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구글세. 해외 게임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막아서나
지난 16일 터키 안탈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일명 구글세로 불리는BEPS(다국적 기업들의 조세회피) 대응 방안을 합의해 게임 업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기본 원칙만 합의한 상황인 만큼 2017년 이후에나 본격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을 전망이지만, 정식으로 도입된다면 국내 모바일 게임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BEPS는 다국적 기업들이 국가간 세법 차이를 이용해 법인세 부담을 줄이는 행위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는 다국적 기업들이 법인세율이 높은 나라에서 얻은 수익을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로 옮겨 법인세를 덜 내는 식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한국은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들이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로 운영되고 있어, BEPS로 인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유한회사는 연간 매출액 등 경영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며, 외부 회계감사에 대한 의무도 없다. 즉, 한국에서 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 얼마만큼의 세금을 내고 있는지 전혀 알 방법이 없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이 발표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국내에서 매출을 올린 해외 법인 95342개 중 4752개가 법인세를 전혀 납부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모바일 게임 수수료로 매년 1조가 넘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구글코리아와 애플코리아도 법인세를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 판매 금액으로 인한 수익을 법인세가 한국보다 낮은 아일랜드 등으로 넘겼기 때문이다. OECD에 따르면 이런식으로 BEPS로 인해 발생하는 전세계 세금 손실액이 매년 1000억 달러에서 2400억 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애플의 플랫폼 수수료는 국내 게임 개발사들에게 누구나 다 내는 세금과도 같은 존재인 만큼 그들에게 구글세가 부가되는 것이 시장에 별다른 영향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몇몇 회사들은 사정이 다르다.
공격적인 TV 마케팅으로 국내에 이름을 각인시킨 슈퍼셀 등 국내 진출한 해외 모바일 게임사들 대부분이 유한회사로 설립되어 있으며, 서비스 주체가 국내 지사가 아닌 본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수익이 모두 본사로 잡히고 있다. 사실상 국내에서는 법인세를 하나도 내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심지어 국내 게임사에게만 부가가치세가 부가되고 해외 게임사들에게는 부가가치세가 부가되지 않는 역차별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지난 7월 부가가치세 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즉, 그들이 다른 게임사들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법인세의 부담이 덜하기 때문인 것. 다른 회사라면 세금으로 납부되어야 하는 금액을 마케팅 비용으로 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구글세 도입으로 막대한 금액의 법인세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그 때도 지금처럼 많은 돈을 들여 TV 광고를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사들도 글로벌 원빌드 전략을 펼치고 있는 만큼 구글세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의 법인세가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중상위권이긴 하나, 국내 모바일 게임사들의 주요 타겟인 미국, 일본 등은 한국보다 더 많은 법인세를 받고 있는 나라들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국의 세금 제도에 대한 이해없이 글로벌 원빌드 전략을 펼쳤다가는 의도하지 않은 막대한 세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 겨우 원칙에만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정식으로 도입되기까지 아직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긴 하나 전세계적인 흐름으로 봤을 때 당연한 수순이라고 본다”며 “국내 게임사들과 해외 게임사간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련 법안을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