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PC의 한계를 시험해보자. 기어스오브워 얼티메이트 에디션

지난 2007년 혜성처럼 등장해 헤일로 밖에 없었던 XBOX360 진영에 한줄기 서광을 비춰준 기어스오브워가 얼티메이트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다.

과거 인기작을 최신 기종으로 리메이크해서 출시하는 것은 그다지 놀랄만한 일은 아니지만, 기어스오브워 얼티메이트 에디션은 XBOX ONE 뿐만 아니라 PC로도 발매돼 XBOX ONE를 구입하지 않은 사람들도 즐길 수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 원작도 PC로 출시된 적이 있으니 이제와서 PC로 발매되는 것을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게임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XBOX ONE 독점으로만 발매되던 게임들이 PC로도 발매된다고 하니 PC 사용자들에게나 XBOX ONE 사용자들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윈도우10 전용이고, 윈도우 스토어에서 구입해야 한다는 단서가 달리기는 했지만, 어차피 오는 7월까지는 무조건 윈도우10으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니, 조금 빨리 업그레이드를 선택하는 것 뿐이다. 호환성 문제로 윈도우10 업그레이드 알림을 애써 미루고 미뤘던 기자 역시 이 게임의 출시를 보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바로 업그레이드 버튼을 클릭했다. 마침 PS4 구입 때문에 XBOX ONE 구입을 포기한 상황이기도 하니.

사실 XBOX360을 구입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이었고, XBOX360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조차 구입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던 게임인 만큼 게임성에 대해서는 논할 필요가 없다. 예전에도 환상적이었고, 지금 다시 해봐도 9년 전에 나왔던 게임이라는 것을 잠시 잊을 정도로 여전히 환상적이다. 플레이 하는 동안 변함없이 플레이어의 시선을 사로잡는 마커스의 환상적인 등짝과 긴박감이 느껴지는 로디런, 선혈이 난무하는 근접 톱질의 쾌감, 속이 다 시원해지는 해머 오브 던 등 모든 부분이 이미 오래 전에 경험해본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XBOX ONE or XBOX360 패드가 있다면 콘솔 버전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플레이할 수 있고, 게임패드가 없더라도 키보드, 마우스 조작이 꽤 쾌적하게 되어 있어서 아무런 불편함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물론 게이머들의 머리를 아프게 만든 도미닉의 환상적인 AI, 일명 뇌미닉도 여전하니 실망(?)하지 말자.

이 게임을 구입하려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그래픽 역시 예술적이다. XBOX ONE으로 먼저 플레이해본 사람이라면 감흥이 덜하겠지만, XBOX360 버전의 기어스오브워만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확 바뀐 그래픽에 감동하게 된다. 예전 버전도 XBOX360의 성능을 최대한 뽑아낸 그래픽으로 유명했지만, 이번 리메이크 버전은 모든 텍스처와 컷신을 다시 만들었기 때문에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다. 예전 버전은 XBOX360의 성능 한계 때문에 광원이 부족해 지나치게 어둡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적당히 밝기가 유지되고 있어 눈에 부담이 덜하다. 특히 4K 해상도를 지원하기 때문에 컴퓨터 성능이 이를 허락한다면 XBOX ONE 버전보다 훨씬 감동적인 화면을 감상할 수 있다.

실행 조차 되지 않아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발매 초기와 달리 지금은 정상적으로 플레이가 되지만 60 프레임을 지원하는 멀티플레이와 달리 싱글 플레이는 30 프레임으로 제한되어 있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가끔 발생하는 프레임 드랍이 거슬리기는 한다. 하지만 기어스오브워를 최신 그래픽으로 PC에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지워버릴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

다만, 문제는 이 게임을 돌리기 위해 필요한 컴퓨터 사양이다. 개발사가 밝힌 이 게임의 컴퓨터 사양은 보면 볼수록 기가 막히다. 최소 사양은 프로세서 I5 2.7Ghz/AMD FX 6-core, 그래픽카드 엔비디아 650Ti/AMD R7 260X, 메모리 8GB이고, 권장 사양은 프로세서 I5 3.5Ghz/AMD FX 6-core, 그래픽카드 엔비디아 GTX 970, 메모리 8GB, 최고 사양은 프로세서 I7 4Ghz/AMD FX 8코어, 그래픽카드 엔비디아 GTX 980 Ti/AMD R9 390X, 메모리 16GB다.

컴퓨터 하드웨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좀 더 쉬운 말로 하자면 최소 사양은 70만원대 PC, 권장사양은 100만원대 PC, 최고 사양은 200만원대 PC라고 보면 된다. 추가로 최고 사양을 원하는 사람은 4K 모니터도 구입해야 하니 약 50만원 정도 추가된다고 보면 된다. 권장 사양도 웬만큼 PC에 관심이 있지 않다면 보유하기 힘든 사양이고, 최고 사양은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를까 사실상 보기 힘든 환상의 사양이라고 봐야할 수준이다. 기자가 여러 PC로 시험을 해보니 최소 사양으로는 기본 옵션인 1280720에 매우 낮은 옵션이 한계였고, 권장 사양 정도는 되어야 19201080, 높음 옵션을 선택할 수 있었다.

스크린샷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면 바로 알 수 있듯이 최소 사양으로는 과거 XBOX360으로 보던 화면과 별반 차이가 없는 수준이며, 권장 사양 정도는 되어야 XBOX ONE 버전과 비슷한 수준의 화면을 즐길 수 있다. 기자도 최근에 PC 업그레이드를 해서 꽤 고급 사양이긴 하지만 엔비디아 980Ti 그래픽 카드(100만원)와 4K 모니터(50만원)는 비상식적인 물건이라서 4K 그래픽은 경험해보지 못했다.

또한, 외국에서는 잘 되는 멀티 플레이를 한국 버전에서는 즐길 수 없는 상태다. 북미 서버로 접속하도록 되어 있긴 하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오류가 발생하면서 접속 조차 할 수가 없다. 이번 버전은 과거 XBOX360 시절에는 없었던 멀티플레이 콘텐츠가 다수 추가됐기 때문에 더욱 실망스럽다. MS 관계자의 인터뷰를 보면 XBOX ONE과 PC의 크로스 멀티플레이 기능을 지원하는 것을 준비 중이라는데, 돈을 주고 판매한 한국 버전의 멀티 플레이나 먼저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요즘 커뮤니티를 보면 XBOX ONE 독점 게임의 PC 버전 발매로 인해 XBOX ONE이 버려졌다고 분노를 표시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기어스오브워 얼티메이트 에디션을 플레이한 사람 입장에서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최적화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일이 없는 한 앞으로 출시될 다른 게임들도 컴퓨터 요구 사양이 비슷한 수준일텐데, 이 정도 사양의 PC를 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자신이 최고급 사양의 PC를 갖추고 있고, 이것의 한계를 시험해볼 게임을 찾고 있다면 기어스오브워 얼티메이트 에디션이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XBOX ONE 독점 게임을 PC에서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권하고 싶다. 아직은 PC 업그레이드를 하느니 그냥 XBOX ONE를 사는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더구나 지금은 환율이 높아서 PC 부품값이 엄청나게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