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콘텐츠인가, 게임방송의 빛과 그림자

[게임동아 김원회 기자] 개인의 취미활동에서 출발한 게임방송이 어느새 하나의 시장을 형성할 만큼 규모가 커지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엉클대도, 샌드박스 네트워크 등 게임방송을 활용한 사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OGN의 게임방송 예능 프로그램 '켠김에 왕까지'는 200회 이상 방영되는 등 게임방송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지난 5월 3일 게임방송을 포함한 1인 미디어 콘텐츠, 이른바 다중 채널 네트워크(이하 MCN) 산업 활성화를 표방한 미래창조과학부와 관계 업체의 협력협약을 통해서도 게임방송에 대해 달라진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 엉클대도의 대표 '대도서관'(본명 나승현)이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6'(이하 'NDC 2016') 강연을 맡고, 샌드박스 네트워크의 창립자 '도티'(본명 나희선)가 구글플레이 관계자 및 게임사 대표들과 함께 인디게임 심사위원 자격을 얻는 등 게임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중이다.

서든어택 bj 올스타
방송
서든어택 bj 올스타 방송

아울러 게임업계도 게임방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온라인게임 '리니지2', '파이널판타지14', '서든어택'처럼 서비스 주체가 홍보를 위해 게임방송을 진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는 게이머들의 게임방송 활동을 돕기 위해 플레이스테이션4에 방송 기능을 선보였다.

게임방송 등 MCN의 성장은 국내만의 이상현상이 아니다. 약 250만 명이 유튜브 이용자가 1인 게임방송으로 유명한 '앵그리죠'의 채널을 구독 중이고, 게임 전문 MCN업체 머시니마는 지난 2014년 워너브로스로부터 약 2,400만 달러 자금을 유치했다. 게임방송 진행자들은 '유튜브 스타'라 불리며 예능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마존이 약 9억7천만 달러에 인수한 인터넷 개인 방송 업체 트위치도 게임방송을 통해 커졌다.

ndc2016대도서관06
ndc2016대도서관06

이와 함께 게임 플레이 중 초반 학습이나 시행착오 단계를 기피하는 게이머가 늘어나면서 대체 급부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대도서관' 방송의 전체 시청자 중 74.2%가 18세에서 32세 사이의 연령층으로, 2014 게임백서에서 가장 게임 이용에 적극적인 연령대가 포함된 점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 게임방송 시장은 게임 개발사 앞에 설 자리가 좁은 것이 현실이다. 저작권, 수익 배분 등 민감한 주제에 확실히 선을 긋지 않아 회색 지대에 불과하단 평가도 존재한다.

먼저, 게임방송에 쓰이는 게임에 대한 저작권 침해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다. 게임에 대한 저작권은 엄연히 개발사에 있으며, 해당 저작물을 상호 합의 없이 영리 목적으로 방송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개인 이용자의 게임방송조차 저작권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한국게임법학회의 최승수 회장은 지난 2월 '제1차 게임문화포럼' 강연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NDC 2016'에서 엉클대도의 나승현 대표가 게임방송을 주제로 발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게임방송에 대한 논란이 불 붙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게임 개발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 방송 진행자가 저작권 침해 행위로 유명해져서 게임 개발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점이 주요 비판 이유였다.

NDC2016대도서관05
NDC2016대도서관05

'대도서관'은 'NDC 2016' 강연 중 게임방송이 게임 홍보에 많은 도움을 주면서 저작권에 민감한 일본 게임사조차 우호적인 시선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최승수 회장을 비롯한 법률 전문가들은 우호적인 태도와 별개로 게임사가 원한다면 해당 영상을 내리거나 방송을 금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게임방송으로 벌어들인 수익 구조도 게임방송 시장의 고질적인 비판 대상이다. 현재 국내 게임방송은 시청자가 게임 진행자에게 제공하는 후원금이나 광고 시청을 통해 수익이 발생해 게임 개발사들의 기존 수익 구조와 다른 양상을 띤다.

문제는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수익이 게임 개발사에게 전달되지 않아 게임방송이 게임업계에 기생한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게임 개발사가 주관하는 게임방송만이 해당 문제에 비껴갈 뿐 이에 대해 구체적인 개선안을 내놓는 업체 혹은 진행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아프리카TV 로고
아프리카TV 로고

최근에는 게임방송 진행자의 자질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게임방송 진행자들이 각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지난 4월 12일 PD 수첩에서 '1인 인터넷방송의 늪'이란 제목으로 공중파에 소개되기도 했다. 게임방송의 시청률을 위해 자행된 각종 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과거 방송 내용에 대해 사과한 '대도서관'을 비롯해 일부 게임방송 진행자들이 불법으로 게임을 구해 방송에 사용한 사례들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게임방송을 비롯한 MCN은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규제 사각지대로, 자정작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혐오 표현이나 욕설을 한 게임방송 진행자에 대해 제재를 내리면서 게임방송에 시선을 돌리는 상황. 해외 MCN 업체들도 다수의 인원 관리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등 게임방송 진행자의 부적절한 언행은 관계자 및 MCN 업체들의 큰 숙제로 남았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게임방송은 시청자들의 수요에 부합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긍정적인 요소 뒤에 해결하지 못한 각종 폐해가 남아있다"라며, "게임업계와 게임방송 진행 측 모두가 건전한 게임방송 시장 형성을 위해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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