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덕용으로 최고!' 그녀들의 목소리에 빠져든다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 X'

게임명: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개발사: 세가 게임즈
유통사: 세가 퍼블리싱 코리아
사용기기: 플레이스테이션4(PS4)
필자명: 구석지기

필자가 처음 하츠네 미쿠 시리즈를 접한 건 2010년 초반이었다. 당시 리듬 게임에는 큰 관심이 없던 탓에 아, 이런 것이 있구나 싶은 정도로 그냥 지나갔다. 극찬을 아끼지 않던 누군가(?)의 열폭이 있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걸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LG의 독특한 컨셉 스마트폰 'G5' 홍보 영상. 필자을 넋을 놓게 만든 그 영상은 한결 같은 얼굴의 제이슨 스타덤의 얼굴도 아니고 뭔가 난리법석이던 상황도 아니었다. 묘하게 중독성 있게 빠져드는 배경 음악에 있었다. 독특하고 귀여운 목소리, 그리고 강한 중독성.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이것이 필자가 이번에 나온 게임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를 해보게 되는 이유였다. 물론 파 돌리기 댄스나 일명 '파 돌리기 송'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왠지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리뷰 쓰면서 무한대로 파 돌리기 송을 듣고 있다. (리뷰가 과하게 긍정적으로 나오면 파 돌리기 송 탓으로 생각하자)

하츠네 미쿠는 21세기 일본 서브컬처에서 가장 성공한 캐릭터이자 '보컬로이드' 문화의 대표적 상징이기도 하다. 일본의 크립톤 퓨처 미디어 사가 개발한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 보컬로이드2를 사용한 음원이자 캐릭터 보컬 시리즈 1번 이미지 캐릭터다. 발매 일은 2007년 8월 31일이다.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그녀의 인기는 초반 다소 밋밋하다는 평가였지만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수요가 증가하면서 출시 반년 만에 3만장이 팔리는 기염을 토한다. 이 엄청난 성과는 세가와 도요타 스폰서라는 전례가 없는 결과로 연결이 됐다. 그리고 세가는 하츠네 미쿠를 활용한 게임을 선보인다.

이렇게 시작된 하츠네 미쿠 게임 시리즈는 벌써 8주년이 됐다. 워낙 다양한 시리즈가 나왔기 때문에 이를 전부 정리 하다보면 리뷰는 쓰지도 못할지도 몰라 기존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는 넘어가도록 하겠다. 어쨌든 이중 리듬 게임으로 알려진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이 최신작이 이번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프로젝트 디바X는 시리즈 열 번째 작품을 의미하고 있다. 기존에 나온 F 시리즈와는 완전히 컨셉도 다르고 음원들도 다른다. X 시리즈를 쉽게 구분하면 라이브 공연을 중심으로 하는 컨셉을 띄고 있고 F는 노래 내용을 중심으로 한 화려하고 다양한 연출을 중점에 둔다.

