈다. 형님 격인 '캔디크러쉬사가 for Kakao'를 턱 밑까지 쫓아 겨우 2계단 차이로 따라잡았다. 아직 구글 플레이에서는 '캔디크러쉬사가 for Kakao'가 12위를 기록하며 강력한 위력을 보이고 있어, 31위에 자리한 '캔디크러쉬소다'가 당장 따라잡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만, 게이머들 사이에서 여전히 전작 못지 않은 입소문이 나고 있는 것은 물론 TV – CF 등 대규모 마케팅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 마치며 >
구글이 구글 플레이 3주년 기념 행사를 진행하며 국내 게임사들의 우수한 사례 소개한 것에 이어 국내의 우수 앱 개발사들의 사례도 소개했다. 그리고 이날 소개된 앱 개발사들의 공통점은 단연 글로벌 시장에서의 흥행에 있었다. 게임이나 앱 등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 역량 강화에 나선 게임사들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