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과 평작의 갈림길] 로스트킹덤과 주사위의 신
[기대되는 신작 게임] 네시삼십삼분의 '로스트킹덤'
[게임동아 조학동 기자] 지난해 4분기부터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는 RPG 끝판왕 3대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게임들이 있었다. 넷마블의 '이데아', 넥슨의 '히트', 그리고 오늘 소개할 네시삼십삼분(이하 433)의 '로스트킹덤'이 그 주인공이었다.
앞의 두 게임이 이미 출시된 현재 '로스트킹덤'은 433의 주력 차기작이자 3대장 중 마지막 작품으로 야심차게 모습을 드러냈다. 운영 노하우와 서버 측면에서 충분히 노하우를 쌓아온 433이기에 지난 22일 시작된 사전 오픈부터 서비스는 순풍에 돛단 듯 이루어졌고, 정식 출시가 막 시작된 현재까지도 분위기는 매우 좋은 편이다.
서둘러 깔아본 게임…이 게임의 전체 구성을 보면 전형적인 RPG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열심히 베고, 보스를 해치우고, 다음 스테이지로 이어지는 방식, 스테이지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최고의 장비를 갖추는 방식,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 그리고 대규모의 광고 및 마케팅을 활용하는 방식 등 무엇하나 어긋남이 없다.
이런 류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중 하나가 바로 전투의 감각인데, 넥슨의 '히트'가 그래픽 퀄리티와 타격감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한 스테이지에 적이 5명 이상 나오지 않게 하여 리소스를 집중시키는 방식을 활용했다면, '로스트킹덤'은 무쌍류 게임들처럼 광활한 전장에서 대거 몹들을 쓸어버림으로써 '무쌍류 상쾌감'을 느낄 수 있게 콘셉트를 잡았다. 때문에 그래픽이 '히트' 보다 살짝 아래라는 평가도 있지만, 게임 내에서 오는 타격감이나 상쾌함은 '히트'와 비교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모습이다.
자동전투를 지원하는 게임들은 전투를 보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로스트킹덤' 역시 전투 자체가 가볍고 빠르고 경쾌하고 시원시원하니 보는 맛이 충분하다.
차별점 역시 고민을 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여진다. 기본적인 자동전투와 이어지는 시스템은 앞서 말했듯 성공공식을 따라가기 때문에 '별 차이 없다'고 느끼는 이용자들도 틀림없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차별화 포인트가 제법 많이 눈에 띈다.
가장 첫 번째가 마을이다. 게이머들은 마을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다른 게이머들과 실시간으로 채팅을 할 수 있고 퀘스트, 강화 뿐 아니라 파티를 꾸려서 같이 던전 탐험을 하는 등 기존 게임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PC MMORPG의 향기가 나도록 노력한 모습이 엿보이고, 전략 역시 그쪽 게이머들을 노골적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 아니었나 짐작된다.
전투 역시 적의 공격을 방어하고 난 뒤 활성화되는 반격 스킬, 기절한 적에게 사용하는 그로기 다운 공격 등이 눈에 띄고, 아군 NPC의 전술적 도움을 받아 후방의 아군 궁수 부대를 호출해 수많은 적을 일거에 소탕할 수 있고 방패병을 불러 적 몬스터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등 진보된 시스템도 채용됐다. 타 RPG들이 획일화된 공간 개념으로 접근한 반면 오픈필드를 추구해 PC MMORPG다운 느낌을 주려는 노력도, 탈 것을 통한 이동 등 차별점은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공 확률이 높은 게임으로 평가하는 또 다른 이유로 대규모 마케팅을 빼놓을 수 없는데, 433은 일찌감치 RPG 장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 올랜도 블룸을 모델로 발탁했으며, 이는 확실히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중세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레골라스'역으로 큰 인기를 끈 올랜도 블룸이 등장하면서 업계 내외적으로 이슈가 많이 되었고, 지난 지스타 게임쇼의 메인 스폰서를 자처하며 무대를 수놓은 만큼 '로스트킹덤'에 대한 시장의 기대 가치는 현재 등장하는 어떤 게임들 보다도 높은 편이다.
출시는 바로 어제. '로스트킹덤'은 이번 주가 지나고 첫 성적표를 받게 되는데, 게임 자체가 레벨 30 정도까지는 별다르게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히트'처럼 폭발적으로 올라가진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꾸준히 매출 5~10위권에는 충분히 입성하지 않을까 생각되며 '블레이드'와 '영웅'의 예를 보면 장기간 상위권에 머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만큼 준비도 잘 되어있고 게임의 콘텐츠도 질이 좋다.
