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스토리] 엔씨소프트 연대기 10화 : '아이온' 인기 폭발.. 또 하나의 신화가 시작되다
[게임동아에서는 2015년을 맞이하여 게임 기업의 탄생부터 성숙기까지 더한 연대기형 특집 '기업스토리'를 진행합니다. 첫 번째로 선정된 회사는 엔씨소프트로, 엔씨소프트의 과거와 현재를 비롯하여 정치, 인사, 경제 등 가능한 폭넓은 분야를 토대로 다루어볼 계획입니다. - 기사 내 대화는 당시의 상황을 유추해 각색한 것으로 현실과 다소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리니지'와 '리니지2'가 여전히 활화산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온'이 출시되기 전인 2008년의 엔씨소프트는 여러 캐주얼 게임과 타뷸라라사 등의 실패로 불안하기만 했다. 신성작 동력에 대한 부분에서도 많은 지적을 받았다.
때문에 '리니지', '리니지2'의 성공 이후 정체된 엔씨소프트는 '아이온' 프로젝트에 큰 희망을 걸었다. '아이온'이 엔씨소프트의 위기를 이어갈 것인지, 혹은 대성장을 가져갈 것인지 당시 커다란 화두였다.
하지만, '아이온' 또한 수년간의 개발 동안 여러번 뒤집혔다는 소문과 함께 출시 시기가 다가왔음에도 엔씨소프트 외부의 전문가들이 대부분 신통치 않은 평가를 내리며 당시의 엔씨소프트를 압박했다. 주가가 2만원 대까지 떨어진 것이 당시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갖은 압박에도 김택진 대표를 비롯한 지용찬 디렉터 등의 '아이온' 개발진은 전혀 동요하거나 휘둘리지 않았다. 오히려 묵묵히 개발을 마무리하며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중간 중간에 '세계의 트렌드는 이렇다', '경쟁사의 RPG는 이런 면이 부각됐다.'며 전면 수정을 요구하는 요청도 있었지만, 김택진 대표는 기준을 명확히 잡고 뚝심있게 '아이온' 만의 매력을 극대화 시키는데 주력했다.
실제로 개발자들도 '아이온'이 성공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고 생각했다. '리니지2' 때도 그랬지만, '아이온' 개발자들은 성공 한 번 해보겠다며 악에 받친 모습으로 수차례 날밤새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개발자들은 그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공중전을 비롯해 대규모 RVR(그룹간 전투), 조화로운 시장 구성을 만드는 부분이 특히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아이온'의 글로벌 시장 성공을 확신합니다."
2008년 10월23일, 서울 조선 호텔에서 김택진 대표는 많은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공표했다. 김택진 대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고 '리니지'와 '리니지2'에 이은 성공작이 탄생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외쳤다
이러한 자신감과 함께 '아이온'에 대한 평가는 조금씩 바뀌어 갔다. 수년 간 이어졌던 '아이온' 개발의 대장정, 300억 여원의 개발비와 1300명의 개발자가 참여한 내용도 공표되면서 사람들의 시선도 바뀌어갔다.
운명의 2008년 11월11일 오전6시, 엔씨소프트의 전 직원들은 자사 사옥 지하 광장에 모였다. 그리고, '아이온'의 서버를 오픈하며 자사의 운명을 지켜보았다.
순식간에 격정적으로 차오르는 지표들.. 서버가 순식간에 가득 채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엔씨소프트 직원들은 서로 얼싸안고 환호했다. 김택진 대표 또한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필자가 엔씨소프트를 담당하면서 바라보았던 순간 중에 가장 극적인 순간이 아니었을까. 라고 회고해본다.
'아이온'의 성공은 엔씨소프트 뿐만 아니라 업계에도 큰 충격을 줬다. 우선 서비스한지 2주가 되기전에 '아이온'은 2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며 PC방 순위 1위 자리를 꿰어 찼다.
그전에 106주 동안 PC방 순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서든어택'이 왕좌에서 물러났으며, 경쟁작이었던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리치왕의 분노'를 압도적으로 꺾음으로써 국산 RPG의 자존심을 북돋우기도 했다. 무엇보다 모든 그동안의 핍박과 두려움을 뚫고 일궈낸 성공이었다는 게 의미가 깊었다.
당시 '아이온'을 총괄했던 지용찬 디렉터는 "인생 최고의 반전이었다. 역적이었다가 하루 아침에 구국의 영웅이 된 느낌."이라며 "많은 논란 속에서도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중심을 잃지 않은 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회고했다.
'아이온'의 성공과 함께 엔씨소프트 사업팀도 빠르게 움직였다. SK브로드밴드와 공동 마케팅을 통해 '브로드앤 아이온' 패키지가 출시되었는가 하면, 동서와 제휴를 맺고 '아이온'을 소재로 한 포도맛 탄산 음료 '리치스 아이온 그레이프'가 출시되기도 했다. 신한카드와 제휴를 맺고 '플레이 아이온 신한카드'가 만들어지는 등 사회 전반의 여러 업체에서 '아이온'과의 제휴 의뢰가 빗발쳤다.
"2008년도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은 '아이온'!"
겹경사도 있었다. '리니지'와 '리니지2'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했던 김택진 대표는 오랜만에 다시 대한민국게임대상의 단상에 올랐다. 기존과 달리 '아이온'은 대상 선정 과정에서 만장일치의 의견을 받으며 더욱 가치를 빛냈다.
이후에도 '아이온'은 계속 기록을 세웠는데, 대표적인 것이 PC방 순위였다. MMORPG는 장르상 집에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성향의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온'은 무려 1위 순위를 160주간이나 갱신하게 된다.
또 '아이온'이 개그 프로그램에 차용된 적도 있었으며, 게임 내에서 산모와 신생아의 생명을 구한 이야기, 또 공중파 '동상이몽'에서 수술로 인해 힘들었던 시기에 위기와 활력이 되어준 '아이온' 에피소드 가 나오는 등 '아이온'이 게임의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공헌을 해주었다는 평가도 나오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도 폭발적으로 회복하기 시작했는데, '리니지'와 '리니지2'가 건재하고 '아이온'이 업계 최고의 히트작으로 떠오르면서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20만원을 훌쩍 넘어 최고 38만원에 도달하게 된다. 실제로 '아이온'의 성공이 엔씨소프트의 다음 차기작인 '블레이드앤소울'과 '리니지이터널'의 개발 원동력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 11화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