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캔디크러쉬소다사가 편
'Sweet', 'Delicious'를 느끼한 목소리로 들려주던 그 게임. 너무나 높은 난이도 때문에 게이머들을 좌절하게 만들면서도 사탕이 연쇄적으로 파괴되는 장면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던 그 게임. 그리고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의 표절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 게임.
이 모든 수식어의 주인공인 캔디크러쉬사가의 후속작이 정식으로 국내에 출시됐다. 모바일게임 개발사인 킹이 개발한 캔디크러쉬소다사가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3월 5일에 기자간담회를 실시하면 공식적으로 게임의 출시를 알린 킹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게임을 선보이고, 인기 연예인들을 내세운 TV 광고를 선보이며 공격적으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캔디크러쉬소다사가 광고 봤어요?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잘 만들었던데요. 최근 모바일게임 광고가 TV에 나오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어서, 게임 광고를 TV에서 만나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우린 이런 게임이다’가 아니라 친숙한 연예인들을 활용해서 브랜드 자체를 알리는 방식의 게임 광고는 최근에 처음 본 것 같네요.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난 TV를 자주 안 보는 편인데 나도 봤다. 내가 봤으면 남들 다 봤겠지 뭐.
편드는 놈: 선배는 TV 좀 보고 그러세요.
까는 놈: TV 볼 시간 있으면 게임을 한 판 더 하겠다. 요즘 게임 할 시간도 없구만 -_-; 어릴 때는 돈이 없어서 게임을 못 하고, 어른이 되면 돈은 있어도 시간이 없어서 게임을 못 한다더니… 그 말이 사실일 줄이야.
편드는 놈: 선배. 돈은 있습니까?
까는 놈: …그런 거 물어보고 그러는 거 아니야… 너 오늘 나한테 왜 이러냐…
말리는 놈: 한준 선배가 더 시무룩해 지기 전에 게임 이야기로 넘어가죠. 캔디크러쉬소다사가는 출시 이후로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인기 무료게임 6위, 매출 28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에요.
편드는 놈: 전작의 특성을 그대로 이어오면서, 이번 작품만의 독특한 특징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퍼즐게임 프랜차이즈의 왕도를 걷고 있다고 할까요?
까는 놈: 전작과 크게 다른 점은 없지. 후속작이라기 보다는 마이너 업그레이드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해.
편드는 놈: 하지만 그 작은 차이에서 플레이 경험을 완전히 다르게 제공하고 있다는 게 이 게임의 장점이에요. 전작을 하던 대로 친숙하게 즐기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거든요. 익숙함과 신선함을 모두 잡았다는 이야기에요.
말리는 놈: 제목에도 명시되어 있는 ‘소다’라는 개념이 그런 부분을 강조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편드는 놈: 퍼즐게임하면 일반적으로 ‘위에서 아래’, ‘낙하’, ‘중력방향’ 등의 개념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캔디크러쉬소다사가에서는 이런
통념과는 반대로 ‘아래에서 위’, ‘부유’, ‘반중력방향’ 등의 개념을 채택하고 있어요. 블록이 움직이는 방향이 달라진 것이 두뇌에
이렇게까지 신선학 자극을 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말리는 놈: 똑 같이 글자를 읽는 행동이라도 가로로 읽느냐, 세로로 읽느냐에 따라 뇌의 다른 부위가 자극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것과 비슷한 이치겠죠. 블록이 추가되고 새로운 연쇄파괴 공식이 몇 개 더해지긴 했지만, 그런 것만 갖고는 이 게임에서 완전히 새로운 재미를 찾지는 못 했을 거에요.
편드는 놈: 워낙에 그런 식으로 콘텐츠를 확장시키는 노력을 해 온 퍼즐게임들이 많기 때문이죠. 캔디크러쉬소다는 단순히 콘텐츠의 확장을 통해서 재미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개념의 확장을 통해서 재미를 전하고 있어요. 익숙하지 않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그게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 아닐까요?
