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 선언한 니드포스피드 리부트, 속도가 더 필요해
화끈한 레이싱 게임의 대명사 니드포스피드가 또 다시 슈퍼카들을 앞세우고 돌아왔다. 전작 라이벌 이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번 작품의 제목은 그냥 니드포스피드. 항상 붙어 있던 부제가 없어서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이번 작품은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리부트 타이틀인 만큼 아무런 부제가 붙지 않았다. 1994년에 첫 작품이 나온 이래 지금까지 20편이 넘은 작품이 니드포스피드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만큼 이제는 새출발이 필요한 시기라고 느낀 것이다.
개발사는 전작 라이벌에서 크라이테리온과 같이 작업을 했던 고스트 게임즈, 엔진은 당연히 EA를 대표하는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스트바이트3. PS4에 디스크를 넣고 로딩 화면을 보다 보면 순서대로 나오는 로고들을 보면서 오랜 시리즈의 새로운 출발답게 EA가 총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전작이 라이벌이었고, 엔진이 넓은 지역을 표현하기에 좋은 프로스트바이트3라는 것에서 어느 정도 짐작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게임은 오픈월드를 배경으로 자유로운 레이싱을 즐기는 게임이다. 싱글 플레이와 멀티플레이가 독자적인 모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게임 시작부터 네트워크 연결이 기본. 꼭 PSN 유료 회원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네트워크 연결이 되어 있지 않으면 실행조차 할 수 없다. PS4 사용자 대부분이 네트워크 연결은 기본으로 해뒀겠지만, 만약 연결이 안되어 있다면 상당히 당황하게 될 것이다. 싱글 플레이만 즐기다보니 귀찮아서 네트워크 연결 설정을 안 해뒀던 기자가 그랬다.
새출발이라고는 하지만 기존에 있던 것을 모두 버린 것은 아니다. 이번 작품의 컨셉은 전작인 라이벌처럼 오픈월드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레이싱을 즐기는 것으로, 배경이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심야의 도심이기 때문에 언더그라운드가 떠오르기도 하다. 또한,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달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의 분신이 마치 영화의 주인공처럼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더런을 연상시킨다. 기존의 작품에서 호평 받은 것들이 총 집약시킨 듯한 느낌이다.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갑자기 영화 같은 영상이 등장하고, 영상이 끝난 뒤에는 다음 목적지까지 차를 몰고 가게 된다. CG 영상이 아니라 실제 배우들을 기용해 만든 영상이기 때문에 레이싱 장면으로 이어질 때 상당히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전작에서 차세대 게임기에 대한 적응을 완벽하게 했는지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거짓말 조금 보태면 안경을 고쳐 쓰고 다시 보게 될 정도였다. 물론 배경이 심야의 도심이라 굉장히 어둡고, 어딜 둘러봐도 도로이기 때문에 미국을 횡단하며 달렸던 더런처럼 주변 경관을 보는 맛은 부족하나, 하나 하나 세밀하게 살펴보면 확실히 차세대 게임기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비 내리는 밤을 질주하는 장면이나, 현실에서는 구경도 하기 힘든 슈퍼카들이 충돌해서 부서지는 장면, 차고에서 보는 슈퍼카들의 세밀한 튜닝 장면까지 모든 부분이 인상적이다. 배우들의 손 발이 오그라드는 과장된 연기도 계속 보다 보면 정들고.
게임 플레이는 마치 GTA를 보는 듯 하다. 단지 오픈월드이기 때문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도시를 돌아다니다가 주변 인물들과 전화 통화 후 목적지로 이동하고, 그것에서 레이싱 경기를 즐기는 과정이 GTA의 스토리 진행 방식을 연상시킨다. 심지어 사고를 내거나, 도시 시설물을 파괴하면 경찰차가 나타나 무섭게 쫓아오는 것도 GTA와 마찬가지다.
주변 인물 5인은 이 게임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스피드, 스타일, 빌드, 크루, 아웃로를 각각 상징하고 있으며, 그들이 주는 미션을 따라가다 보면 매그너스 워커, 켄 블락, 리스키 데빌 등 그 분야의 전설적인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웬만큼 레이싱 분야에 관심이 있지 않으면 알기 힘든 사람일뿐더러, 한글 자막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만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정말 기대되거나 흥미롭지는 않다. 더구나 시도 때도 없이, 심지어는 시합 중에도 울리는 그들의 전화는 직장 상사를 떠올려서 짜증을 불러 일으킬 때도 있다(처음에는 맵에서 미션 지역까지 순간 이동하는 기능이 있는 것을 몰라서 직접 이동을 해서 더 짜증이 났다). 단, 로빈의 전화는 제외! 여자니까. 그것도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여자!
