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가 함께 하는 NBA2K17, 안방에서 NBA를 즐기는 최고의 선택
축구에 피파가 있다면, 야구에 더쇼가 있고, 그리고 농구는 NBA2K가 있다.
안방에서 NBA를 대리만족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 NBA2K 시리즈의 최신작 NBA2K17이 발매됐다.
NBA 2K 시리즈는 피파, 더쇼와 더불어 사실상 대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독보적인 완성도를 자랑하는 게임이다. 사실 EA의 NBA 라이브 시리즈가 먼저였고, 대부분의 농구 게임 팬들이 NBA 라이브 시리즈로 농구 게임의 세계에 입문했지만, 이제는 경쟁작이라고 부르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수준 차이가 나서 NBA2K 시리즈로 대동단결된 상황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코비 브라이언트가 함께 하는 게임이며, 시리즈 최초로 원조 드림팀이 등장해서 마이클 조던 등 레전드 선수들이 총 출동했던 2K12 버전만큼이나 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참고로 코비는 레전드 에디션과 코비 브라이언트 레전드 에디션의 표지 모델이며, 스탠다드 에디션의 표지 모델은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대표 선수인 폴 조지다).
스포츠 게임은 실제 스포츠의 경기 장면을 똑같이 재현하는 것이 최선이며, 매년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신작이 발매되기 때문에 다른 장르처럼 눈에 확 띄는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쉽지 않다. 대부분 선수 로스터 이외의 변화를 발견하기 쉽지 않으니 매년 새로운 버전을 구입하는 것이 망설여질 때가 많다는 얘기다. 메이저리그를 즐기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칭송 받았던 더쇼도 매년 로스터 외에는 변화를 찾을 수가 없다고 욕을 먹고 있을 정도다.
솔직히 덩크 한번 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로 사실성을 강조한 2K 시리즈보다는 많이 과장되고 호쾌한 덩크를 즐길 수 있는 NBA 라이브 시리즈를 선호했던 필자는 한글화 기념으로 구입한 2K14 이후 새로운 버전을 구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농구에 대한 관심이 살짝 식기도 했고, 로스터 외에는 그리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버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NBA2K 시리즈를 다시 구입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코비 브라이언트, 팀 던컨, 케빈 가넷, 폴 피어스 등 NBA의 전설로 기억될 많은 선수들이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예전에 즐거웠던 추억이 다시 떠올랐으며, 새로운 전설로 떠오른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테판 커리의 이번 시즌 하이라이트 영상을 봤기 때문이다. 현재 NBA의 황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르브론 제임스의 하이라이트 영상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전율을 느꼈다.
오랜만에 2K17을 플레이하면서 맨 처음 든 생각은 게임이 많이 친절해졌다는 것이다. 신작이 나올 때마다 조작법이 미묘하게 달라져 헷갈리게 하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번 작품은 인스톨 되는 것을 기다리는 도중에 경기를 즐길 수 있으며, 경기 중에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관련된 커맨드를 안내하는 튜토리얼이 나와서 자연스럽게 조작법을 익히도록 배려했다. 튜토리얼 메뉴를 일부러 찾아가서 기술을 하나씩 골라 연습해야 했던 과거에는 느낄 수 없었던 친절함이다. 이것으로도 부족함을 느낀다면 튜토리얼 모드인 2KU에서 본격적으로 연습을 할 수 있다.
인스톨이 모두 완료되면 이전보다 훨씬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변한 메뉴를 통해서 원하는 모드를 골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시즌을 시작하기 전 감을 잡기 위해 연습 경기를 선택해보니 이번 작품의 특징 중 하나인 드림팀 멤버가 눈에 들어왔다. 원조 드림팀이라고 할 수 있는 92년, 그리고 가장 화려했던 95~96 시즌의 시카고 불스 처럼 레전드 팀을 고를 수 있어서 꿈에 그리던 전설의 대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덤으로 해설자로 등장하는 샤킬 오닐의 어색한 모습도.
실제 경기를 시작하면 예전보다 많이 쉬워진 느낌을 받게 된다. 이전에는 사실성을 너무 중시 여기다 보니 덩크 한번 시도 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NBA LIVE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이전보다는 경기 흐름이 빨라졌고, 편해졌다. 선수 발 밑에 슛 게이지가 표시되기 때문에 각 선수의 슛 폼을 보면서 타이밍을 맞춰야 했던 이전보다 성공확률이 높아졌으며, 스틸, 블록슛도 이전보다 훨씬 잘 되는 편이다. 특히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의 동작도 꽤나 자연스러워서 스틸, 혹은 블록슛을 성공시켰을 때의 쾌감이 더욱 크다(하지만 덩크는 여전히 밋밋하다).
다만, 그래픽 부분에서는 다소 실망감이 느껴지는 편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전보다 반짝반짝 하는 느낌이 줄어든 것이지만 이것은 오히려 부담스럽지 않아 괜찮게 느껴지는데, 그보다 선수들의 체형이 너무 어색해서 자꾸 거슬린다. NBA에서 거친 몸싸움을 벌이면서 근육을 발달시킨 선수들의 팔이 일반인보다 가늘게 느껴지는게 말이 되는가! 실제 플레이 장면은 이전보다 동작이 더 자연스러워져서 눈이 호강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지만, 골은 넣고 난 뒤 선수들의 클로즈업 장면이 나오면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가는 팔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NBA 2K 시리즈의 핵심 모드 중 하나인 마이 커리어 모드는 스파이크 리 감독을 기용했던 전작과 마찬가지로 스토리를 신경 써서 만들었다. 마이 커리어 모드를 시작하면 자신의 취향대로 선수를 만들고 나서 스토리 영상이 나오는데, 판타스틱4, 크리드 등의 영화에 출현했던 마이클 B. 조던이 플레이어의 친구이자 조언자로 등장해 완성도를 높였다. 실제로 마이 커리어를 즐겨보면 확실히 예전보다 경기 수도 늘어났고, 스토리도 꽤 인상적이다. 예전보다 선수 커스터마이징도 다양해 졌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다. 포지션 별로 한계 능력치가 존재해서 르브론 제임스 처럼 경기를 지배하는 올라운드 스타 플레이어를 만들 수 없으며, 경기 사이 사이에 스토리 관련 영상이 나오는데 스킵을 할 수 없어서 무조건 봐야 한다. 2K14처럼 한글화 됐다면 모를까 영어로만 나오는 영상을 멍하니 보고 있어야 하니 마이 커리어 모드를 즐기는 것이 좀 부담스럽다.
이번 버전을 구입하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 된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는 게임에서도 사기다. 하프라인을 넘어서 그냥 던지면 들어가는 말도 안되는 장면을 보면서 “이게 현실이야, 만화야”라고 외쳤었는데, 2K17도 이런 판타지스러운 현실을 잘 재현해서 하프라인 넘어가서 던지면 들어간다. 특히,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커리 외에도 클레이 탐슨, 드레이드먼드 그린 등 3점 슈터가 즐비하기 때문에 레전드 팀과 붙어도 밀리지 않을 만큼 막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인사이드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공을 우겨 넣는 케빈 듀란트가 있다!
오랜 기간 이 시리즈를 플레이하면서 NBA 전문가가 된 사람들이 대부분인 만큼, 이번 작품 역시 초반부터 이전 작품과 비교하면서 이것저것 단점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조차도 다른 게임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방에서 NBA를 가장 완벽하게 즐기고 싶다면, 현재까지는 다른 대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