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게임히스토리] 카드로 만나는 판타지의 세계 'TCG의 역사'-2편
해당 기사는 [조영준의 게임히스토리] 카드로 만나는 판타지의 세계 'TCG의 역사'-1편과 이어집니다.
각자의 특성을 지닌 카드를 조합해 하나의 덱을 만들고 이를 통해 상대방과 대전을 벌인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트레이딩 카드 배틀게임 이른바 TCG의 문을 활짝 연 '매직더개더링' 이후 TCG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며 게임 장르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이 TCG 시장의 포문을 연 '매직더개더링'의 게임사인 ‘위저드 오브 더 코스트’(현재는 해즈브로)가 '다양한 스킬을 지닌 카드를 덱으로 만든다'는 게임의 핵심 요소에 대한 특허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북미의 TCG 보드게임 시장은 ‘수요는 있지만, 공급은 제한된’ 상황에 직면한다.
이렇듯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TCG가 다시금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 것은 당시 미국과 함께 세계 게임시장을 주무르던 게임 강국 일본에서 출시된 수많은 카드 게임 덕분이었다. TCG의 핵심인 ‘카드 덱’에 대한 개념에 대한 특허를 지닌 ‘매직더개더링’이었지만, 이 특허는 북미를 비롯한 서구권에 한정되어 있었고, 특허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일본에서 이 TCG를 활용한 다양한 게임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 카드를 마지막으로 내 턴을 마친다!”라는 대사로 온 동네를 시끌벅적하게 만든 ‘유희왕 오피셜 카드게임’(이하 ‘유희왕 OCG’)이다. ‘유희왕 OCG’는 만화가 ‘타카하시 카즈키’가 1996년 일본의 소년 점프에서 연재를 시작한 유희왕의 세계관에서 등장하는 ‘매직&위저드’라는 게임을 그대로 구현시킨 TCG.
특히, 상대의 덱에 따른 각종 카운터와 5종에 이르는 속성과 스킬까지 본격적으로 게임을 하려면 즐길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았던 ‘매직더개더링’과는 달리 ‘유희왕 OCG’는 카드 별 스킬을 단순화 시켜 보다 객관적으로 카드배틀(유희왕에서는 ‘듀얼’이라 부른다)을 펼칠 수 있게 하여 저연령층도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카드 배틀 게임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유희왕의 카드 듀얼은 사실 만화 속 일회용 에피소드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초창기 유희왕에서 카드 듀얼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고, 지금의 카드 듀얼에 대한 명확한 룰도 없는 그야말로 ‘어찌어찌하다가 주인공이 이기는’ 막무가내식 카드 배틀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점차 연재가 장기화 되면서 만화 속 ‘매직&위저드’는 구체적인 룰이 등장하면서 자리를 잡아갔고, 이에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 ‘토에이’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하게 되며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다.
이에 토에이는 1998년 만화 속에 등장하는 ‘매직&위저드’를 실제 TCG로 만들어 출시했지만, 절망적인 판매량을 기록했고, 이에 ‘매직&위저드’의 판권을 모두 일본의 게임사 코나미에게 넘겨주게 된다. 이후 코나미는 1999년 ‘매직&위저드’의 이름을 ‘유희왕 듀얼 몬스터즈’로 바꾸는 동시에 애니메이션의 인기에 힘입은 카드 덱을 다수 출시하기 시작한다.(유희왕 TCG는 새로운 덱이 나올 때마다 타이틀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본문에서는 2014년 확정된 ‘유희왕 OCG’로 표기)
인기 만화를 통해 게임의 룰과 대략적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어 그 어떤 TCG보다 문턱이 낮았던 ‘유희왕 OCG’는 일본 전역의 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이런 인기에 힘입어 유희왕의 카드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기 시작한다.
10년이 지난 2009년 8월 세계 기네스북에 가장 많은 카드 판매량과 수익을 거둔 게임으로 등재된 ‘유희왕 OCG’는 2011년 카드 판매량 ‘251억 7천만 장’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또다시 기네스북을 경신할 정도로 코나미의 주력 사업으로 우뚝 서게 된다.
