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부진 탈출의 해법 '소셜보드게임', 어느 쪽으로 터질 것인가?
이른바 탈 카카오 현상과 함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카카오 게임의 부진 탈출 해법으로 관심을 모았던 모바일 소셜 보드 게임(고스톱, 포커) 전략이 드디어 시동을 걸었다.
카카오 임지훈 신임대표 취임 후 첫 공식간담회가 진행된 10월 27일 선데이토즈와, 조이맥스, 엔진이 일제히 for Kakao가 붙은 신작 맞고 게임의 사전예약을 시작한 것. 또한 보드 게임 전문 개발사 다다소프트를 인수한 파티게임즈도 10월 29일 아이러브맞고의 사전 예약을 시작해 총 4종의 맞고 게임이 카카오 게임 플랫폼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 게임들 모두 아직 정확한 출시일이 공개된 것은 아니나, 일반적으로 모바일 게임들이 사전 예약 시작 후 한달 이내 출시되는 것을 감안하면, 11월 중, 빠르면 지스타 이후에 출시될 것으로 예측된다.
선데이토즈가 선보인 애니팡 맞고는 애니팡 캐릭터들을 활용한 맞고 게임이며, 조이맥스의 맞고의 신은 PC 환경에서 즐기던 사람들에게 친숙한 게임 진행이 특징이다. 엔진의 프렌즈 맞고는 사용자 대전은 물론 컴퓨터와의 대전을 통해 스트레스 없이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며, 파티게임즈의 아이러브맞고는 지역을 정해 전국의 게이머들과 1:1 대결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보드 게임을 찾아보는게 쉽지 않다. 웹보드 게임의 사행성 문제로 인해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펼쳐온 정부 때문에 작년까지 보드 게임을 모바일로 출시하지 못했으며, 출시 금지가 해제된 이후에도 각종 규제를 의식한 게임사들이 보드 게임에 도전할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웹보드 게임 시절부터 이 장르에 공을 들여온 NHN과 네오위즈게임즈 정도만 게임을 서비스 중이며, 네오위즈게임즈의 피망맞고가 3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 나머지 게임들은 순위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에서 카카오가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이 같은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카카오와 소셜 보드 게임의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인정받고 있는 애니팡의 성공 이유는 카카오톡은 사용하지만 평소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지 않았던 40~50대를 끌어들인 것이고, 이 연령대는 과거 피쳐폰 시절 맞고 등 보드 게임을 주로 즐겼던 연령대다. 즉, 카카오를 통해 보드 게임이 출시된다면 너무 복잡한 게임들뿐이라 즐길 게임이 별로 없었던 40~50대들이 한번에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 그들은 자신이 즐기는 콘텐츠에 비용을 지불하는데 경제적인 어려움을 느끼지도 않으며, 사행성 논란 때문에 적극적인 홍보가 힘들다는 점도 카카오 소셜의 전파력으로 어느 정도 만회된다.
또한, 정부의 웹보드 규제 완화 정책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작년까지 사행성 문제를 걱정해 스마트폰용 보드 게임 출시 허가를 내주지 않을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웹보드 게임 분야가 지나친 규제로 인해 고사 직전까지 몰리고 있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내년부터는 아이템 1회 판매 가격 1만원 제한, 아이템 묶음 판매 금지 등 중복 규제 항목을 폐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기간 소셜 보드 게임 전략을 만지작거리던 카카오가 드디어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카카오 게임하기의 부활을 위해 오랜 기간 고민 끝에 결정한 전략이고, 선데이토즈, 파티게임즈 등 참여사들도 새로운 킬러 콘텐츠를 마련하지 못해 한계점에 도달한 상황에서 동참을 선언한 만큼 한번 시험해보자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려 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듯 지금까지 발표된 상황을 보면 상당히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지만, 이 사업의 미래가 무조건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사행성 문제라는 원초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어느 정도 규제를 풀어줬다고는 하나, 만약 다시 또 사행성 문제가 붉어진다면 다시 규제의 칼을 들이댈 것이 확실시 된다.
게다가 웹보드 게임 시절과 달리 모바일에서는 결제가 쉽고 간편하며, 현행 법으로 정해진 월 30만원의 결제 한도 제한이 쉽지 않다. 국내 기업이 아닌 구글에서 운영하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결제를 체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더욱이 구글플레이 스토어 기프트 카드를 사서 충전하는 금액까지 체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즉,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소셜 보드 게임 잘 되는 것은 좋지만,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잘되면 또 다시 규제 폭탄이 터질 확률이 높다.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는 본능적으로 높은 수익을 벌 수 있는, 즉 사행성이 높은 쪽으로 게임을 발전시킬 수 밖에 없으니, 이를 관리하는 카카오가 계속 수익과 사행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기업도 아니고 감청 사태, 카카오 대리운전 같은 골목상권 개입 논란 등으로 계속해서 정부의 주목을 받고 있는 카카오 입장에서는 정부의 간섭이 그 어떤 것보다 더 무섭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기대만큼 성공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있다. 과거 피쳐폰 시절에는 사양 한계 때문에 화려한 게임을 만들지 못해 그나마 그래픽 퀄리티에 영향을 덜 받는 소셜 보드 게임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지만, 본격적인 모바일 게임 시대에 열린 지금에서는 보드 게임보다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 게임들이 훨씬 많다는 의견이다. 또한, 화제가 되기 위해서는 초반부터 높은 순위에 올라야 하지만, 동시에 4개 게임이 같이 출시되기 때문에 관심도가 분산되고 있다는 것도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사전예약을 진행중인 게임들의 상황을 보면 애니팡맞고 40만, 프렌즈맞고 27만, 맞고의 신 16만, 아이러브맞고 14만으로 현재 인기 모바일 게임들의 사전예약과 비교했을 때 수치가 그리 높다고 볼 수 없다. 다만, 19세 이상만 신청할 수 있으며, 타 장르 대작 게임처럼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낮다고 볼 수도 없는 수치다. 고심 끝에 소셜 보드 게임이라는 양날의 검을 선택한 카카오가 이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또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