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은 잊고 나와 함께 해킹하지 않을래? '와치독2'
게임명: 와치독2
개발사: 유비소프트 몬트리올
유통사: 인트라게임즈
사용기기: PC
필자명: 구석지기
2012년과 2013년 각각 E3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혔으나 '다운 그레이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면서 유비소프트 자체에 대한 이미지를 한 순간에 나락으로 보낸 게임이 있다. 게이머들이 잘 알고 있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 '와치독'(WATCH DOGS)이다.
2014년 5월 출시된 이 게임은 첫 공개 시에 보여진 엄청난 그래픽과 연출로 인해 언론과 게이머들의 기대를 샀으나 예상했던 수준의 절반도 미치지 못한 콘텐츠와 부실한 조작, 퍼즐 위주로 실제 사용 효과가 미비한 해킹 요소 등으로 혹평을 받았다.
당시 심리적 요소인 '악명 시스템'이나 '히트' 라는 수배자 시스템 등은 게이머의 활약 여부에 따라 NPC들의 반응이 변하는 것으로 거창하게 표현됐으나 실제로는 그다지 게임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이름만 있는 시스템으로 전략해버렸다.
그래픽 다운 그레이드는 설명할 필요가 없는 끔찍한 결과였다. 고화질 해상도로 즐길 수 있는 PC 버전에서도 엉성하게 보였던 게임 속 배경과 캐릭터들은 “이럴려고 내가 시즌패스까지 한 번에 예약 구매했나 자괴감 들고 괴롭다”라고 외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2016년 11월 출시된 '와치독2'에 대해서도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당시 유비소프트 몬트리올의 많은 개발자들이 게이머 및 언론의 혹평에 대해 귀를 열고 반응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와치독2는 전작이 가졌던 수많은 단점들을 최소화 하면서 해킹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활용해 색다른 재미를 내는 게임이 됐다. 게임의 분위기는 밝아졌고 독특한 캐릭터들이 모여 도시를 장악에 나선 블룸(BLUME)사 ctOS에 대항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야기는 전작에서 더욱 발전된 현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작의 악당 기업인 블룸은 더욱 성장해 시카고를 넘어 전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여론 조작과 사람들의 개인 정보 유출 및 활용, 그리고 신 무기 제작 등 많은 불법적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상태다.
게이머는 이에 대응하는 해커 그룹 '데드섹'(DedSec)의 구성원이 돼 ctOS 2.0과 블룸사의 야욕을 꺾어야 한다. 전작에서 주인공을 돕던 데드섹은 신작에서는 주인공이 직접 들어가 활약하는 조직이 됐으며, 정부의 정책에 대항하고 반항하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블룸 외에도 다양한 사기업이 등장한다. 소셜 서비스 '인바이트'(!NVITE)와 항공우주 전문 기업 '갈릴레이'(GALLILEI), 검색어 시스템 누들(nudle), 로봇 공학 업체 '타이디스', 스마트 홈케어 서비스 '홈 일렉트로닉스'(Haum Electronics) 등이다.
이 업체들은 블룸과 연합하거나 이를 활용해 시민들을 선동하고 그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모든 업체가 마지막까지 나쁘지는 않지만 시민들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득을 취득하고 있다. 이 역시 데드섹이 처리해야 할 목록이라고 할 수 있다.
데드섹에 대항하는 그룹들도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유비소프트의 많은 게임에 영향을 주고 있는 세계적 악당 기업 '앱스테르고'(Abstergo)와 해커들을 잡고 회유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FBI, 중국계 갱간 '언티 슈 보이즈', 러시아 세력인 '브라츠바', 미국 폭주족 '라그나로크의 자손들' 교도소 갱단 조직 '테즈카스', 전작에서 데드섹을 제거하기 위해 투입된 '유메나이-줄루 경비회사', 그리고 데드섹과 비슷하지만 목적이 다른 '프라임 에이트' 등이 나온다.
덕분에 와치독2는 모든 업체 및 대항마들과 전부 싸울 경우 50~60시간 이상의 플레이 타임을 요구한다. 물론 주요 임무만 하면 10~20시간이면 엔딩을 볼 수 있다.
