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를 마주하며 즐기는 색다른 퍼즐, 킬미어게인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들을 앞세운 퍼즐 게임 프렌즈팝을 선보이며, 퍼즐 게임 장르에 새로운 돌풍을 몰고 온 NHN픽셀큐브가 이번에는 좀 더 색다른 게임을 선보였다. 자체 개발한 게임인 킬미어게인은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좀비가 등장하는 게임으로, 장르가 무려 퍼즐RPG이다. 귀엽고 깜찍함이 가득한 프렌즈팝과는 정반대의 기괴함과 긴박감이 게임을 가득 채우고 있다.

킬미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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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좀비와 퍼즐은 언뜻 생각해서는 서로 접점을 찾기 힘든 소재다.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좀비라면 당연히 숨가쁘게 움직이는 액션이 떠오르고, 퍼즐 게임은 순발력보다는 곰곰이 생각하면서 최적의 한 수를 찾아내는 느낌이 강하다. 요즘 유행하는 게임으로 치면 캔디크러쉬소다 같은? 물론 순발력을 요구하는 퍼즐 게임들도 많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기자의 기억으로는 좀비와 연결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 하다. 게다가 외국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이 게임은 엄연히 국산 게임이다.

킬미어게인 개발진은 좀비와 퍼즐의 접점을 주인공이 사용하는 무기에서 만들어냈다. 3매치 방식의 퍼즐을 맞추면 그에 해당되는 무기를 사용해 다가오는 좀비를 공격하는 개념이다. 특히 블록 모양이 총알의 뒷모습 형태로 만들어져 있으며, 잡고 있던 블록에서 손을 떼는 순간 공격이 시작되기 때문에 실제로 총알을 발사하는 듯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총이 발사되는 효과음도, 칼로 적을 써는 효과음도 시원시원해 액션 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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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에 적의 모습이 보이고, 하단에 다양한 색깔의 퍼즐 블록이 배치되어 있는 전형적인 퍼즐앤드래곤 류의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성도 비슷할 것이라고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직접 해보면 약간은 차이가 있다. 퍼즐앤드래곤은 색깔 블록을 맞추면 그 속성을 가진 몬스터만 공격을 하게 되지만, 킬미어게인은 속성에 상관없이 몇 개의 블록을 맞추는가에 따라 다른 공격이 나간다. 예를 들어 3개의 블록을 맞추면 권총, 4개의 블록을 맞추면 자동소총, 근거리에 다가오면 근접무기가 발동하는 식이다. 물론 블록 색깔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고, 적마다 속성 수치가 있어서 약점이 되는 속성으로 공격하면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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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레벨업을 해서 체인스킬을 업그레이드 하면 4:3, 3:3:3 등 특정 블록 개수를 맞췄을 때 강력한 위력을 가진 특수 기술이 발동하기도 한다. 물론 처음부터 이것을 신경 써가며 플레이 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좀 더 익숙해지면 적이 다가오길 기다렸다가 빈틈을 보였을 때 치명적인 공격을 선사하는 전략적인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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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어게인의 퍼즐에 독특함을 더하는 것은 실시간으로 다가오는 좀비들이다. 적들은 게이머가 퍼즐을 맞출 동안 기다려주지 않으며, 바로 앞까지 접근하면 게이머의 분신인 캐릭터를 공격한다. 공격을 받으면 캐릭터가 쓰러지면서 에너지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퍼즐 영역이 사슬로 잠기기 때문에 빠르게 연타를 해서 사슬을 벗겨내야만 다시 좀비를 공격할 수 있게 된다. 퍼즐 게임이긴 하지만 액션 게임 못지 않게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즐길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킬미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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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가 조작할 수 있는 캐릭터는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킬러, 방어력에 특화된 강화 군인, 회복력에 특화된 연구원, 이렇게 3종이며, 게임 플레이를 통해 습득한 다양한 무기와 방어구를 장착시켜 더욱 강력하게 성장시킬 수 있다. 무기와 장비는 등급이 있어 높은 등급일수록 더 많은 특수 능력이 부여되어 있으며, 세트 장비를 장착하면 장착 수에 따라 별도의 부가 능력이 발휘된다. 즉,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보다 강력한 세트 아이템을 맞추고, 강화하는 것이 이 게임의 주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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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수집 뿐만 아니라 부가 콘텐츠도 충분히 갖췄다. 무의미하게 좀비만 썰고 다니는 게임은 금방 지루해질 수 있으므로, 캐릭터의 설정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수집해 읽을 수 있도록 했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형태의 좀비들과 NPC들을 수집하는 콜렉션 요소도 만들어뒀다. 장르만 퍼즐RPG일 뿐이지 왠만한 대작 모바일RPG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방대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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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많은 공을 들인 티가 나는 게임이긴 하지만,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액션 파트와 퍼즐 파트가 완벽히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한눈에 2가지를 모두 보기가 상당히 힘들다. 다양한 좀비의 외형과 캐릭터의 액션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인 티가 나는데, 정작 게이머들은 퍼즐을 신경 쓰느라 그것이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열심히 퍼즐을 신경쓰고 있다보면 어느샌가 다가온 탱커형 좀비가 캐릭터를 물어뜯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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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반적인 3매치 퍼즐 게임이라면 고민 끝에 동시에 여러 블록을 없앴을 때 실력이 늘었다는 쾌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이 게임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아무래도 좀비가 다가오기 전에 원거리에서 처리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기 때문에 퍼즐앤드래곤처럼 한 블록을 계속 움직여 한방 콤보를 노리기 보다는, 오히려 애니팡을 플레이 하듯 3개 블록이나, 4개 블록을 빠르게 맞춰서 연사하는 것이 더 편하다. 물론 후반부에 강력한 적이 나오면 다가오길 기다렸다가 빈틈을 보였을 때 치명적인 체인스킬을 집어넣는 전략적인 플레이가 필요하겠지만, 게이머들이 그런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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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킬미어게인은 색다른 제목만큼이나 독특한 게임성이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게임이다. 다만, 색다른 소재가 주는 신선한 느낌을 ‘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적응하기 힘든 특이한 게임이라며 ‘불호’로 받아들일 사람들이 많은 마니아 게임이라는 것은 이 게임이 가진 약점이다. 취향이 맞는 사람들은 “틀에 박힌 RPG만 만들던 한국 개발사가 어떻게 이런 독특한 게임을 만들었지!”라고 얘기할테지만, “이거 어떻게 하는건지 도대체 모르겠네!”라고 얘기할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킬미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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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한국에서 대박을 낼 생각으로 만든 게임이었다면 개발자에게 다시 한번 고민해보라고 충고하고 싶지만, 다행히 이 게임은 글로벌 140개국 동시 출시가 말해주듯 처음부터 한국이 아닌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한 게임이다. 여러가지 약점도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독특함이 엿보이는 게임인 만큼 한국보다 훨씬 큰 마니아 시장이 존재하는 해외에서 큰 성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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