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으려는 자와 뚫으려는 자, 계속되는 모바일게임 '어뷰징' 논란
[게임동아 김원회 기자] 창과 방패가 있고, 경찰과 도둑이 있듯이 게임 속 세상에서도 이처럼 물고 물리는 관계가 있다. 바로, 게임 내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행위 '어뷰징'이다.
'어뷰징'은 정당한 과정을 거쳐 순위 쟁취 및 보상을 노리는 대다수 게이머에게 지탄을 받는 승부조작 행위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온라인게임들에 순위 경쟁과 차등 보상 요소가 적용된 후 '어뷰징' 논란은 쉽게 근절되지 않았던 것처럼 모바일게임에서도 통신기술 및 기기의 성능 발전에 의해 온라인게임과 유사한 PvP 경쟁, 순위 보상 요소가 도입된 후 '어뷰징' 논란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중이다.
단적인 예가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에서 서비스 중인 롤플레잉 모바일게임 '세븐나이츠'의 길드전 '어뷰징' 논란이다. 지난 2월 4일 '세븐나이츠' 공식 카페에선 상위 10위 내 일부 길드가 의도적으로 길드전의 승패를 모의해 부정한 방법으로 순위 및 보상을 차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븐나이츠'의 이용약관에 따르면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골드, 게임 내 아이템 등을 획득했거나 승부조작, 강제종료 등 게임의 승패에 영향을 끼친 게이머는 이용에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운영을 맡은 넷마블 측은 기획 단계에서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으며 이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명확한 기준과 충분한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의혹이 제기된 길드들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는지는 판단을 보류했다.
앞서 지난 2015년 11월에는 게임빌에서 서비스 중인 롤플레잉 모바일게임 '별이되어라!'에서도 상위 순위의 길드에 소속된 게이머들이 사전에 '길드대전'의 순위를 동급으로 맞춰 보상 아이템을 독식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해당 사례가 발생하면서 다수의 게이머는 환불 요청을 통해 부정 이용에 대한 제재를 운영 측에 요구했고, 게임빌은 '길드대전'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동이 아니라고 판단해 '어뷰징' 의혹을 받은 게이머들에게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게임 내에서 '어뷰징'을 시도하는 이유는 대부분 보다 손쉽게 더 많은 게임 내 보상을 획득하기 위해서다. 특히, 정상적인 방법으로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어렵고, 특정 기간 혹은 조건에 의해서만 획득할 수 있는 보상이나 기록일수록 게이머는 '어뷰징'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게임 내 보상이 일정 금액에 상응하는 경우에도 '어뷰징'의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게임 업계는 '어뷰징' 행위에 대해 엄벌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용 약관을 근거로 순위 기록 초기화나 특정 콘텐츠 접근 금지를 비롯해 누적 '어뷰징' 횟수에 따라 보상 몰수, 계정 정지 등 강력한 수단을 동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금지된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다른 게이머에게 명백한 피해를 입히면서 기획 의도에서 벗어난 플레이가 아닌 이상 '어뷰징' 행위를 모두 적발한다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물론 게임사에서는 게이머들의 '어뷰징'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한다. 슈퍼셀에서 개발 및 서비스 중인 전략 모바일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의 클랜전에서는 같은 점수를 획득한 게이머를 비교할 때 레벨이 더 낮은 게이머가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지난 2015년 11월 12일 '길드 대전'이 개편된 '별이되어라!' 역시 2명 이상의 게이머가 동일한 점수일 때 먼저 점수를 달성한 측이, 시간대까지 동일하다면 전투 횟수에 따른 승률이 높은 게이머가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어뷰징' 논란을 잠재웠다.
게이머끼리 특정 대전상대를 지목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어뷰징'을 예방하는 방법 중 하나다. 지난 2015년 9월 '세븐나이츠'에서는 가장 높은 등급의 두 게이머끼리 PvP가 반복되는 점을 악용해 승패를 조작하고, 다른 게이머들을 점수 경쟁에서 따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넷마블은 특정 범위 안에서 무작위로 다른 게이머와 PvP를 벌이도록 매칭 조건을 수정했다. 반대로 지난 2월 4일 '세븐나이츠'의 길드전 '어뷰징' 논란에서는 시스템에 의해 정해진 길드끼리 전투가 벌어지는 시스템 구조가 문제의 원인으로 꼽혔다.
이렇듯 게임업계에선 엄벌체계와 예방책을 내세워 '어뷰징'을 방지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온라인게임에서 '어뷰징'이 아직까지 발생하듯이 모바일게임에서도 '어뷰징'은 쉽게 모습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게이머들의 수요와 기술의 발전에 의해 비동기화 PvP 콘텐츠가 실시간 동기화 PvP로 변화하고, 오픈필드부터 다 대 다 전투에 이르기까지 온라인게임의 요소를 재현하는 모바일게임들이 늘어나면서 '어뷰징' 시도도 함께 늘어나는 모양새다. 이 밖에 보다 많은 게이머에게 보상이 돌아가도록 기획된 동 순위제가 악용된 '별이되어라!'의 사례처럼 게임업체의 선의가 비극으로 되돌아오는 일 역시 온라인게임에서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게임업계의 관계자는 "게임 내 '어뷰징' 시도와 방지는 오랫동안 이어진 창과 방패의 대결과 같다"라며, "끊임없이 물고 물리는 관계가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게임업계는 현재의 해결 방법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어뷰징' 처벌과 예방책을 병행해 공평하고 건전한 게임 환경을 만들어야 게이머들이 게임 업체들을 신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