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핥기만의 매력? '격차원태그 블랑 + 넵튠 vs 좀비군단'
콘솔기기, 게임 업체를 의인화 미소녀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한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 의인화 대상의 특징을 반영한 캐릭터 디자인, 관련 패러디, 게임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 등을 내세운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는 게이머도 있으나 데이터 재활용, 기기 성능에 못 미치는 그래픽과 콘텐츠, 기복이 심한 게임 퀄리티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그리고 컴파일하트와 탐소프트가 개발하고 사이버프론트코리아에서 유통 중인 플레이스테이션 비타용 액션게임 '격차원태그 블랑 + 넵튠 vs 좀비군단'(이하 '격차원태그')도 이러한 호불호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격차원태그'가 시리즈 번외편에 해당하고, 3D 필드에서 여러 적을 한꺼번에 공격하는 이른바 '무쌍'식 시스템을 차용해 롤플레잉게임인 정식 넘버링 작품과 직접 비교가 어렵단 점을 고려해도 장단점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먼저, 전투 연출은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 중에서 손꼽히는 퀄리티를 자랑한다. 정식 넘버링 최신작인 플레이스테이션4용 롤플레잉게임 '신차원게임 넵튠V2'의 스킬 연출과 비교해도 카메라 구도, 3D 이펙트, 캐릭터들의 움직임 등 모자란 구석이 없으며, 캐릭터의 사용 무기에 맞춰 다양한 공격 모션을 재현해 타격감을 잘 살렸다. 특히, 전투 연출을 지켜보는 롤플레잉게임이 아닌, 직접 적을 쫓아가 상황에 맞춰 기술을 발동시키는 과정에서 '격차원태그'만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신규 캐릭터 '탐소프트'를 포함해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에서 주역으로 활약한 캐릭터 14종의 다양한 액션도 '격차원태그'의 장점으로 내세울 만하다. 마법, 타격, 참격, 사격, 돌격 등 캐릭터의 무기 콘셉트에 따라 다양한 패턴을 동원해 캐릭터를 조작할 수 있고, 공격 버튼의 조합으로 발동되는 기술, 게이지를 소모해 발동시키는 SP스킬 4종, 필살기에 해당하는 이그제 드라이브, 2인 합체기 릴리 스페셜 등 원작 기술 대부분이 액션게임에 맞춰 재구성됐다. 변신 후 기술 체계 및 성능이 바뀌는 특성까지 고려하면 28종의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밖에도 적의 정보 파악 및 아이템 사용 인터페이스, 서포트 캐릭터를 활용한 일시적인 능력치 향상, 정확한 타이밍에 공격을 막아 대미지를 무효화시키는 저스트 가드 등 여러 전투 시스템을 갖췄다. 멀티플레이에서 즐길 수 있는 거대 보스전의 경우에는 스토리 모드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거대 보스를 상대로 다른 게이머와 협력해야 하며, 약점 속성과 부위 파괴 공략, 멀티플레이에서 빛을 발하는 여러 캐릭터의 시너지 효과, 전용 보상 아이템 등이 존재해 스토리 모드를 끝낸 게이머가 계속 '격차원태그'를 붙잡는 원동력이 된다. 요일마다 달라지는 멀티플레이 전용 퀘스트 역시 매일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기로 작용한다.
하지만 전투 파트를 제외하면 '격차원태그'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부각된다. 무엇보다 주인공 '블랑'만큼이나 빈약한 콘텐츠 분량이 문제다. 스토리모드만 해도 온종일 플레이하면 바로 엔딩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짧으며, 전투 사이에 삽입된 어드벤처 파트는 캐릭터, 스토리 양쪽 모두 심심하다.
영화를 찍는다는 콘셉트에 맞춰 특정 캐릭터로 스테이지에 입장하면 일부 장면의 등장 캐릭터 및 대사가 바뀌지만 무의미한 장면 변화가 많다.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 특유의 미소녀 오두방정 이벤트는 특정 캐릭터의 조합으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등장하는 '대기실 토크'에서만 확인할 수 있고, 이 역시 열 가지에 불과해 게임 내 캐릭터들의 개성을 드러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스테이지 구성과 난이도도 허점이 많다. 전투 맵은 넓지만 적이 등장하는 구역은 극히 한정적이고, 다음 몬스터 출현 지역이 따로 표시되지 않아 첫 플레이 중 넓은 스테이지를 헤매기 쉽다. 반대로 적 출현 지역을 맞춰 움직이면 스테이지 클리어에 필요한 시간은 평균 2분을 채 넘기기 힘들다.
스토리 모드의 보스 몬스터 역시 HP만 많고 두, 세 가지의 단조로운 공격 패턴이 전부여서 조작 캐릭터의 레벨만 일정 수준 육성하면 적수가 되지 못 한다. 레벨은 99까지 올릴 수 있으나 40대 중반까지만 육성해도 엔딩까지 일사천리다. 따라서 아이템을 합성해 캐릭터의 능력치를 높이는 파츠 시스템, 레벨업으로 모은 AP를 투자해 캐릭터의 공격력, 방어력, 기술 종류, 체력을 향상시키는 강화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고 싶은 게이머는 멀티 플레이를 찾을 수 밖에 없다. 게임 내 콘텐츠가 적어 플래티넘 트로피 획득 난이도가 낮다는 점이 몇 안 되는 위안이다.
아울러 게임 내 메뉴 선택하거나 스테이지 입장 및 퇴장 단계마다 수 초씩 진행되는 로딩,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의 고질적인 몬스터 모델링 재활용 등이 더해지기 때문에 다른 게이머들에게 '격차원태그'를 추천하기 선뜻 어려워진다. 핥을 때는 달지만, 핥은 뒤엔 남는 것이 없는 극단적인 양면성을 수용할 게이머만이 '격차원태그'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