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게임업체 전망] 원기옥을 모았다. 네오위즈게임즈, 소프트맥스, 데브시스터즈, 한빛소프트
넥슨, 넷마블게임즈가 훨훨 난 2015년은 많은 회사들에게 인고의 시간이었다. 급격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 체질 개선을 해야 했고, 새로운 주력 타이틀 확보를 위해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투자도 해야 했다. 특히, 네오위즈게임즈, 소프트맥스, 데브시스터즈, 한빛소프트 등은 회사의 미래를 걸고 만들고 있는 야심작들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16년은 이 회사들은 몇 년간 고생하며 준비해온 야심작이 드디어 출시되는 해다. 오래 준비한 야심작들인 만큼, 게이머들의 기대가 큰 편이지만, 이것이 실패로 돌아가면 미래를 기약하기 힘든 상황이다. 마치 원기옥을 모으면서 “지구인들아 나에게 힘을 줘”라고 외쳤던 손오공처럼 “게이머들아 나에게 힘을 줘”라고 외쳐야 할 상황이다.
< 블레스의 강력한 한방을 기대한다. 네오위즈게임즈>
피파온라인2 서비스 종료, 크로스파이어 재계약 난항, 웹보드 게임 규제, 합병 무산 등 최근 몇 년간 안 좋은 소식만 이어졌던 네오위즈게임즈의 2015년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14년 말에 선보인 블랙스쿼드가 나름 좋은 출발을 보였으나 매출로 크게 이어지지는 못했으며, 인기 배우 황정민을 내세우며 야심차게 선보였던 애스커도 그 순간만 반짝 했을 뿐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합병을 추진하다 무산된 네오위즈인터넷은 결국 자금 확보를 위해 NHN엔터테인먼트에 매각했다.
물론 웹보드 규제 완화를 대비해 차근차근 준비해온 모바일 보드 게임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고, 일본 게임온이 검은사막, 아키에이지 등으로 성과를 낸 것은 반가운 소식이나, 현재의 분위기를 반전시킬만한 힘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초만 해도 2만원대를 유지했던 주식이 지금은 1만원대 중반. 매출도 2014년에는 2010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3분기까지 1419억원을 기록한 만큼 소폭 하락이 예상된다. 현재 PC방 순위를 보면 스페셜포스 19위, 블랙스쿼드 32위, 아바 33위, 슬러거 50위로 사실상 대표 타이틀이 없으며, 더 변화가 빠른 모바일 게임 순위도 보드 게임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게임이 없는 상태다.
이 같이 힘든 상황에서도 네오위즈게임즈가 반전을 꿈꾸는 것은 곧 출시될 블레스가 있기 때문이다. 네오위즈게임즈가 지난 2011년부터 준비해온 블레스는 지금까지 예상 투자액이 500억이 넘는 대작으로, 테라, 블레이드앤소울, 아키에이지, 검은사막으로 이어지는 대작MMORPG 계보를 잇는 게임이다. 요즘 비슷한 형태의 모바일RPG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다시 온라인 게임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 정도 규모의 대작 게임이 희귀해진 만큼 게임성만 뒷받침된다면 네오위즈게임즈가 꿈꾸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문제는 기대가 큰 만큼 실패의 충격도 크다는 것. 네오위즈게임즈 입장에서는 블레스가 실패를 거둔 뒤의 모습을 상상조차 하기 싫을 것이다.
블레스를 제외한 상태에서 그나마 희망적인 요소는 네오위즈게임즈를 몇 년간 괴롭혀오던 웹보드 규제가 드디어 완화되며, 그동안 차근차근 준비한 덕분에 모바일 보드 게임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피망 포커:카지노 로얄은 보드 게임 중 처음으로 매출 20위권 내에 올랐으며, 경쟁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카카오 소셜 보드 게임 사업은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모바일 게임이 부족하다는 점은 약점이지만, 지금의 기세를 이어가 모바일 보드 게임 시장을 선점한다면 다른 게임사의 모바일 게임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일본 게임온도 그동안 꾸준한 투자로 자리를 잡은 만큼 올해 역시 괜찮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창세기전 IP에 모든 희망을 걸었다. 소프트맥스 >
소프트맥스의 2015년은 2012년 첫 발표 이후 별다른 소식이 없었던 창세기전4가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희망한 새해를 꿈꿨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유일한 수익원이었던 SD건담캡슐파이터가 서비스 종료되면서 매출원이 사라졌고, 그로 인해 1분기 매출이 3995만원에 불과해 주식거래 정치 처분을 받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 창세기전4 개발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것들을 신경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2분기부터는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창세기전4의 정식 서비스를 위해 개발 속도에 박차를 가했으며, 준비 중이던 모바일 퍼블리싱 작업도 본격화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창세기전4의 테스트가 기대했던 만큼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다는 것.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테스트에 응모하면서 창세기전IP가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하긴 했지만, 게임브리오 엔진을 사용한 그래픽은 게이머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으며, 게임 시스템도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차 테스트에서 문제점을 많이 개선하긴 했으나,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큼의 발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창세기전4와 더불어 새롭게 추진한 모바일 게임 사업은 아직은 시작단계다. 트레인크래셔, 낚구낚구, 카오스 배틀 히어로를 연이어 선보였으나 의미 있는 매출을 만들어낼 수준은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첫 퍼블리싱 게임인 낚구낚구를 전세계 136개국에 동시 출시했으며, 95개국에서 구글 추천 게임에 등록시켜 글로벌 서비스에 대한 감을 잡았다는 것이다.