‘유희왕 OCG’는 국내 TCG 시장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주범이기도 한데, 2003년 대원C&A에서 세계 최초로 라이선스 발매하면서 국내에 상륙한 이후 애니메이션의 흥행과 함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게임의 기본 룰인 ‘카드 덱’을 맞추려면 다양한 카드를 구매해야 했고, 당시 초등학생의 구매가 상당했기 때문에 이들의 ‘유희왕 OCG’는 온갖 우려를 받으며 사회 문제시 되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게임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당시 많은 언론사들과 학부모 단체는 이 ‘유희왕 OCG’를 비롯한 카드 게임에 대한 초등학생들의 열풍에 부정적인 이야기를 쏟아내기에 이른다. 물론 시대가 지난 지금은 온라인, 모바일을 통해 TCG 장르의 게임이 등장하면서 카드 게임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지만 말이다. 이처럼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유희왕 OCG’는 국내에 TCG의 열풍을 일으킨 최초의 사례가 되었고, 이에 수많은 게임들이 국내 시장을 겨냥한 제품들을 출시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보드게임을 넘어 점차 영역을 넓혀 나가기 시작한 TCG는 수 많은 장르 속 게임에 녹아들어 등장하며 점차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장르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특히, 공격, 방어 혹은 마법 능력 등의 카드를 통해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일정 카드를 모아 덱을 꾸려 전투를 벌이는 단순히 수치화된 카드 배틀 류의 TCG가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통해 모바일게임이 붐이 일자 ‘모바일 TCG’를 표방한 게임들이 연이어 대성공을 거두며 TCG는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이 모바일 TCG의 포문을 연 게임이 바로 일본의 사이게임즈에서 개발한 ‘바하무트’와 스퀘어에닉스의 ‘확산성 밀리언아서’(이하 밀리언아서)였다. 이 두 게임 이전에도 일본에는 ‘소셜 게임’과 모바일 장르에서 다양한 TCG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이 ‘바하무트’와 ‘밀리언아서’는 특유의 뛰어난 게임성과 차별화를 통해 엄청난 흥행을 거두며, 모바일에 본격적인 TCG의 시대를 여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사이게임즈’에서 개발한 바하무트는 카드를 통해 배틀을 벌이고, 레벨에 따라 코스트가 달라지며, 이 코스트에 맞춰 카드를 덱을 짜고, 강화와 합성을 통해 카드를 성장시키는 지금의 TCG에 대한 흥행요소를 모두 갖춘 게임이었다. 특히, 일본에서 내로라 하는 인기 일러스터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일러스트들은 단순히 카드를 덱의 일부로 보는 것이 아닌 하나의 캐릭터로 인식하는데 부족함이 없었으며, 길드를 통해 다른 게이머들과 함께 카드 배틀을 벌이고, 서로의 정보를 주고 받는 등 소셜 요소까지 더해진 작품이기도 했다.
이러한 요소에 힘입어 ‘바하무트’는 상륙하는 국가마다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했고, 이런 ‘바하무트’의 흥행을 본 국내외 개발사들은 앞다투어 모바일 TCG를 주력으로 개발하기 시작한다. 다만 한국은 이러한 열풍에서 제외되어 있었는데, 그 이유는 결제가 유난히 불편한 다음 모바게 시스템의 한계과 홍보 부족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더해지며 일어난 결과였다.
스퀘어 애닉스의 주력 사업을 콘솔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전환환 계기가 된 작품이자 한국의 게임사 액토즈게임즈를 일약 중견 게임사로 발돋움 하게 한 모바일 TCG ‘밀리언아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이다. 밀리언아서는 행동력과 배틀포인트를 통해 스테이지를 깨나가며 전투를 벌이는 ‘바하무트’ 식의 게임 플레이에 수백만 명의 ‘아서’들이 전투를 벌인다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스토리모드와 입수한 카드로 시작되는 캐릭터 시나리오를 등장시키며 단순한 카드 배틀을 넘어 흥미로운 세계관으로 점철된 RPG를 보는 듯한 재미를 게이머들에게 선사했다.
여기에 매 시즌마다 바뀌는 ‘배수 카드’(능력치에 비해 몇 배의 이상의 효과를 지닌 카드)의 등장은 게이머들로 하여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카드 수집의 열을 올리게 만들었으며, 격파할수록 강해짐과 동시에 보상 카드를 제공하는 ‘보스’를 등장시켜 다른 게이머들과 함께하는 레이드 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물론, ‘보스전’에서도 배틀 포인트가 소모되기 때문에 가장 낮은 코스트의 카드로 공격해 보상을 노리는 이른바 숟가락 얹기가 유행하기도 했다.)
또한, 높은 등급의 카드를 얻기 위해서는 일정 과금이 필요했지만, 게이머의 노력에 따라 가장 최상위 카드 덱을 충분히 구축할 수 있었으며, 한계돌파 및 레벨 상승 등 카드를 강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등장해 이후 등장하는 모바일 TCG들의 좋은 과금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게이머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마냥 좋은 사례는 아니지만 말이다)
이러한 요소 때문에 밀리언아서는 2012년 4월 일본에서 발매된 이후(한국은 2012년 12월) 밀리언아서는 수 많은 수익을 거두며 일본을 비롯해 한국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TCG가 주류 장르로 떠오르는 것에 혁혁한 공헌을 했고, 이후 수 많은 양산형 TCG가 쏟아지기에 이른다.
높은 인기를 누렸으나 서서히 하락세를 보여 다른 게임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밀리언아서’는 이후 2014년 12월 5일 일본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히지만 후속작 '괴리성 밀리언아서'를 통해 여전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액토즈게임즈를 통해 출시되며 전작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보드게임의 흥행을 넘어 이제는 모바일 시장에 진출한 TCG. 다음 히스토리에서는 블리자드와 넥슨 등 세계적인 게임사들이 선보인 온라인 TCG를 중점으로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