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필드의 문법으로 풀어낸 1차대전, '배틀필드1'
[게임동아 조광민 기자] EA DICE(이하 다이스)의 유명 FPS 프랜차이즈 시리즈인 '배틀필드'가 돌아왔다. 2차 세계 대전을 다룬 '배틀필드 1942'로 시작해 4편까지 나왔음에도 오히려 이번에는 타이틀의 이름이 '배틀필드1'이다. 1이라는 숫자가 보여주는 것처럼 '배틀필드1'은 이번에 약 100년 전의 이야기인 1차 세계 대전을 게임의 무대로 삼았다.
사실 한 명의 게이머 입장에서 E3나 게임스컴 등을 통해 다양한 영상이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배틀필드1'은 불안과 걱정이 앞섰다. 게임이나 영화 등 순수하게 콘텐츠로서의 입장에서만 봤을 때 1차 세계 대전은 2차 세계 대전을 활용한 작품들에 비해 이름값이나 재미가 심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2차 세계 대전과 달리 1차 세계 대전은 지금으로부터 100년이나 더 먼 과거이다 보니 당시 사용했던 무기들이나 탈 것 등이 2차 세계대전에 비해 수준이 한참 떨어졌고, 원시적이었기 때문에 FPS 게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재미에 대해서 의문점이 많았다. FPS 게임에서 돌격을 담당하는 소총병이 총을 한 발 쏘고 장전하는 전투가 계속해서 이어지면 시원한 전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배틀필드1'이 가진 재미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다이스는 자신들의 강점인 대규모 전장 속에 있는 재미를 1차 세계 대전이라는 주재료를 가지고도 멋지게 완성해냈다.
다이스는 1차 세계 대전의 전투 무기들이 아무래도 구식인 것을 감안해 연구와 고증 등을 거쳐 1차 세계 대전 후기에 등장하는 다양한 무기를 게임 내에 넣었다. 덕분에 게이머들은 연사의 손맛도 느낄 수 있으며, 2차 세계 대전 못지않은 다양한 무기 활용과 무기 개조까지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탈것을 마련해 '배틀필드 시리즈'의 강점을 이어간 것도 인상적이다. 게이머는 구식이긴 하지만 1차 세계 대전 당시에 사용된 탱크나 비행기 등 다양한 탈것에 탑승해 전투를 치를 수 있다. 전투의 향방을 뒤엎을 수 있는 거대 병기인 '베이모스' 등도 마련돼 기존 시리즈 못지 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거대 병기 '베히모스'는 현재 '배틀필드1'에 마련된 각 전장의 형태의 어울리는 전함이나 비행선, 철갑 기차 등으로 등장해 강력한 파괴력을 보여준다.
여기에 돌격병, 의무병, 지원병, 정찰병 등의 기본적인 보병 클래스와 비행기 파일럿, 탱크 조종수, 기병 등의 클래스를 마련했고, 엘리트 클래스도 3종 준비해 게이머들이 다양한 클래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1차 세계 대전이라고 해서 뻔하고 밋밋한 모습의 전투를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1차 세계 대전을 자신들의 문법으로 풀어낸 다이스는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을 극한까지 활용해 그래픽적인 측면에서도 한층 완성도를 높였다. 사막에서 빗발치는 모래바람이 시야를 가리는 모습이나 나무를 피해 햇빛이 떨어지는 숲속의 모습, 폐허가 된 시가, 비행기를 하늘을 날 때 확인할 수 있는 아름다운 배경들은 높은 만족도를 전해준다.
특히, 기자가 즐긴 PC버전의 경우 게임 내 그래픽 옵션을 최상으로 설정하면 정말 말그대로 전장의 느낌을 그대로 전해줬으며, 낮은 사양의 PC에서 옵션을 최하로 설정해 즐겨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배틀필드1' 플레이가 권장되는 사양에서의 PC라면 그래픽에 대한 고민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최적화 측면에서 완성도가 높다. 적어도 화면에 이른바 찰흙덩어리가 뛰어다니는 일은 없으니 걱정을 덜어도 좋다.
게임 콘텐츠 측면에서도 한 단계 발전했다. 멀티플레이 위주의 게임인 '배틀필드 시리즈'는 64인이 즐기는 거대한 전장의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핵심이었으며, 이번에는 신규 모드인 '오퍼레이션 모드'를 추가해 더욱 실제 전장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공격팀은 주어진 세 번의 기회 내에 수비팀의 구역을 점령해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전투은 거대한 전장을 2개 이상 활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컨퀘스트 모드보다 한층 더 거대한 전투의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점령과 수복이 계속해서 발생해 초보자의 경우 정신없이 캐릭터가 죽어 나가기만 하는 컨퀘스트 모드와 달리 전선을 구축하며 동료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이 확실해 더욱 쉽고 편하게 '배틀필드1'이 가진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점령지에 점령하고 돌격할 때 주변에서 울리는 함성을 듣고 있지만 1차 세계 대전의 중심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오퍼레이션 모드가 추가됐지만, 다른 모드의 재미도 건재하다. '배틀필드 시리즈' 특유의 64인 전투를 즐길 수 있는 컨퀘스트 모드, 팀 데스매치, 러시 모드도 마련됐다. 아울러 일반적인 FPS 게임의 깃발 뺏기 방식을 조금 특별하게 손봐 비둘기를 확보하고 전서구를 날려 승리를 거두는 워 피존 모드도 인상적이다.
멀티플레이에서는 아쉬울 모습이 없을 정도로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여전히 싱글 플레이는 부족하다. 캠페인은 첫 실행 시 등장하는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의 고뇌를 전하는 시나리오 등 총 6개 시나리오가 마련됐으며, 시나리오마다 별도의 주인공이 마련돼 이야기를 전한다. 플레이 시에 보이는 연출이나 재미도 부족하지는 않지만, 싱글 플레이는 즐기는 내내 사실상 게임의 튜토리얼이라는 느낌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싱글 플레이도 과거에 비해 점점 발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 외에도 몇몇 아쉬운 모습이 있다. 시리즈가 등장할 때마다 다양한 버그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배틀필드 시리즈'가 아니랄까 봐 자잘한 버그부터 게임 플레이를 심각하게 방해하는 버그도 존재한다. 물론 버그가 매번 발생하지는 않지만, 플레이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플레이어들에게 스트레스를 전한다는 측면에서 하루빨리 해결돼야 할 것이다. 여기에 PC 버전의 경우 핵 프로그램 사용 의심이 드는 플레이어도 많다.
그리고 가장 아쉬운 부분은 한국어의 미지원이다. EA 게임들이 연달아 발매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어 지원은 계속해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배틀필드1'도 마찬가지다. 멀티 플레이 중심의 게임이지만, 설정할 것도 많고 커스터마이징 할 것도 많은 게임의 특징상 한국어를 지원했다면 한층 더 나았을 것이다. 여기에 스토리도 조금은 더 신경쓴 캠페인 모드의 시나리오도 한국어가 제공됐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 본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배틀필드1'은 그동안 게임 개발사들이 쉽게 시도하지 못한 1차 세계 대전을 '배틀필드 시리즈'가 가진 문법을 활용해 제대로 표현했다. '배틀필드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며, 즐기지 않았던 게이머들이라고 해도 오퍼레이션 모드라는 새로운 모드의 등장으로 입문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다만, 한국어의 부재와 몇몇 버그들 그리고 출시 전부터 판매하고 있는 시즌패스의 가격 등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