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2시간밖에 안 떠서 할 것이 개발뿐! 게임 강국 스웨덴

얼마 전 출장지에서 스웨덴 개발자를 만났다. 그가 만든 게임은 수준이 상당히 높았고, 기자가 관심을 보이자, 그도 게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이었다.

그의 설명을 듣고 기자가 매우 놀랐던 부분은 게임의 세계관도 매력적이고 콘텐츠 분량도 상당한데 개발 인원이 10명도 안 됐다는 부분이었다. 여기에 비 개발인력을 빼면 7명 정도가 게임의 A부터 Z까지 모두 만들었다고 밝혀 더 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스웨덴 출신 개발자에게 적은 인원으로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게임을 만들었냐고 묻자 그는 "스웨덴은 여름에 해가 하루종일 떠 있고 선선해 일하기 좋고, 겨울에는 일조량이 2시간 정도에 그쳐 집이나 회사에서 박혀 할 수 있는 것이 개발밖에 없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농담을 곁들여 건넨 이야기지만 사실 스웨덴은 세계적인 개발사가 많은 게임 강국이다. 국내에서는 스칸디나비아 감성이 물씬 풍기는 가구 회사인 이케아(IKEA)나 복지가 강한 북유럽의 이미지로 더 잘 알려져 있겠지만, 게임 시장에서는 유럽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이름값이 높은 스튜디오가 많다. 매년 스웨덴 게임협회가 발간하는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의 인구 중 4분의 1이 스웨덴에서 만든 게임을 플레이한 경험이 있을 정도다.

마인크래프트
마인크래프트

대표적인 회사가 3억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으로 유명한 '마인크래프트'의 개발사 모장이다. 모장은 스웨덴 출신 프로그래머 마르쿠스 알렉세이 페르손 등이 2009년 스웨덴 스톡홀름에 설립한 게임 개발사다. 스웨덴어로 모장은 '장치'라는 뜻을 의미한다.

모장은 '마인크래프트' 정식 버전을 2011년 11월 시장에 정식으로 선보였고, 마치 레고처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복셀 그래픽 기반 게임은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2014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25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2조 5,000억 원)에 모장을 인수하며 화제를 모았다.

캔디크러쉬사가
캔디크러쉬사가

여전히 북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캔디크러쉬사가'의 킹도 스웨덴에 뿌리를 둔 기업이다. 현재는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지난 200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웨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킹은 페이스북 게임과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캔디크러쉬사가'를 비롯한 다양한 3 매치 기반의 퍼즐 게임을 선보여 전 세계 게이머를 사로잡았다. 2015년 11월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킹을 59억 달러(당시 환율로 6조 6,000억 원) 규모로 인수했고, 킹은 사실상 지난 몇 년간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실적을 견인해 왔다. 최근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한화 약 82조 원에 인수)에 인수했다.

아바타: 프론티어 오브 판도라
아바타: 프론티어 오브 판도라

유비소프트 산하에서 '톰 클랜시의 디비전' 등을 개발한 매시브 엔터테인먼트도 스웨덴 말뫼에 자리한 게임 제작 스튜디오다. 1997년 설립 됐으며, 초기에는 비방디 산하 개발사로 작품을 활동을 이어왔다. '그라운드 컨트롤'과 '월드 인 컨플릭트' 등이 대표작이다.

이후에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잠시 몸을 담갔다가 유비소프트 산하에 자리를 마련했다. 유비소프트와 함께하며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어쌔신 크리드: 레벨레이션', '파 크라이 3', '톰 클랜시의 디비전' 등을 선보였으며, 올해 말에도 굵직한 작품인 '아바타: 프론티어 오브 판도라'를 선보일 예정이다.

빅토리아3
빅토리아3

다양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유통하며 전 세계에 두터운 팬층을 가진 패러독스 인터랙티브도 스웨덴 스톡홀름에 자리한 회사다. 패러독스 인터랙티브는 1995년 설립된 스웨덴 보드게임 회사인 타겟 게임즈로부터 시작됐다. 1999년 타겟 게임즈의 재정이 악화됐고, 회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부문이었던 패러독스 인터랙티브가 별도 회사로 설립됐다.

회사는 타겟 게임즈 주요 IP(지식 재산)을 이어받게 됐으며, 자회사로 존재하는 패러독스 개발 스튜디오가 역사에 기반을 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제작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크루세이서 킹즈' 시리즈, '유로파 유니버셜리스' 시리즈, '빅토리아' 시리즈 등이 패러독스 인터랙티브의 대표작이다.

GTFO
GTFO

'페이데이: 더 하이스트'와 '페이데이 2'를 선보이며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은 오버킬 스튜디오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작한 회사다. 2편 출시에 앞서 같은 스웨덴에 자리한 스타브리즈 스튜디오에 인수됐다. 오버킬 스튜디오 창립자인 울프 안데르손은 2015년 회사를 떠나 10 챔버스라는 별도의 회사를 설립했다.

10 챔버스를 설립한 울프 안데르손은 하드코어 협동 플레이 FPS인 'GTFO'의 개발해 선보이며 마니아 층에 큰 사랑을 받았고, 지난 21년 얼리 액세스를 졸업하고 정식 버전을 선보였다. 아울러 지난 2020년에는 세계 최대 게임사인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끌어내기도 했다.

배틀필드 2042
배틀필드 2042

FPS 게임 마니아라면 이름을 모를 수 없을 '디지털 일루전스 크리에이티브 엔터테인먼트(Digital Illusions Creative Entertainment)'도 스웨덴에 자리한 게임 스튜디오다. 풀네임이 너무 길어 다이스(DICE)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다이스는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선보이는 '콜오브듀티'와 함께 FPS 시장을 대표하는 작품인 '배틀필드'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외에도 파쿠르 액션의 재미를 담아낸 '미러스 엣지' 시리즈와 스타워즈를 배경으로 하는 대규모 슈터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리부트 2종 등이 대표작이다.

더 파이널스
더 파이널스

아울러 다이스의 CEO 출신인 패트릭 쇠더룬드는 다이스에서 나와 2018년 엠바크 스튜디오라는 회사를 설립했으며, 넥슨이 지분을 확보하고 또 확대하면서 현재는 넥슨의 자회사가 됐다. 엠바크는 현재 신작 '더 파이널스'를 준비하고 있다. '더 파이널스'는 세 번째 테스트에서 동시 접속자 수 26만 명을 기록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이름값이 높은 스튜디오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스웨덴은 게임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웨덴 게임산업협회가 2022년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스웨덴 게임업계의 매출총액은 2021년 58억 유로(8조 2,557억 원)에 달한다. 이는 2017년 14억 유로 수준을 보였던 것보다 4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아울러 한국콘텐츠 진흥원이 공개한 유럽 콘텐츠 산업동향에 따르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웨덴 게임산업 수출은 트럭 산업 수출 규모와 비교됐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엄청난 성장을 이뤄내며 스웨덴의 철강업 수출액과 맞먹는 규모가 됐다. 스웨덴 게임산업협회의 리포트에 따르면 21년 스웨덴 게임 업체의 해외 매출은 27억 유로(한화 약 3조 8,447억 원)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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