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회의 모바일게임 위클리] 4월 둘째 주 신작
모바일게임 위클리는 지난 한 주간 주목받은 모바일게임 중 세 작품을 직접 플레이하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 편집자주 >
-뽑지 말고 키우자, '구원자들'
최근 모바일 게임들이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굳이 TV 광고를 하지 않더라도 실사 영상을 유튜브 등 인터넷 상에 공개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으로 보아 유행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터. 그러다 광고 모델만으로는 주목도가 떨어지게 되니 이젠 단순히 유명한 광고 모델이 아닌 기상천외한 광고 모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주에 출시된 '구원자들'만 해도 그렇다. 광고 모델로 기용된 최창민은 90년대 말에나 보였던 연예인.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모델 선정이다. 이런 배우를 모델로 써도 효과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 법도 하나 이렇게 모바일 위클리에 선정하는 계기가 됐으니 아주 효과가 없던 건 아니다.
'구원자들'은 자동전투를 지원하는 3D 그래픽 기반의 롤플레잉 모바일 게임이다. 아기자기한 2~3등신 캐릭터들이 쿼터뷰 시점으로 보이는 필드에서 파티 플레이를 벌인다. 게임을 시작해 전사, 궁사, 마법사 중 하나를 고르면 해당 주인공이 세상을 구할 구원자로 점지 받아 동료를 모으고 파티 구성을 육성시키기 위해 던전을 돌파하는 것이 '구원자들'을 플레이하는 기본 흐름이다.
자동전투를 지원하므로 게이머는 이따금 필드에 나타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해당 지점을 터치해 캐릭터를 이동시키거나 스킬을 쓸 때가 아니면 개입할 여지가 없는 편. 그리고 필드가 미로처럼 보여도 자동전투 기능을 쓰면 알아서 길을 찾아가며, 전투 1회당 등장하는 적의 숫자와 이동 동선 모두 짧아 오랫동안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대신 전투 전에는 게이머가 할 일이 많다. 일단 '구원자들'에선 뽑기의 비중이 낮다. 주인공과 모든 동료들이 5성까지 승급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며, 동시에 뽑기에선 아무리 잘 나와도 3성 동료까지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캐릭터를 얻으면 남은 등급은 전부 육성과 승급 재료로 올려야 한다. 덕분에 유료 뽑기에서 1성 동료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대신 캐릭터마다 정해진 영혼 아이템이 있어 이것을 모으면 동료로 소환하거나 승급할 수 있으므로 시간과 노력만 들이면 뽑기보다 더 안정적으로 원하는 동료를 구할 수 있다.
또한, 아이템과 골드를 사용해 주인공과 동료들의 레벨 육성, 스킬 육성, 강화에 힘써야 한다. 파티 플레이이므로 특정 동료 혼자 강해봤자 파티의 안정성을 보완 하는데 한계가 있다. 고른 육성, 직업 분배가 필승의 열쇄. 전투가 짧은 스토리 진행에선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유효 공격 속성을 따지는 요일 던전이나 아레나에서 벌이는 PvP의 경우 특정 직업군이 없어 객관적으로 전투력으로 우위에 섰는데도 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렇듯 뽑기로 끝이 아니다 보니 과금의 빈도 역시 뽑기 자체보단 소모형 아이템 쪽이 더 크다.
그러므로 '구원자들'은 뽑기 운에 매달리기 싫은 게이머들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확률형 아이템의 존폐를 두고 여러모로 소란스러운 가운데 귀여운 그래픽과 적지 않은 콘텐츠, 확률보다 노력과 시간을 요구하는 '구원자들'이 어디까지 흥행을 이끌지 사뭇 궁금하다.
-타자게임과 추억들, '썸타자'
90년대 말 한컴타자연습 프로그램에 '산성비'라는 미니 게임이 있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한글 낱말들을 타자로 입력해 지우는 미니 게임이었다. 그리고 십 수 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이와 유사한 게임이 등장했다. 게다가 '산성비'를 비롯해 당대를 풍미한 추억들이 여럿 모였다. 이번 주 모바일 위클리에서 다룰 '썸타자'가 그 주인공이다.
'썸타자'는 '산성비'와 마찬가지로 화면에 나와 있는 단어를 자판으로 입력해 지우는 게임이다. 특히, 플레이 종료 후 게이머의 타자 속도를 분석해 나이로 환산하는 과정은 교육용 프로그램이었던 한컴타자연습이 생각나는 부분이다. 다만,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하면 자판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꼭 화면을 직접 터치해서 자판을 입력해야 한다.
'썸타자'는 혼자서도 플레이할 수 있지만 1:1 혹은 2:2 플레이가 기본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낱말을 입력해 지우고, 지운 단어에 붙어있는 아이템을 획득해 상대를 방해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한 번 오타를 내면 다시 입력해 지울 순 있지만 해당 낱말이 검은색이 묻으면서 아이템을 얻을 수 없으므로 실수 없이 빨리 글자를 입력하는 실력이 요구된다.