물론 변수는 있다. 넷마블이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 '콘', 그리고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가 준비 중인 '거신전기' 등이 바짝 일정을 조여서 맞불작전을 놓기 때문에 불안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충분한 경쟁력으로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한판 승부가 더 기대되는 모습이다.
[아쉬움이 남는 게임] 조이시티의 '주사위의 신'
지난해 10월 15일에 출시된 '주사위의 신'은 서비스 시작부터 국내 게임업계를 강타했던 타이틀이었다. 과거 넷마블에서 '모두의 마블'을 개발했던 제작진들이 조이시티에 합류한 후 제2의 성공을 외쳤던 게임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한창 인기있는 '런닝맨'의 연예인들이 대거 광고로 출현했다는 점 또한 업계를 놀라게 했다.
한참 인기를 얻고 있던 광수, 개리, 김종국, 지석진 등 유재석만 제외하고는 전부 '조이시티'의 광고에 투입되었으며, 빵빵한 제작진과 마케팅으로 인해 모바일 게임업계가 뒤흔들렸다. 당시 마케팅 대행사도 처음 듣는 곳이었지만 정말 실력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조이시티와 '주사위의 신'은 이슈였다.
매출과 인기 순위 역시 흡족할 만했다. 서비스 시작 3주 만에 구글 인기 순위 2위에 등극하며 뒷심을 발휘했고, 매출 순위 역시 30위에서 20위로, 20위에서 10위권 내로 오면서 안착하는 듯 했다. 특히 조이시티 측은 "급속도로 순위를 올리는 것보다 점진적으로 지표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더욱 앞으로가 기대될 것이라 자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사위의 신'의 행보가 멈추는 데는 몇 달이 채 필요치 않았고, 순위는 이내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제일 심각한 것은 게임성적인 한계였다. 전략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전략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우선 '모두의마블'과 달리 도시 인수 횟수에 제한이 있어 상당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해서 답답함을 준다는 점이 문제였다. 또 도시의 구입이나 인수는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도시를 강탈하는 스킬 카드가 많아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자신의 스킬 카드를 도시 강탈 기능을 가진 카드로만 채우고 있어 전략을 내세운 게임이라는 홍보 문구 역시 무색해졌다.
이 때문에 많은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스킬 카드는 한정되어 있고,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정형화된 스킬 카드 덱을 사용했기 때문에 '모두의마블'과의 차별점이 많이 사라졌으며 게이머들의 불만을 두텁게 만들었다.
실제로 '주사위의 신'에는 70여 장의 스킬 카드가 있지만 게이머들은 추격, 밀쳐내기, 점프, 도시 내놔, 부의 상징, 사장님 나이스샷 이 6개를 기본으로 사용하며 나머지 카드들은 있으나 마나한 카드들이 되었다.
결국 4달 정도 지난 현재 '주사위의 신'은 안드로이드 기준으로 매출 순위 50위권을 넘어가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는 상태이다. 한때 일 매출 1억을 넘는 게임 중에서 불과 몇 달 만에 월 매출 3~6억 원 정도로 추락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는 게임성의 한계와 운영 미숙이 낳은 결과가 아닐 수 없으며, 그래서 더욱 아쉬워진다.
여기에, 글로벌로 진출했지만 성과가 좋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조이시티 측은 '런닝맨' 광고를 내세워서 한국 만이 아니라 동남 아시아 국가 공략을 노렸으나 마케팅 비용에 비해서 글로벌 이용자 유입이 많지 않아 고민이 많다.
홍콩 정도에서만 순위가 높고 기대치가 높았던 일본에서는 기대치에 훨씬 못 미쳤으며, 최근에 월드스타 싸이까지 활용한 광고를 하고 있지만 신통치가 않은 모습이다. 국내에서 매출 순위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회생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주사위의 신'은 위기에 처한 게임이라 할 수 있지만, 완전히 주저앉은 것은 아니기에 아직 기회는 있다. 게임성의 개선, 운영과 이벤트의 보강 등으로 조금씩 이용자들의 마음을 돌려간다면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글로벌 시장 또한 완전히 결판난 것은 아니기에, 노력을 거듭해 성공을 거둔다면 '아쉬운 게임'에서 '재기에 성공한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조이시티 입장에서도 그렇게만 된다면 더욱 의미는 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