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게임 캐릭터 사업, 진짜인가? 착시효과인가?
웹툰, 애니메이션 등 다른 분야 콘텐츠들의 게임화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와 반대로 게임 IP를 활용한 캐릭터 산업도 게임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요새 화제가 되고 있는 제품들은 카카오 프렌즈나 라인 프렌즈 처럼 게임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사용되는 캐릭터들의 2차 상품화가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게임으로만 존재하던 캐릭터들이다.
게다가 이전처럼 이벤트 형식으로 잠깐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공식 스토어를 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미 공식 스토어를 몇 년째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블리자드나 라이엇게임즈 같은 해외 회사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이지만, 팬들을 위한 선물 개념에 가까웠던 게임 캐릭터 상품들이 가치를 인정받아 정식 제품으로 출시되고, 성황리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다.
모바일 게임 왕국 넷마블게임즈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떠오른 세븐나이츠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답게 아트북에 이어, 캐릭터 인형, 콜렉션 카드까지 등장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일러스트를 한데 모은 아트북은 판매 첫날 교보문고에서 일간 베스트 부분 1위를 차지하고 지금까지 한정판, 일반판 포함 2만권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또한, 세븐나이츠 인기 캐릭터 7종으로 구성된 피규어 세트도 1천개 한정으로 판매된 초기 물량은 매진됐고, 추가 판매를 계획 중이며, 세븐나이츠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세븐나이츠 트레이딩 카드 게임 상품도 최근 발매됐다.
엔씨소프트를 대표하는 MMORPG 리니지 캐릭터로 만든 피규어 상품도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리니지 17주년을 맞아 엔씨소프트와 1300K가 손을 잡고 만든 리니지 마법인형 피규어는 게임 속에서 사냥을 도와주는 보조 캐릭터인 마법 인형 캐릭터들을 피규어로 만든 것으로, 1차분 15만5000여개에 이어 2차분 25만개도 매진돼, 3차 판매를 준비 중이다.
관련 물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스토어를 운영하는 게임사도 생기고 있다. 애니팡 브랜드를 성공시킨 선데이토즈는 애니팡 캐릭터들을 소재로 만든 상품을 판매하는 애니팡 브랜드 스토어에서 애니팡 캐릭터를 소재로 만든 다양한 상품을 판매중이며, 쿠키런으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도 쿠키런몰이라는 쇼핑몰에서 쿠키런 상품을 판매 중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작년에 롯데백화점과 함께 쿠키런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했으며, 캐릭터 상품 판매로 18억이라는 의미있는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다양한 IP로 유명한 넥슨 역시 이전부터 꾸준히 자사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강남에 메이플스토리 1, 2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판교 현대백화점에 마비노기 영웅전 브랜드샵을 한시적으로 운영해 상품 전량이 매진되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게임사들이 자사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고, 판매량도 긍정적이지만,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게임 캐릭터 상품이 시장에서 자리잡았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게임 캐릭터 상품 자체의 가치 때문에 높은 판매량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패키지로 포함된 게임 아이템이 주력 상품이고, 캐릭터 상품은 구색맞추기인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넷마블게임즈가 판매한 세븐나이츠 아트북의 경우 아트북을 구매해야만 얻을 수 있는 노호라는 캐릭터가 화제가 돼 노호 캐릭터는 사용하고, 아트북은 중고로 판매하는 이들이 많았으며, 40만개라는 놀라운 판매량을 보인 리니지 마법인형 피규어도 같이 포함된 게임 아이템 쿠폰은 사용하고, 피규어를 판매한다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이런 이들 때문에 상품이 금방 매진돼 쿠폰과 상관없이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고 싶었던 사람들은 상품을 구할 수 없어 불만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캐릭터 상품이 마음에 들어 구입하고 싶어도 같이 포함된 쿠폰 때문에 상품의 가격이 높게 책정돼 부담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캐릭터 상품 사업이 더욱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캐릭터 상품 자체만으로도 구입할 가치가 있다고 느껴질 수 있도록 상품의 퀄리티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판매량을 올리려고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아이템을 같이 팔거나, 게임의 명성만 믿고 질이 낮은 상품들을 무분별하게 판매한다면 게임을 열성적으로 즐기고 있는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그로 인해 게임의 인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