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지배했던 앵그리버드의 몰락, 그리고 부활의 날개짓
[게임동아 김남규 기자] 한 때 스마트폰 게임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던 로비오의 앵그리버드가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한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앵그리버드 더 무비는 화가 나면 참지 못하는 분노새 레드와 생각보다 말과 행동이 앞서는 깐족새 척, 욱하면 폭발해버리는 폭탄새 밤 등 앵그리버드 인기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으로, 로비오와 소니 픽처스 이미지워크스가 제작을 하고, 콜롬비아 픽처스가 배급을 맡았다. 국내 버전은 인기 개그맨 신동엽이 주인공 척 목소리를 맡아 더욱 관심을 모으는 중이다.
물론, 원소스멀티유즈가 일반화된 지금 시기에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등장하는 것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정점을 찍었다가 급속도로 몰락하는 스타트업 원히트원더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될 만큼 위기에 몰린 로비오가 재도약을 위해 사력을 다해 준비한 작품이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가 성공을 거두면서 IP의 가치가 더욱 상승한 툼레이더가 될 것인지, 시리즈 뿐만 아니라 회사까지 휘청거리게 만든 파이널 판타지가 될 것인지 오는 19일에 결판이 난다는 얘기다.
지금이야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유명한 슈퍼셀이나, 캔디크러시사가 시리즈를 성공시킨 킹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 모바일 게임으로 전세계를 휩쓴 것은 로비오가 먼저다. 로비오가 만든 앵그리버드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잡아 당겼다가 쏘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터치 방식의 간단한 조작을 앞세워 스마트폰 초창기 시절을 지배했다.
로비오는 앵그리버드의 성공에 힘입어 앵그리버드 시즌스, 앵그리버드 리오, 앵그리버드 스페이스, 앵그리버드 스타워즈 등 수많은 후속작들을 선보였으며, 게임에만 머무르지 않고, 테마파크, 캐릭터 상품, 애니메이션 등으로 빠르게 사업영역을 넓히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0년에 약 100억원이었던 매출이 2011년에는 약 1200억원, 2012년에는 약 2100억으로 매출이 급상승했으며, 직원 수도 12명에서 800여명까지 증가했다. 그 당시 로비오는 몰락하고 있는 노키아를 대신한 핀란드의 희망. 전세계 스타트업들의 목표였다.
하지만, 2013년 이후 로비오는 급속도로 몰락하기 시작했다. 앵그리버드 캐릭터의 힘을 믿고 사업 영역을 넓히고, 직원수를 늘렸지만, 앵그리버드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 새로운 사업은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으며, 앵그리버드 리오, 앵그리버드 스페이스, 앵그리버드 스텔라 등 이후에 선보인 후속작들이 전작들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식상한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게임사들은 부분유료화로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 부분유료화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가진 게임들을 내놓았지만, 그들은 앵그리버드의 성공방식에 취해 챕터 판매 방식을 고수하다가 시대에 뒤쳐진 게임사가 됐다. 슈퍼셀, 킹 등 경쟁사들은 전세계적인 흐름이 된 부분유료화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부분유료화에 최적화된 게임들을 선보여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결국, 로비오는 2015년 CEO 교체와 더불어 200명이 넘는 인원을 감원했으며, 신규 사업을 대부분 정리하고, 게임과 미디어 콘텐츠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특히, 회사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은 앵그리버드 더 무비가 곧 개봉하는 만큼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앵그리버드 열풍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이다.
영화 개봉이 너무 늦은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긴 하나, 로비오가 그동안의 실패 요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시장의 흐름에 맞게 변화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2015년 출시된 앵그리버드2에 부분유료화 모델을 적용하고, 게임 내 광고도 도입하는 등 수익모델 다각화를 위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NHN스튜디오629와 조이시티 등 부분유료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여러 개발사들과 제휴를 진행해 앵그리버드 IP에 새로움을 더하는 것도 준비 중이다. 라인 프렌즈와 카카오프렌즈가 증명했듯이 여러 개발사들이 자신들만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미하면 앵그리버드의 또다른 매력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로비오는 앵그리버드 더 무비의 개봉에 맞춰 핀볼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새로운 개념의 신작 앵그리버드 액션을 선보였으며, 여러 회사들과 제휴를 통해 앵그리버드 레고, 여성용 화장품인 앵그리버드 청순거짓 브로우 젤틴트, 미아방지용 제품 앵그리버드 스마트밴드, 농심 사발면 앵그리버드 한정판 등을 선보이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과연, 이번 영화를 계기로 화난새가 불사조처럼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