결국 소프트맥스 입장에서 믿을 것은 창세기전뿐이다. 창세기전4는 올해 2월경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며, 모바일 기대작인 주사위의 잔영은 3~4월경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모두 고치고 나와서 성공을 거둔다면 탄탄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만, 실패로 돌아간다면 생각조차 하기 싫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그야말로 배수의 진이다.
또 하나 긍정적인 요소는 조이시티가 개발 중인 창세기전4 모바일 게임이다. 삼국지를 품다, 영웅의 군단 등을 성공시킨 엔드림 김태곤 상무가 개발을 맡았으며, 올해 말 출시될 예정이다. 소프트맥스 입장에서 가장 행복한 2016년은 창세기전4와 주사위의 잔영이 연이어 성공을 거두고, 연말에 창세기전4 모바일이 출시돼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고, 가장 최악의 2016년은 창세기전4와 주사위의 잔영이 실패하고, 창세기전4 모바일의 출시가 2017년으로 밀리는 것이다.
< 쿠키런2 드디어 나옵니다. 데브시스터즈 >
쿠키런 중국발 훈풍으로 기세 좋게 2015년을 시작한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의 중국 서비스 불발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다. 쿠키런이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 꾸준한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나, 오랜 서비스 기간과 모바일RPG 광풍으로 인해 조금씩 한계를 드러냈으며, 2014년에 선보였던 쿠키런 문질문질도 시즌2 업데이트를 진행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의 중국 서비스를 포기하지는 않았다고는 하지만 별다른 소식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유일한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쿠키런2도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퍼블리싱 사업을 염두하고 자본금 100억원 규모로 설립한 데브시스터즈벤처스 역시 아직 구체적인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데브시스터즈는 2014년에 69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2015년은 3분기까지 매출이 169억원에 불과해 큰 폭의 매출 하락이 확정적이다. 2015 아시아태평양 고속성장 500대 기술 기업(2015 Technology Fast500™ Asia Pacific) 시상식에서 최근 4년간 8516% 성장률을 기록하며 아태지역 전체 1위에 오른 것은 기분 좋은 일이나, 지나간 과거의 영광일 뿐 미래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결국 데브시스터즈 역시 쿠키런2에 회사의 미래가 걸려 있는 상황이다. 쿠키런2가 전작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애니팡 브랜드를 시장에 안착시킨 선데이토즈처럼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고, 만약 실패한다면 게임 하나로 상장한 회사의 위험성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확률이 높다. 2013년에 처음 연 쿠키런몰 등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은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나, 그것 역시 게임의 인기에 기댄 사업인 만큼 쿠키런2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미래가 불투명하다.
< IP의 힘을 보여주겠다. 한빛소프트 >
2014년을 워낙 조용하게 보냈기 때문인지 한빛소프트의 2015년은 매우 분주했다. 4월에는 텐센트와 함께 한 FC매니저 모바일 중국 서비스 소식으로 인해 주가가 오랜만에 1만원대를 넘어서기도 했으며(물론 결과는 좋지 못했지만), 하반기에는 오디션 계약종료를 앞두고 와이디 온라인과 진실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결국 뜻대로 계약을 종료하고 별도의 보상금없이 오디션 관련 전세계 매출 전부를 가져오긴 했지만, 1100만명이 넘는 국내 회원DB 포기라는 만만치 않은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는 모바일 게임 사업은 2014년말 세계정복을 시작으로 어느정도 성과를 보이는 듯 했으나, 아직은 장기적인 흥행으로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야심작이었던 천지를 베다가 매출 8위까지 올라가는 등 초반 기세는 좋았으나, 흥행이 이어지지는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매출은 3분기까지 118억원을 기록하고 있어 263억원을 기록한 2014년에 비해 큰 폭의 하락이 있었으나, 4분기부터 오디션 해외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만회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에 복잡한 문제들을 대부분 해결했기 때문에 2016년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게임에 집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실상 방치되어 있었던 오디션의 부활을 위한 본격적인 업데이트와 마케팅 활동이 예상되며, 모바일 게임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만드는 오디션 모바일을 필두로, 헬게이트 모바일, 헬게이트VR, 미소스 모바일 등 자체 IP를 가지고 만든 신작들이 대거 공개될 예정이며, 아쉬움을 남겼던 세계정복의 후속작, 우주전략 등 신규 게임들도 다수 준비 중이다. 오디션 글로벌 매출을 가져온 만큼 이전보다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니, 더 나은 결과물이 기대된다.
다만, 위험요소는 기대작들의 완성도다. 2013년 FC매니저 모바일, 그리고 세계정복, 2014년 천지를 베다까지 그동안 선보인 주력작들이 초반 기세는 좋았으나, 그 기세를 이어갈 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대규모 마케팅까지 진행한 상황에서 게임의 완성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대미지는 두배 이상이다. 현재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마케팅 비용이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올해는 주력 게임들이 다수 준비되고 있는 만큼 완성도를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오디션으로 인해 생긴 여유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마법을 보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