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을 장식하는 화려한 변신. 메탈기어 솔리드5 팬텀페인

잠입 액션의 시초이자 영화 같은 게임의 대명사로 불리는 메탈기어 시리즈의 최신작 팬텀페인이 최근 출시됐다. 오랜만에 출시되는 대작이기도 하고, 전작이었던 그라운드 제로가 에필로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워낙 짧은 게임 플레이 시간으로 인해 아쉬움을 안겨줬기 때문에, 그 다음 얘기를 다루고 있는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또한, 공식적으로 마지막이라는 언급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는 점도 기대감을 높였던 요인이다. 여러 작품을 통해 방대해진 세계관이 이번 작품을 통해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인데다, 시리즈의 아버지인 코지마 히데오가 이번 작품을 끝으로 코나미와 결별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코나미가 이 정도의 명성을 지닌 IP를 그냥 포기할리는 없지만 코지마가 없는 메탈기어를 과연 메탈기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이런 기대감에 부흥하듯 이번 작품을 위한 특별 한정 패키지와 전용 PS4까지 국내 발매되면서, 안 그래도 관심을 많이 받는 게임이 더욱 게이머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역대급 예약전쟁을 불러 일으켰다. 국내에 마니아들이 많은 작품인 만큼 몇 초 차이로 놓치고 피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PS4 메탈기어 솔리드5 에디션
PS4 메탈기어 솔리드5 에디션

팬텀페인의 스토리는 전작 그라운드 제로에서 큰 부상을 입은 빅 보스가 복수를 위해 다시 조직을 부활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메탈기어 시리즈 전체로 봤을 때는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메탈기어1의 이전 내용으로, 영웅이었던 빅보스가 메탈기어1편에서 어떻게 악당으로 변신하게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이번 작품에서 해소할 수 있다. 또한 이전 시리즈에서 모습을 보였던 주요 인물들이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하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마니아들에게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메탈기어 시리즈의 역사라면 쉬지 않고 계속 떠들 수 있는 전문가들이 많은 만큼 자세한 소개는 하지 않겠지만, 메탈기어 시리즈를 제대로 즐겨보지 못한 사람은 꼭 찾아보길 바란다).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이전까지는 주어진 미션을 해결하는 특수 요원의 입장에서 스토리가 진행됐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은 빅보스가 자신의 조직을 성장시키는 과정을 담고 있는 만큼 게임 시스템도 달라졌다. 시리즈 최초로 오픈 월드를 도입해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적 요인 암살, 시설물 폭파 등 미션을 수행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자원과 인력을 수급해 기지를 발전시키는 시뮬레이션 적인 성격도 가미됐다.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물론, GTA5처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살아 움직이는 세계가 아니라 미션을 선택하면 생성되고, 끝나면 지역이 초기화되는 형식이라 오픈월드라고 부르기 민망하긴 하나, 기존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인 만큼 상당히 신선한 느낌이다. 특히, 미션 중 기절시킨 적이나 무기, 자원 등을 낙하산으로 매달아 기지로 보내는 풀톤 회수 시스템은 보물 사냥꾼이 된 듯한 기분마저 느끼게 한다. 초반에는 적 병사 정도만 기지로 보낼 수 있지만, 점점 업그레이드하면 기관총, 트럭, 심지어는 탱크까지도 보낼 수 있어, 지역을 탐험하는 재미가 있다. 풀톤 회수 시스템으로 확보한 인력과 자원 덕분에 기지가 점점 더 발전하고 있는 것을 보다보면 정말 흐뭇해지고, 빨리 다른 지역으로 출동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또한, 잠입 게임이라고 해서 잠입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자유로운 플레이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도 게임 플레이의 재미를 더한다. 적들의 수가 많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돌격하는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나, 한 대만 맞아도 죽는 것도 아니고, 무기가 부족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부러 적에게 발각되고, 적을 모아서 한번에 처리하는 플레이도 고려해볼 수 있다. 중반부 이후에는 그야말로 슈퍼 솔저라고 할 수 있는 저격수 콰이어트가 동료로 합류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목표를 달성하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또한, 탱크처럼 정면대결하기 곤란한 적들은 낙하산으로 매달아 기지로 보내버리는 방법도 있다. 물론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여전히 적을 죽이지 않고 목표물만 살상하는 잠입 플레이를 해야 한다.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물론, 게임 플레이에 단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메인 미션 중 설정 지역을 벗어나면 자동으로 미션 종료가 되기 때문에 답답한 느낌이 있으며(사이드 미션에서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긴 하다), 미션 종료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기지 발전을 위한 재료 수집용 반복 플레이를 하다보면 약간 지루한 느낌도 있다. 폭스 엔진을 제대로 활용한 그래픽 덕분에 주변 배경을 보는 재미가 있지만 정작 미션 장소까지 이동하는 것 외에는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보니, 굳이 오픈월드 방식으로 만들어야 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예전처럼 게임 난이도가 높은 것이 아니니 긴장감이 덜 하기도 하고.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메탈기어 시리즈의, 코지마 히데오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이벤트 컷신도 이번 작품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이전 작품은 이벤트 컷신이 너무 과해 게임 플레이의 흐름을 끊는다는 얘기가 많았으며, 특히 이벤트 컷신의 정점을 찍었던 메탈기어 솔리드4에서는 10분 플레이를 하고 30분 영상을 감상하는 것이 일상적이고, 엔딩 영상은 무려 1시간을 멍하니 쳐다봐야 해, 지금 게임을 하는 것인지 영화를 보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비판까지 나오기도 했다.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코지마 히데오도 이런 평가를 의식했는지, 아니면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는 제작비에 대한 경영진의 압박 때문인지 이번 작품에는 이벤트 컷신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느낌이다. 초반부에 병원을 탈출하고, 기지에 합류하는 과정까지는 과거처럼 화려한 영상이 계속 이어지지만, 그 이후에는 중요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 외에는 이벤트 컷신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이전 같으면 이벤트 영상이 나올 타이밍인데 나오지 않으니 메탈기어답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대신 이벤트 영상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방대한 양의 카세트 테이프다. 미션 지역을 돌아다니다보면 숨겨져 있는 카세트 테이프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 카세트 테이프에는 메탈기어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대화를 들을 수 있다. 예전에는 강제로 봐야 했던 스토리를, 관심 있는 사람만 들으라고 얘기하는 듯한 느낌이다. 게이머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긴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을 장점으로 봐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안 그래도 어려운 내용을 음성, 더구나 외국어로 듣고 있자니 잘 이해가 안되고, 귀찮아서 선뜻 손이 안 간다. 외국어 문제야 이후 한글판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이것을 차근차근 들을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다.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현재 팬텀페인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메탈기어 솔리드3에서 메탈기어솔리드4까지 전 시리즈가 이어지는 스토리를 완성시켰으며, 오픈월드라는 새로운 변신도 인상적이었다. 만들다 만 챕터3 이슈와 깔끔하지 않은 엔딩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가 있긴 하지만, 개발 당시 코지마 히데오와 개발진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 정도까지 만들어낸 것도 감탄이 나올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게임 초반부에 쉬지 않고 나오는 코지마 히데오의 이름과 코지마 프로덕션 로고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역시 “메탈기어 시리즈는 내가 만든 작품이다”라고 외치는 코지마 히데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 애처로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코지마 히데오의 코나미 퇴사 이후 메탈기어 시리즈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사실상 마지막 진짜 메탈기어가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된 것이 너무 고맙다.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