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기기 'VR'의 새로운 가능성, 2016년 게임에서 찾는다
지난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막을 내린 한국 최대의 게임박람회 지스타 2015의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바로 '가상현실 기기'(Virtual Reality) 이른바 'VR'이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SCEK), 엔디비아 등 이미 이전부터 'VR'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업체들의 결과물이 대거 공개되었으며, 인디게임 개발자를 비롯한 여러 아마추어 게임개발자들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VR로 풀어낸 작품도 여럿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미래 기술로 여겨지던 'VR'은 지스타 2015에서 그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의료, 영상, 엔터테인먼트 심지어 로봇공학까지 다양한 산업과 연관되며 가상현실의 시대에 돌입할 것이라고 하지만 정작 대중들은 체감할 수 없었던 'VR'이 유독 게임산업에서 구체화되어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게임과 가상현실 기기만큼 오랜 시간 결합을 시도한 콘텐츠도 드물다. 'VR'이라는 키워드가 전세계를 관통하기 전인 90년대부터 이미 게임산업에는 '버추얼 보이', '게임 패드' 등 다양한 형태의 가상현실 기기가 등장했었다.
가상의 공간 속에서 주인공 혹은 사물이 되어 움직이고, 행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이야 말로 가상현실 공간을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VR'이 가진 기능과 가장 부합되는 콘텐츠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소니에서 선보인 가상현실 기기 플레이스테이션 VR(이하 'PS VR') 역시 이러한 모습을 확실히 보여준 물건이었다. 과거 '프로젝트 모피어스'라고도 불렸던 'PS VR'은 풀 HD급(1,920x1,080) OLED를 바탕으로 PS4로 등장하는 게임을 더욱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는 일종의 게임 주변기기와 같은 기능의 제품이다.
이번 지스타 2015에서는 이 'PS VR'을 활용한 다양한 게임들이 등장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PS4 서비스와 함께 출시되었던 '플레이룸'의 캐릭터를 활용한 '플레이룸VR', 1인칭 시점을 활용해 차원이 다른 공포감을 느낄 수 있는 체감형 공포게임 '키친', 전자 음원 소프트 캐릭터 하츠네 미쿠의 공연을 체험할 수 있는 '하츠네 미쿠 VR', 은행강도가 되어 숨막히는 추격전을 펼쳐야 하는 '런던 하이스트'.
그리고 미소녀의 가정교사가 되어 소녀의 몸짓과 시선 등 서로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썸머레슨'까지 그 동안 해외 게임쇼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게임들이 대거 등장해 이를 체험하고자 하는 관람객들이 평균 2~3시간의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큰 호응을 받았다.
'PS VR'은 그 동안 제기되어 왔던 'VR'의 단점인 '혼자 노는 플레이'의 새로운 해답을 제시했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깊은 제품이다. 그 동안 '앞으로 VR이 극복해야 하는 것은 바로 수치심'이라고 할 정도로 VR을 즐기는 사람과 해당 영상을 보지 못하는 외부인 간의 괴리감이 상당하여 비 착용자가 보는 VR 착용자의 행동이 자칫 '불쾌감'을 불러 일으킬 만큼 거리가 멀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소니는 PS4의 패드와 함께 즐길 수 있는 'PS VR' 소프트를 선보이며 이러한 단점을 하나의 게임 장르로 풀어내려고 했다. 'PS VR'로 즐길 수 있는 '플레이룸VR'의 미니게임의 경우 VR을 착용한 게이머와 패드로 플레이하는 게이머의 시선이 달라 서로 각자의 시선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VR 착용자와 비 착용자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선보이며, VR이 가진 '혼자 노는 플레이'라는 단점을 불식시킨 셈이다.
엔디비아 부스에서 선보인 '오큘러스 리프트'은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소니의 'PS VR'에 비해 더욱 뛰어난 그래픽과 강화된 현실성을 통해 VR이 가진 능력을 최대로 끌어낸 모습이다. 다소 해상도와 '프레임 드랍'(화면의 그래픽이 순간 감소하는 상황)이 간간히 보였던 PS VR에 비해 엔디비아에서 선보안 '오큘러스'는 게임패드와 함께 즐기는 VR이라는 장점을 확실히 부각시킨 모습이었다.
특히, CCP 게임즈의 '이브: 발키리'의 경우 우주 비행선에서 바라본 우주의 장엄한 모습과 순식간에 눈앞에서 등장하는 압도적 크기의 외계인 함선 등을 통해 마치 숨이 멎을 듯한 장관을 선사하며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연출을 보여줬으며, 적의 비행선을 찾고 이를 격추하는 등 수준급의 플레이를 제공해 게임의 재미 역시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카본 게임즈의 '에어메크'(AirMech) VR의 경우 일반적인 디펜스 장르의 게임에 직접 유닛을 집어 들어 방어 선을 구축하고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공중과 지상의 전투를 더한 에어메크는 단순 평면 시선의 디펜스 게임을 더욱 실감나게 재현해 놨다. 아울러 다양한 형태로 변신하는 로봇을 역시 새로운 볼거리 중 하나였으며, 적이 몰려오는 방향과 위치를 고개를 돌리는 것 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등 VR이 가진 장점을 최적화 시킨 모습이었다.
그 동안 많은 인기를 끌었던 게임 장르에 현실감 넘치는 VR의 기능을 더해 더욱 현실감 넘치고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게임의 새로운 면을 발견해 낸 듯한 모습이었다. 이는 VR을 통해 더욱 실감나는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는 시도를 하고 있는 미디어 산업에게 보여주는 하나의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스타에서 확인한 VR의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궁무진 했다. 비록 본문에는 SCEK, 엔디비아 등의 부스에서 선보인 VR 게임을 소개했지만, 지스타 현장에서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다양한 형태의 VR게임이 등장해 관람객들의 흥미를 더했다.
이러한 가능성을 지닌 대표적인 VR 기기 '오큘러스 CV1'와 'PS VR'은 바로 2016년 중반 출시를 예정으로 마지막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많은 이들이 꿈꿔온 VR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2016년 게임업계를 주목해 봐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