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2015] ‘개발자의 좌충우돌 스타트업 대표 성장기’ 미어캣게임즈 남기룡 대표
최근 소수의 개발자들이 모여 자신들 만의 특색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임 스타트업’ 창업이 열풍처럼 불고 있다. 더욱이 국내 게임산업이 주춤해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스타트업 열풍’은 산업의 저변을 넓히고, 독창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게임을 선보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거대 게임사들도 창업 센터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수 많은 가시밭길을 걸어야 하는 소규모 회사의 특성 상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창업 과정의 정보가 미비해 ’게임 스타트업 창업’을 망설이는 이들도 많은 것이 사실.
금일(21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5(이하 NDC 2015)에서 ‘게임 스타트업 시작하기’ 세션을 맡은 미어캣게임즈의 남기룡 대표는 과거 ‘건즈 온라인’, ‘레이더즈’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에 참가해 게임을 개발한 바 있으며 현재, 실시간 PvP와 뛰어난 액션으로 많은 게이머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액션 롤플레잉 모바일게임 ‘히어로즈 아레나’를 개발한 인물.
이날 강연에서 남대표는 한 명의 개발자에서 스타트업 업체의 대표가 되기까지 겪은 과정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 그리고 이에 대한 자신의 느낌 등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강연을 펼쳐 청중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강연을 시작한 남기룡 대표는 회사의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주변 상황이 급변하자 과거 창업실패의 아쉬움 그리고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 창업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하며, 최근 창업에 대한 지원이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는 것도 창업이라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막연히 게임 창업을 위해 회사를 나온 상황. 남대표는 먼저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해 자신이 창업을 시작했음을 알리고, 팀을 구성하기 전까지 구체적인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다녔다고 말했다. 특히, 본인이 경험한 곳 중 가장 개발에 몰두하기 좋은 곳은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보고 주변 사람들이 굉장히 열심히 공부해 동기 부여가 되었던 도서관이었지만, 최근에는 여러 물품이 지원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창업 지원센터에서 작업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팀을 꾸리기 시작한 그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나와 잘 맞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끌어갈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임 개발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중점적으로 찾아 각 분야별로 핵심 멤버 1명을 포섭해 팀을 만들었고, 창업에 대한 정보와 내가 진행하고 있는 개발 상황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어떤 게임을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남대표는 프로토 타입 개발을 최적화 보다는 퀄리티를, 빠르게 개발하되 하드 코딩을 최대한 지양하는 등의 방향성을 잡고 개발에 매진했고, 우여곡절 끝에 현재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히어로즈 아레나’의 프로토 타입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후 10페이지 분량의 게임소개서를 제작했고, 팀 소개서를 만들었는데, 회사 소개서의 경우 투자자들에게 어필하는 첫 번째 단계이기 때문에 가장 공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후 회사 이름을 정하기 위해 팀 원들과 회의를 거쳐 ‘미어캣게임즈’라는 이름을 결정하게 되었고, 회사를 홍보하고 투자를 유지하기 위해 SNS를 적극적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보도자료 및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 그리고 게임 동영상을 제작해 자신들의 작품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중에서도 남대표는 게임 동영상 제작은 게임을 소개함과 동시에 투자자들에게 어필하는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꼭 수준 높은 게임 동영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투자에 대해 전혀 기본 지식이 없었던 남기룡 대표가 겪었던 스타트업 투자 과정에 대한 자세한 소개도 눈길을 끌었다. 밴처 캐피탈(VC)로부터 투자 제의를 받았던 그는 투자의 전체 과정은 입사과정과 흡사하며, 투자사가 해당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때는 동종업계 개발자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기 때문에 평판 관리를 잘해두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아울러 대표의 경우 기술, 경험, 비전, 의지, 대표작이 중요하고, 개발팀은 기술과 팀 워크와 같은 게임개발에 필요한 요소를 갖추는 것이 투자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대표는 투자를 진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관련 공부를 미리 해두어야 한다는 것으로, 재무, 회계 투자자들은 자주 쓰는 용어가 있기 때문에 이를 알아두어야 원활히 계약을 할 수 있으며, VC는 팀의 성장동력과 비전을, 퍼블리셔는 게임을 집중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투자가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입금까지는 2달에서 최대 6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처음 투자자를 선택할 때는 오랜 시간 진지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파트너에게 투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배우자를 찾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법인 설립은 세금과 같은 많은 비용이 지출되고 팀원들이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법적인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를 받은 이후 설립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명의 개발자에서 스타트업의 대표로 가는 길을 겪은 남기룡 대표가 느낀 다양한 에피소드도 주목할 만 한 부분이었다. 남대표는 처음 게임을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고 말했다. 월급도 없고, 더운 여름 에어컨도 없는 단칸방 회사에서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멤버들이 이탈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대표의 입장에서는 이런 불안을 이야기 할 수 없었고, 다른 팀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멤버들과 많은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인재 영입의 경우 스타트업은 좋은 인재를 구하기가 굉장히 힘들며, 무턱대고 사람을 뽑는 것보다 기본실력을 갖춘 채 기존의 멤버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이른바 ‘케미’를 유지하는 인재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표가 되자 월급, 세금, 각종 영수증 처리, 간식, 외주 계약 후 대금 챙기기, 계약서 쓰기, 수 많은 미팅 등등 신경 쓸 것이 굉장히 많아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안건에 대해 팀원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모든 결정의 책임은 대표가 지게 되며, 회사의 앞날은 곧 대표의 선택에 따라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때문에 남대표는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대표는 그 누구와도 고민을 나눌 수 없으며, 이 과정 속에서 굉장한 고독감이 들었지만, 그것은 ‘대표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표가 되고 보니 더 많이 일하고, 대표로써 무엇을 누리기 보다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또한, 대표가 되자 직원들 월급날이 너무 빨리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은 수시로 겪고, 연휴가 너무 많아 보이는 등 좋은 게임을 만들고 사업을 키워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게 되어서 요즘 말하는 악덕 사장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는 것 같다고 말해 청중들의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남기룡 대표는 “아무것도 모르는 개발자에서 대표가 되고 보니 ‘게임 스타트업’이라는 것은 극심한 불확실 속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아직은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미어캣게임즈가 앞으로 계속해서 성장해 더 나은 결과를 게이머들에게 선보이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며 강연을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