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회의 모바일게임 위클리] 5월 둘째 주 신작
모바일게임 위클리는 지난 한 주간 주목받은 모바일게임 중 세 작품을 직접 플레이하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 편집자주 >
-세계를 노리려면 이렇게, '이스트 레전드'
2014년 글로벌 시장에서 롤플레잉 모바일게임 '서머너즈워'를 서비스해 대성공을 거둔 컴투스가 올해는 '서머너즈워'를 넘어서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스트 인터랙티브가 개발하고 컴투스에서 서비스 중인 롤플레잉 모바일게임 '이스트 레전드'가 그 주인공이다. 컴투스의 시가 총액을 1조 6천4백억 원까지 끌어올린 '서머너즈워'의 아성을 넘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 자신감을 확인하려는 게이머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이스트 레전드'와 '서머너즈워'를 비교했을 때 두 게임의 차이점은 금방 나타난다. 먼저, '이스트 레전드'의 전투 시스템은 턴제 전투가 아닌 실시간 전투로 진행된다. 게이머는 총 4명의 파티원 중 리더 한 명을 직접 조종할 수 있으며, 나머지 파티원들은 스킬 사용을 제외한 자동전투로 리더를 따른다. 리더는 전투 중에 왼쪽 위에 위치한 캐릭터 아이콘을 터치해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고, 리더는 대표 스킬 하나만 사용할 수 있는 파티원들과 달리 보유한 스킬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을 가졌다. 조작이 번거로우면 전투 시작 전에 자동 스킬 기능을 골드로 구입한 다음 자동 전투, 전투 속도 상승 기능을 써도 좋다.
또한, 그래픽의 방향성도 '서머너즈워'와 많이 다르다. '서머너즈워'에서는 캐릭터 디자인이 2~3등신에 귀여운 느낌으로 강조됐다면 '이스트 레전드'에서는 등신대 2D 일러스트와 3D 모델링이 등장한다. 여기에 게이머는 여러 패턴으로 준비된 3D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통해 캐릭터의 역동성을 확인할 수 있다. 글래머 체형을 가진 여성 캐릭터의 경우 카메라 시점이 조금만 가까워져도 흔들리는 가슴이 바로 보일 정도다. 아울러 소설 '이스트'의 4권 분량을 포함한 모험 모드, PvP와 협동전투 콘텐츠가 '이스트 레전드'에 준비돼 게이머들이 콘텐츠 부족을 느낄 일은 거의 없다. 캐릭터 육성을 게을리하면 모험 모드 2장 중반을 넘기 어려운 탓에 게이머는 스토리 확인과 함께 '이스트 레전드'의 다른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이스트 레전드'에서는 '서머너즈워'와 차이점이 부각되지만 한편으로는 검증받은 '서머너즈워'의 장점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1성 캐릭터도 강화나 진화를 통해 5성 이상의 강력한 파티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순환 구조부터 반인반수, 천사, 악마 등 여러 콘셉트로 마련된 350여 종의 캐릭터 디자인과 물, 불, 자연, 빛 어둠 등 다섯 가지 속성으로 구분된 상성 관계 등이 좋은 예다. 게임 안에서 게이머가 보유한 캐릭터를 가지고 토론을 나누거나 채팅창에서 다른 게이머와 소통할 수 있는 부분도 '서머너즈워'에서 그대로 계승됐다.
관련 인터뷰에 따르면 이스트 인터랙티브는 '이스트 레전드'를 1년 동안 '서머너즈워'와 같은 턴제 전투 시스템으로 개발했다가 컴투스의 요청에 따라 지금의 실시간 전투로 바꿨다고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방법도 마다치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스트 레전드'의 행보는 앞으로 우리나라 모바일게임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때 중요 사례가 될 수도 있다. 게이머들에게도 계속 관심을 가질 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과금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콤보나이트 - 과금 없이 엔딩까지'
2015년 상반기 모바일게임 시장은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소란스럽다. 모바일게임의 과금체계에 지친 게이머들이 개선을 바라기 시작했고, 여기에 정치권이 확률형 아이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일련의 흐름은 향후 10년을 결정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 속에서 대놓고 과금이 필요 없다 외치는 게임이 등장했다. 인디게임이 아니다. 앞서 '폼폼폼폼폼 for kakao', '까냥 for kakao', '범플릭' 등을 개발한 인앱인의 신작 '콤보나이트 - 과금 없이 엔딩까지'(이하 '콤보나이트')의 이야기다.
'콤보나이트'는 슬라이드에서 움직이는 파란색 마커로 발판을 맞춰 전투를 벌이는 롤플레잉 모바일게임이다. 노란색 발판에 마커를 맞추면 공격, 빨간색이나 보라색 발판에 마커를 맞추면 방어를 하며, 미스플레이가 없을 때 쌓이는 콤보가 5를 넘어가면 콤보 숫자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는 콤보 공격이 활성화된다. iOS로 출시된 '콤보퀘스트'와 비슷한 플레이 방식이지만 좀 더 쉽고 지속적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단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게이머가 이 게임에서 가장 알고 싶은 점은 제목에서 나타나는 과금의 여부일 것이다. 먼저, 이론상 게이머가 건반을 놓치지 않으면 절대 게임오버 당하지 않는다. 실수로 한 번 게임오버를 당해도 광고를 시청하면 바로 부활할 수 있다. 또한, 레벨업 할 때마다 나타나는 능력치 상승 선택지를 고르거나 한 챕터를 클리어할 때마다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외엔 캐릭터에게 적용되는 능력치 상승 요소가 없다. 그러므로 게이머의 반사신경만 따라와 준다면 제목대로 과금 없이 엔딩까지 플레이할 수 있다. 오토모드의 경우 콤보 공격은 직접 사용해야 하고, 유물을 많이 모으기 전까지는 미스플레이가 자주 발생해 추천하지 않는다.