레이싱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드라이빙 감각은 상당히 난해하다. 사실 처음에는 몇 번 플레이 해보고 던질 뻔 했다가 참고 계속 해보니 개발자의 의도가 어느 정도 이해됐다고 하는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서두에 밝혔다시피 기자에게 있어 니드포스피드는 ‘광란의 질주’라는 말이 떠오르는 화끈한 아케이드형 레이싱 게임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켜고 첫 경주를 하면 시원스럽다기 보다는 답답함부터 느끼게 된다. 밟아도 속도가 나는 것 같지도 않고, 주변에 차가 많은 것도 아니라서 치열한 경쟁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또한, 예전에는 브레이크만 살짝 밟아주면 됐던 드리프트도 내 맘처럼 부드럽게 되지 않는다.
처음에 주는 차야 당연히 성능이 좋을 수가 없으니, 돈을 모아서 좀 더 비싼 차를 구입해도 이런 느낌이 그대로다. 이것 저것 메뉴를 살펴보니 원인은 간단했다. 이 게임의 핵심 요소 중에 하나인 튜닝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부트된 이 게임에서는 아무 생각없이 비싼 차를 구입해서 달리기만 하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차고에서 자동차의 모든 부분을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튜닝을 해야 제대로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란투리스모나 포르자 모터 스포츠처럼 트랙을 달리는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같은 게임은 아니지만, 자동차를 이것저것 만져보는 재미를 더 추가한 것이다. 튜닝 메뉴를 살펴보니 자동차의 거의 모든 부분을 다 직접 조정할 수 있어서, 매우 인상적인 편이다. 과거 전문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로 만들겠다며 야심 차게 추진했던 시프트 브랜드를 계승 발전시킨 듯한 느낌이다.
튜닝을 실제 스트리트 레이싱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것이고, 시프트까지 포함해 기존의 니드포스피드 시리즈를 모두 집대성해서 새롭게 출발하려고 한 개발자들의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안타깝게도 튜닝을 의식한 초반 게임 플레이 세팅 때문에 이 게임에 대한 첫인상은 그리 좋지 못한 편이다. 화끈한 레이싱을 기대하고 온 시리즈 팬들에게 속도가 봉인된 차량을 주고, 봉인을 스스로 공부해서 풀어보라니! 처음 게임을 시작하고 제대로 속도감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걸린 시간이 기자의 기억으로는 4~5시간 정도 걸린 듯 하다.
이 게임이 원래 튜닝이 중요한 그란투리스모 같은 게임이었다고 하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이 게임은 니드포스피드다. 속도를 즐기기 위해 태어난 게임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튜닝으로 인한 성능 차이를 더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인지 초반을 너무 답답하게 만들어둬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를 때까지 떠오르는 말은 “Need for speed”가 아니라 “Need ‘MORE’ speed”였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차를 바꿀 때마다 이 작업이 다시 반복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게임의 아이덴티티는 사실적인 레이싱이 아니라 광란의 질주다!
멀티 플레이가 기본이기 때문에 주행 중 다른 게이머들의 방해도 거슬린다. 작정하고 다른 게이머들과 레이싱을 즐기는 상태라면 이해라도 되지만, AI와 여유롭게 대결 중에 맞은 편에서 순식간에 나타나는 다른 게이머들을 피하는 것은 프로 레이서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밤이니까 그럴 수 있지만 도시에 차가 너무 없어서 좀 심심하다는 인상도 있었지만, 다른 게이머들의 방해도 심각한데, 다른 차들도 많았다면 더 끔찍했을 것이다.
나름 기존 시리즈의 장점들을 모두 모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싱글 플레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연결이 안되어 있으면 실행 조차 할 수 없다는 점과 튜닝 없이는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등 몇가지 문제점이 발목을 잡는다. 진득하게 플레이 한다면야 이 게임이 가진 다양한 가치를 알게 될 테지만, 재미를 알아내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길다. 이 게임이 아예 새로운 작품이었다면 이 것 역시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니드포스피드다. 그래서 아쉬움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