그래서 팬들 사이에서도 시리즈에 대해 호불호가 갈린다. 이번 신작의 경우는 2016년 3월24일 국내에서 정식 출시된 비타용을 PS4로 리마스터링 한 버전으로 보면 된다. 신곡이나 일부 콘텐츠도 확장 됐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존 비타 버전과 큰 차이는 없다.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이번 게임의 컨셉은 라이브를 프로듀서 하는 것에 있다. 기존에 없던 '라이브 퀘스트 모드'라는 신규 요소가 존재한다. 이 모드는 미쿠를 비롯해 다수의 보컬로이드 캐릭터들과 대화 이벤트를 즐기며 5개의 영역을 노래의 힘으로 채우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스토리 모드와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게이머는 미쿠와 대화하고 다양한 선택을 도와 5개의 영역을 모두 완료하면 된다. 그리고 완료 방식도 차이가 있다. 기존에는 게이지를 모두 소비하지 않으면 완료였으나 이번에는 '볼티지' 게이지를 높여 목표치를 채워야 완료되는 방식이다.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그래서 노래를 완수하더라도 볼티지 수치가 만족이 되지 않으면 영역에 노래의 힘이 채워지지 않는다. 첫 번째 영역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게이머가 직접 선택해 진행한다. 큐트, 쿨 등 5개의 영역으로 나눠지고 한 개의 영역을 완료하면 다음 영역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이 모드의 재미있는 점은 음원 공략을 위해 다양한 복장, 악세서리, 모듈 등을 선택해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리듬 게임에 약하더라도 어느 정도 플레이를 반복하고 아이템을 모으면 자연스럽게 조금 플레이를 못해도 아이템의 지원을 통해 퀘스트를 해결할 수 있다.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특히 모듈은 상점에서 구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라이브 퀘스트 플레이 도중 나오는 '찬스 타임' 조건을 완료하면 무작위로 획득되는 방식을 띄고 있다. 그래서 낮은 난이도의 게임 플레이를 반복해도 어느 정도 이상의 모듈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특정 음원에서는 '러시 노트'라는 독특한 요소가 추가됐다. 리듬 게임에서 노트를 연타하는 방식인데 크게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필요에 따라서는 궁극의 연타로 볼티지 수치를 높일 수 있어 이 순간만큼은 고전 게임 '올림픽'을 즐기듯 패드가 부서져라 연타하면 좋다.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진행되는 동안 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고 미쿠나 보컬로이드 캐릭터들에게 선물을 하는 것에 따라 특별한 이벤트를 만날 수 있다. 아마 하츠네 미쿠 시리즈를 여러 콘텐츠로 접하는 게이머들에게는 매우 재미있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기존 방식은 '프리 모드'에서 즐길 수 있다. 프리 플레이는 라이브 퀘스트 모드에서 완료하면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고 DLC로 구매한 음원은 곧 바로 플레이 해볼 수 있다. 여기서는 복장이나 요소 등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취향을 반영해 높은 점수 기록을 내는 걸 목표로 한다.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모듈이나 복장 등의 아이템은 무려 300개가 넘으며 DLC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숫자의 아이템이 등장한다. 스테이지는 30개이고 음원에 맞춘 다양한 안무와 연출 등이 더해져 자신의 스타일이나 취향에 맞춰 멋진 음악과 무대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많다. 8주년 기념작이고 열 번째 시리즈이자, PS4로 나온 첫 번째 작품인데 기존 게이머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단점들이 많이 보인다. 일단 이 단점들은 초보나 시리즈를 처음 접한 게이머가 아닌 마니아 층의 입장에서 정리해 봤다.

우선 곡 수가 적다. 총 24곡에 메들리 6곡이 전부이다. 이는 라이브 퀘스트 임무 수랑 똑같다. 그래서 막상 즐기다 보면 기대보다 너무 부족한 곡 수에 실망을 금치 못하게 된다. 이 말은 곧 라이브 퀘스트 모드를 클리어 하게 되면 파고 들 요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그리고 라이브 무대 연출 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음원을 독특한 스타일로 해석한 뮤직 비디오 연출이나 서사적 연출을 선호하는 게이머들에게는 매력적이지 못하다. 라이브 퀘스트 모드 자체의 난이도가 쉬움, 보통으로 제한돼 있어 마니아들이라면 억지로 플레이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특히 라이브 퀘스트 모드가 아니면 모듈을 얻을 수 없고 자신이 얻고 싶은 모듈을 가지기 위해서는 흔히 말하는 반복 플레이를 해야 한다. 어느 정도 플레이만을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던 기존 시리즈의 방식과 다르다 보니 마니아들에게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아이템 역시 무작위다 보니 임무나 관계도 개선을 위해 아이템이 필요한데 그걸 얻지 못해 임무를 실패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물론 임무가 거창한 것은 아니고 실패해도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버그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무작위 개념의 아이템을 그렇게 쓰는 건 아니지 않나 싶다.

그러나 시리즈를 처음 접하거나 초보 게이머에게는 꽤나 나은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선곡들도 귀에 잘 들어오는 개성 넘치는 곡들로 돼 있고 신곡들 위주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헷갈리는 요소 중 하나였던 '링크 노트'가 사라진 점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X 스크린샷

여기에 모듈 수가 풍성하고 여기에 DLC와 고화질 그래픽, 다양한 볼거리, 이벤트로 채워져 있다는 걸 생각하면 완전히 나쁜 형태의 게임이라고 보긴 어렵다. 마니아들에게는 아쉬운 게임일 수밖에 없지만 '입덕'용으로는 최고가 아닌가 싶다.

여기에 한글화까지 진행됐다면 더할 것 없이 즐길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그 부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만약 필자처럼 입덕의 자세로 미쿠 시리즈를 접하고 싶다면 이번 프로젝트 디바X는 나쁘지 않다. 완벽한 선택까지는 아니어도 입문용으로는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참고로 게임 내 설정에서 튜토리얼 모드에 들어가면 파 돌리기 송을 만날 수 있다. 이 방법 외는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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