여기에 공방 향상이나 특수능력으로 도움을 주는 펫 '뽀'까지 감안하면 '썸타자'는 단순히 타자만 잘 치면 끝인 게임이 아니게 된다. 이런 특징과 대전 형식의 플레이는 한게임의 '테트리스'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옛날을 추억할 콘텐츠는 더 있다. '썸타자'에서는 게이머 자신이 실물 사진과 프로필을 등록하고 공개해 다른 게이머들과 친구 요청, '썸'이라 부르는 호감 표시를 주고받는다. 여기서 더 발전하면 아예 커플까지 신청할 수 있으며, 이런 커뮤니케이션은 과거 '싸이월드'가 떠오른다. 또한, 온라인 댄스 배틀 게임 '오디션'처럼 게이머의 아바타를 직접 꾸미고 자랑할 수 있다. 심지어 친구의 아바타를 터치하면 곧바로 친구의 의상을 따라 해 구매하는 기능까지 있다.
그래서 '뽀'를 뽑는 것만큼 더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의상들을 모으기 위해 과금을 하는 게이머들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확률형 아이템인 '뽀'보다 체감 만족이 더 클 지도 모른다. '뽀'와 의상 모두 과금 없이 구할 수도 있지만 양쪽 모두 과금으로 얻는 방법에 비하면 퀄리티가 많이 모자라다.
그런 의미에서 '썸타자'는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플레이 방식, 들어온 게이머를 붙잡을 커뮤니케이션 요소 확립, 검증 받은 과금 체계 모두 확립한 신작이라 할 수 있겠다. 서비스 초기에 발생한 서비스 불안정 문제가 빠르게 해결돼 더 많은 게이머들이 '썸타자'를 플레이하고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주의 인디 게임, '던전 999F'
유니티 코리아 소속의 지국환 에반젤리스트가 모바일 게임의 대세라 평가 받는 유니티 엔진을 써서 인디 게임을 출시했다. 일찍이 지국환 에반젤리스트는 자신의 직함에 대해 "유니티 엔진의 전도사 같은 역할"이라고 표현한 바. 문자 그대로 언행일치다. 이 주의 인디 게임으로 선정해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던전 999F'는 제목대로 총 999층에 이르는 던전을 돌파하는 게임이다. 각 층마다 정해진 마나를 모으면 다음 층으로 넘어가며, 게이머는 떠돌이 용병 '잭'을 조종해 마나를 모으는 마법연구생 '로즈'를 다가오는 슬라임들로부터 지켜야 한다. 잭은 근처의 적을 자동으로 공격하므로 게이머는 잭의 이동 지점을 터치하거나 조이스틱으로 움직이면 된다.
또한, 모았던 마나를 소비해 로즈의 마법을 쓰는 방법도 있다. 층을 넘어가기 위해 모았던 마나를 소비하니 그만큼 진행이 늦어지지만, 불리한 상황을 단박에 바꿀 수 있는 위력을 자랑하고 마법만 통하는 적들도 등장하므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인 셈이다. 여기에 부드럽게 움직이는 캐릭터들과 90년대 게임이 생각나는 입담이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다만, '던전 999F'의 플레이 방식이 간단한 거지 난이도가 쉬운 건 아니다. 조금만 육성을 소홀히 하거나 전투 중에 한 눈을 팔면 잭이나 로즈의 체력이 모두 떨어져 강제 마을행이다. 그래서 게이머는 슬라임을 물리치고 얻는 골드를 가지고 마을로 가서 잭과 로즈의 능력치 상승, 아이템 구비, 스킬 개방 및 강화에 힘써야 한다. 마을은 일시 정지 메뉴에서 언제라도 갈 수 있다.
이 마을에서의 육성 부분이 전투와 함께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다. 전투 파트에서 확인한 알기 쉬운 룰과 조작이 1인 제작 게임답지 않았다면 마을에서의 육성은 선택과 집중이 돋보였다. 캐릭터 육성은 각자 공격력, 방어력, 속도에 해당하는 능력만 다루면 되고, 스킬 습득 및 강화 역시 냉기, 불, 이동계, 보조계로 겹치지 않는 알짜배기만 남겨 구분했다.
그리고 영구 자동전투 아이템을 제외한 모든 육성, 아이템 구매는 골드로 전부 해결되기 때문에 시간만 있다면 일반 상업 게임에 비해 과금 부담이 적다. 필수인 건 1층당 1원씩 값을 매겨 마켓에 등록된 게임 구매 금액 999원뿐이다.
정리하자면 '던전 999F'는 인디게임만의 실험을 바라는 게이머보단 알기 쉽고 안정적인 재미, 과금 부담이 적은 모바일 게임을 찾는 게이머에게 더 궁합이 맞을 게임이다. 그리고 인디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 개발에 관심이 있는 게이머라면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업데이트 내역이나 개발자 블로그(httpwww.jiguk.co.kr)를 참고해보자. 발매 후 업데이트 주기가 며칠 단위로 짧은 편이며, 개발자가 어떤 경위를 거쳐서, 왜 지금의 '던전 999F'로 완성했나 공개해놨기 때문에 참고하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