까는 놈: 나도 이 게임 제법 재미있게 하고는 있어. 어렵긴 하지만. 특히 너희들이 말한 것처럼 ‘소다’로 인해 블록이 위로 떠오른다는 개념이 재미있어. 사람의 두뇌에 ‘기분 좋은 피로감’을 주는 것 같아.
하지만 내가 이 게임을 전작의 마이너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한 것은 비단 새로운 요소가 적게 추가됐기 때문만은 아니야. 새로운 재미요소가 더해진 것은 반갑지만, 전작의 단점이 거의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굉장히 불만이거든.
특히, 난이도 배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아. 전작의 가장 큰 단점이 난이도였어. 어려운 정도를넘어서 ‘운이 개입하지 않으면 클리어 할 수 없는 수준의 난이도’를 지닌 스테이지가 많다는 거였는데, 이건 이번 작품에도 그대로 적용이 돼.
편드는 놈: 게임의 소셜 경쟁요소가 점수 경쟁이 아니라, 스테이지를 얼마나 많이 진행했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게임 난이도를 마냥 쉽게 배치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스테이지가 한 두개가 아닌데, 각기 다른 스테이지 디자인을 이 정도로 철저하게 했다는 점은 높이 살 수 있어요.
까는 놈: 마냥 어렵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니까? 게임의 중반, 후반으로 갈수록 게이머의 실력보다는 운이 너무 크게 작용하게 된다는 게 문제라는 거야. 그런 스테이지 클리어하면 성취감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 성취감을 얻기 위해 너무 많은 짜증을 감수해야 돼.
게다가 ‘난관을 내 실력으로 극복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어차피 운인데 될 때까지 해보지 뭐…’ 라는 느낌을 갖도록 유도하는 건 좀 아니다 싶어. 퍼즐게임은 게이머들이 레벨 공략을 위해서 ‘두뇌 풀가동!’을 하게 만드는 요소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보거든. 하지만 이런 식이면 뒤로 갈수록 노력보다 운이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어쩌면 이건… 노력만으로는 그 무엇도 해결하기 힘든 현대를 살고 있는 사회인들의 괴로움을 게임 레벨 디자인을 통해 풀어내려고 한 킹의 개발 철학이 아닐까?
편드는 놈: 헛소리네요.
까는 놈: …그렇지?
말리는 놈: 더 심한 말도 하고 싶은데 참겠습니다.
까는 놈: 아니 요즘 영화나 예능이나 뭐만 있으면… 사회 현상이나 인문학이랑 연관 지어서 설명하는 류의 글들이 많길래. 있어 보이려고 나도
한 번 해 봤는데 나한텐 왜 이렇게 매몰차니.
편드는 놈: 원래 그런 건 사회적으로 명성이 좀 있고 그런 분들이 해야 설득력을 얻는 거에요. 출세부터 하시죠.
까는 놈: 사실 게임 자체에는 큰 불만이 없어. ‘블록이 떠오른다’는 신선함이 더해지긴 했지만 기본적인 매치3 퍼즐 장르의 틀은 유지하고
있는 게임이라 완전히 새로운 게임인 것도 아니고…
말리는 놈: 선배는 이 게임 크게 흥미를 갖고 있진 않은 것 같네요.
까는 놈: 흥미가 왜 없냐! 있지. 그게 게임 플레이 외적인 면에서의 흥미라 그렇지. 나는 지금 너무 궁금한 게 이 게임을 베끼는 게임이 또 나올까 안 나올까의 여부가 너무 궁금해.
모 업체는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가뜩이나 성장 모멘텀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 와중에, 이렇게 새로운 퍼즐게임이 나왔으니까. 업데이트 준비 혹은 신작 개발 소식이 들려오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
말리는 놈: 음… 지난 번과 같은 일이 벌어질까요? 지난 3월 5일에 킹 코리아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이 있으면 법적 조치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으니.
까는 놈: 남의 게임 베끼는 사람들이 법적조치 두려워서 안 베끼는 거 봤냐… 난 못 본 것 같은데. 하여간 이번에는 그런 불미스러운 일 없었으면 좋겠다. 가뜩이나 개발, 기획은 뒷전이고 돈만 벌려는 모습이 부각된다는 점을 염려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런 일이 또 있으면 쓰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