그리고 '콤보나이트' 안에 준비된 과금 요소도 다른 모바일게임보다 부담이 적다. 진엔딩에 도달해야 해금되는 캐릭터 '흥부'를 제외하면 게이머가 '콤보나이트'에서 추가 구매할 수 있는 캐릭터는 총 14종. 이 캐릭터들은 게임 플레이 중에 제시되는 조건을 만족하거나 뽑기, 유료 구매로 얻어야 한다. 약 3천 원을 결제한 게이머는 뽑기 25회분의 골드를 받고, 직접 구매하더라도 모든 캐릭터를 구매하는 데 필요한 금액이 최대 3만 원을 넘지 않으니 여타 모바일게임의 과금체계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구매한 캐릭터들에겐 '콤보나이트' 플레이 중에 얻은 아이템이 전부 공유되며, 새로 영입한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의 챕터 진행을 공유하지 않는 대신 챕터 클리어 보상 아이템을 또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한 캐릭터가 10챕터까지 가는 것보단 5종의 캐릭터가 고루 5챕터까지 아이템을 획득하는 방향의 육성을 추천한다.
'콤보나이트'의 출시는 게임 개발사들이 게이머의 의견에 반응하기 시작했단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붉어진 이후 개발사가 게이머의 의견에 동조했다는 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콤보나이트'처럼 과금에 연연하지 않는 게임들이 얼마만큼 흥행하느냐에 따라 다른 모바일게임 개발사들도 이 변화에 동참할지, 등을 돌릴지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10년을 결정할 이 전환점에서 게이머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이 주의 인디게임, '디그런'
이제는 인디게임도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시대다. 이번 주에 소개할 퍼즐 모바일게임 '디그런'만 해도 그렇다. 대한민국 인디게임 개발사 '어필'과 독일의 다국적 인디게임 개발팀 '란체 게임즈'의 합작으로 개발된 '디그런'은 지난 5월 8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제1회 도쿄 인디게임 페스티벌'에 출품됐다. 언어 역시 글로벌 시장을 의식해 마켓 국적에 따라 한국어, 영어, 독일어, 일본어 4개 국어를 지원한다. 글로벌 시장까지 고려하는 게임 개발을 점점 느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디그런'의 퀄리티는 글로벌 시장에 통할 수준일까?
'디그런'은 게이머가 주인공 '너트'를 조작해 쫓아오는 블록들을 폭파시키는 게임이다. 테트리스처럼 화면 오른쪽 위에 너트가 던질 블록이 표시되며, 같은 종류의 블록 4개가 만나면 폭파되면서 주인공 너트와 멀어진다. 이렇게 폭파된 블록들로 화면 아래에 있는 에너지 막대를 가득 채울 경우엔 마지막으로 파괴된 블록의 종류에 따라 능력이 결정되는 '슈퍼파워'로 블록들을 파괴할 수 있다. 게이머의 퍼즐 실력만으로 클리어가 어렵다면 아이템을 구입하거나 슈퍼파워, 너트의 능력치를 업그레이드해서 도전하면 된다.
'디그런'을 플레이하다 보면 이 게임이 정말 인디게임인가 싶은 생각이 여러 번 떠오른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디그런'의 장점인 2D 일러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눈에 확 들어오도록 신경을 쓴 티가 확연하며, 퍼즐을 풀 때 나오는 도트 애니메이션도 연출, 디자인, 일러스트와의 부합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곳이 없다. 또한, 가벼운 캐주얼 게임 같은 외견과 달리 '디그런'의 퍼즐 법칙은 깊게 파고들 구석이 많다. 너트가 던지는 블록은 1개뿐이지만 여기에 영향을 받는 1차 블록들만 해도 상하좌우 총 네 개이고, 너트가 던진 블록으로 인해 오른쪽으로 밀려난 같은 줄의 다른 블록들이 위, 아래에 있는 블록과 만나는 점까지 고려하면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블록이 한 번 터지고 빈자리에 다른 블록이 내려왔을 때 또 같은 종류의 블록 4개가 만나 폭파되는 '연쇄' 시스템을 통해 점수와 에너지 막대에 보너스가 적용된다. 퍼즐에 자신 있는 게이머라면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능력과 순발력을 시험하기 딱 좋다.
결국 '디그런'이 인디게임이라고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인앱결제가 없는 유료 게임이란 점과 게임 모드의 숫자 정도다. '디그런'에는 정해진 시간 동안 플레이하는 '타임러시'와 블록에 따라 잡히지 않는 한 계속 플레이할 수 있는 '서바이벌 런' 두 모드가 있다. 그 중 타임러시 모드에서만 캐주얼, 노말, 리스키 세 난이도가 제공되므로 게이머가 즐길 수 있는 패턴은 겨우 네 가지 정도. 퍼즐의 완성도와 사용자 인터페이스, 그래픽과 비교하면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콘텐츠의 추가는 차후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는 관계로 '디그런'의 전망은 밝으면 밝았지 어둡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