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인공지능(AI)의 목표는 져주는 것, 마치 접대 골프와 같아

[게임동아 조광민 기자] 지난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 전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결과는 인공지능인 알파고의 4:1 승. 세간에 충격을 던진 이 대국 이후에는 많은 이들의 관심은 인공지능에 쏠렸고, 여전히 뜨겁다. 정부는 한국형 알파고의 개발 계획을 밝혔으며, 세간에서는 인공지능의 명과 암에 대해서 찬반 의견이 오가는 중이다.

엔씨소프트 인공지능연구센터 이재준
상무
엔씨소프트 인공지능연구센터 이재준 상무

이처럼 인공지능(이하 AI)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게임업계에서도 AI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단순히 전략게임에서 AI와 대전을 펼치는 경우를 넘어선 수준의 AI가 게임에도 속속 도입되고 있으며, 특히, 국내를 대표하는 엔씨소프트의 경우 자사의 MMORPG의 '블레이드&소울'에 AI 기능을 접목한 비부 콘텐츠인 무한의 탑을 선보였다. 이에 게임기자연구모임에서 지난 14일 엔씨소프트 인공지능연구센터의 이재준 상무를 찾아 인공지능에 대한 정의부터 게임인공지능의 현주소, 앞으로 엔씨소프트의 게임 AI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인공지능이란?

AI의 정의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혼합물을 말한다. 그리고 AI는 크게 강 AI(Strong AI)와 약 AI(Weak AI)로 나눌 수 있다. 강 AI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이 핵심으로, 자아나 자기 욕구, 자유의지, 정체성을 갖는다. 초창기 AI 연구는 대부분 강 AI였으며,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나 매트릭스 속 AI가 그 대표격이다. 물론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것처럼 연구가 쉽지 않은 분야다.

엔씨소프트 인공지능연구센터
엔씨소프트 인공지능연구센터

약 AI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AI를 칭한다. 예를 들면 음성인식 등에 필요한 AI 등이 있으며,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재준 상무의 이야기에 따르면 최근 AI 이슈를 불러일으킨 알파고의 경우에도 일단 바둑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약 AI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AI 연구의 경우 약 AI 연구와 강 AI 연구가 함께 상호 보완하며 발전하고 있으며, 엔씨소프트의 경우 약 AI에 초점을 맞춰 게임 AI 연구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이미 실생활에 밀접한 인공지능

이재준 상무는 성공한 AI는 대부분 다른 이름을 갖는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쉽게 말하면 AI는 AI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우리 실생활에 밀접해 있다는 얘기다. 아이폰의 시리와 같은 음성인식도 AI의 일종이며, 내비게이션이 최적의 경로를 파악해주는 것도 AI다. 단순하게 보면 공장에서 불량품을 찾아내는 자동화 시스템도 AI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선거의 투표용지를 자동으로 분류해주는 것, 넷플릭스나 아마존의 자동 추천 서비스, 페이스북의 피드, 시리, 코타나, 심지어 AR과 VR 그리고 드론을 간단한 조종을 통해 날릴 수 있는 것까지 모두 AI가 반영된 영역이다. 생각보다 우리 생활 깊숙하게 AI가 들어와 있는 것이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LOL'과 같은 게임에서 흔히 봇(BOT)전이라 부르는 대결도 AI가 반영된 것이며, '문명' 시리즈와 같은 게임에서 컴퓨터와 대결을 펼치는 것도 당연히 AI가 반영된 모습이다. 모바일 전략게임을 살펴봐도 단순하게 행동하도록 만들어진 게임 속 AI 캐릭터를 똑똑한 사람이 부리는 방식으로 구성돼 전략의 재미를 전해준다.

다만, 이재준 상무의 이야기에 따르면 게임 AI는 아직 발전 수준이 높지 않다고 한다. 그는 게임 AI를 이렇게 소개하는 것이 마음이 아프고 나중에는 발전하겠지만, 현재는 게임 AI가 NPC가 지능이 있는 것처럼 판단하고 행동하게 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적으로는 게임 안에서 복잡한 문제를 풀어주는 것이 게임 AI의 정이라고 칭하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특히, MMORPG와 같은 게임의 경우 채집부터, 전투, 경쟁 등 실생활과 밀접한 콘텐츠가 있어 게임 AI 방법론을 연구하기 위한 좋은 실험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 게임 인공지능의 궁극적인 목표는 접대골프

게임 AI는 굿(Good) AI와 펀(Fun) AI로 나눌 수 있다. 굿 AI는 이기기 위한 AI, 펀 AI는 지기 위한 AI로 보면 된다. 특히 이재준 상무는 게임 AI는 지기 위한 펀 AI임을 강조하며, 게임 AI의 궁극적인 목표는 접대골프라고 얘기했다. 즉 빠르게 상대방의 실력을 파악해서 이길 듯 말듯 대결을 펼치고 AI가 일부러 져준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결국에는 져주는 것이 게임 AI가 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이다. 게임 AI는 플레이어가 이기게 해야하고 혹시 AI가 이기면 최소한 왜 게이머가 졌는지 이해시켜줄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한다. 게임 AI가 너무 뛰어나 매번 게이머가 진다면 그 게임이 과연 재미있는 게임이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다.

엔씨소프트 인공지능연구센터
엔씨소프트 인공지능연구센터

펀 AI의 관점에서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이 '블레이드&소울'의 무한의 탑 콘텐츠다. 인공지능연구센터가 게임 내 비무를 AI가 진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어느 정도 수준이 구현된 이후 '블레이드&소울' 개발팀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현 수준의 AI와 콘텐츠를 완성했다고 한다. 사람과 대결을 펼쳐야 하는 비무 콘텐츠의 특성 때문에 비무에 거부감이 있는 게이머들도 AI와 대결하면서 자연스럽게 비무라는 콘텐츠에 빠져들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

물론 AI 개발 초기부터 현 수준의 AI를 완성한 것은 아니다. 공격을 퍼붓다가 상대방이 도망가면 이에 대응하지 못하거나 좋은 공격 기회가 와도 공격을 연이어 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후 AI가 서로 계속 싸우게 하면서 경험을 쌓게 만드는 강화 학습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엔씨소프트
인공지능연구센터
엔씨소프트 인공지능연구센터

강화 학습을 거듭한 AI는 상대가 도망가지 못하게 스킬을 써서 공격하기도 했고, 무한의 탑 공개에 앞서 진행한 '블레이드&소울'의 프로게이머와 대결에서도 정해진 패턴이 아닌 프로게이머의 플레이에 맞춰 대응하고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아직은 AI가 프로게이머를 이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며, 앞으로 성능을 더욱 끌어 올리고 싶다는 것이 이재준 상무의 욕심이다. 더욱 게이머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AI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다.

이재준 상무의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엔시소프트의 게임 AI 연구 목표가 무엇이냐고 묻자 아래와 같은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기술의 발달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인해 엔씨소프트만의 경쟁력이라고 내세울 수 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옅어지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돌파구가 필요하고 이것이 AI라고 봅니다. 회사의 다음 경쟁력이 AI가 될 수 있으면 좋겠고, AI를 통해서 기술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AI는 도구입니다. AI 기술이 게임에 도입되면 게임 안에서 이미 구현된 다양한 기능들이 더욱 재미있게 돌아갈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추구 새로운 콘텐츠가 더욱 발전한 기술의 AI를 게임 속에 넣는 것도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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