전작보다 해킹 기능 자체는 간단해졌지만 사용 범위나 환경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간편하게 버튼 한 두 개로 처리할 수 있게 했으며, 함정 모드나 즉시 폭발, 관심 끌기 등 다양한 형태로 사용 가능해 전략적인 측면이 늘었다.
특히 차량 추적 부분에서 해킹 요소는 매우 편리해졌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경찰 차량 5~6대는 그냥 뿌리칠 수 있다. 해킹 기능에 따라 자신을 추격하는 헬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따라 오는 차량을 강제로 조작해 세워버리거나 좌우 측으로 핸들을 돌려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새롭게 추가된 드론과 RC카 점퍼는 꽤나 재미있다. 어쩌면 이 부분이 기존의 다른 오픈 월드 게임과 와치독2의 차별화된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 동안 시야의 제한으로 인해 주인공이 어느 정도까지 외부에 노출되어야 해킹 기능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와치독2에서는 드론과 RC카를 활용해 광범위한 해킹이 가능하다. 공중에서 전투 중인 적들을 찾아 폭탄을 터지게 하거나 가스관, 신호등, 맨홀, 배전함 등을 오동작 일으키게 할 수 있다. 멀리에 있는 지게차나 자동차 등도 손쉽게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게임에 익숙해지는 중, 후반에는 드론과 RC카를 활용해 자신이 침투할 임무 지역을 초토화 시킨 후 여유 있게 들어가서 잔당을 제압하는 것도 가능하다. 교통이 혼합할 때 경찰차 하나를 조작해 연쇄 추돌을 일으키며 경찰과 민간인이 싸우는 멋진 장면도 나온다.
이 해킹 기능을 사용하는 주인공의 스마트폰은 전작의 기능에 추가적인 다양한 요소가 나왔다. 특정 앱을 깐 후 암살자를 불러 누군가를 죽이거나 경찰과 갱단의 싸움을 붙일 수도 있다. 다양한 앱들을 설치하면 부수적으로 즐길 수 있는 요소나 수집 요소 등이 추가되기도 한다.
그리고 전작처럼 주요 무기를 구입하거나 적을 제압해 획득하는 형태를 넘어서 기지에 있는 3D 프린터를 활용해 무기를 제작하게 됐다. 무기 제작 부분은 매우 다양한 형태는 아니지만 초반 RC카와 드론 생산, 그리고 썬더볼과 스턴건 등 비살상 형태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성능이 좋은 무기들은 경찰이나 갱단과의 전투에서 획득해야 한다. 감전된 적은 무기를 떨어뜨리지 않기 때문에 감전 시킨 후 차량이나 주변 장애물로 제거해서 획득하는 방식을 써야 한다. 이렇게 보면 무기를 얻기 어려울 것 같지만 중, 후반에는 정말 쉽게 구해진다.
임무는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요 임무와 블룸에 기생하는 업체들을 혼내줄 수 있는 부가 임무, 그리고 온라인 기능으로 즐길 수 있는 협동, PvP 등을 게이머가 직접 선택해 진행하면 된다.
한 개의 임무는 여러 차례 단계로 나눠 진행되며 주요 임무의 경우는 큰 하나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임무 형태가 많다. 임무들은 모두 꽤나 자유도가 높게 설정돼 있어서 의뢰인을 기절 시키거나 하지 말아야 할 행동만 아니면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특히 갱단 제압 시에는 경찰을 불러 처리하거나 각종 차량 등을 공간에 해킹에서 넣은 후 연쇄 폭발 시키는 방식 등도 가능하다. 주요 임무의 경우는 공간 및 주변 사물이 한계가 있어 이런 방식은 어렵지만 잠입 또는 전면전 등의 방식을 직접 선택해 진행하는 건 된다.
해킹 쪽이 워낙 강력하다 보니 일반적인 전투 상황은 쉽지 않다. 보통 난이도에서도 주인공의 체력이 상당히 약해 어느 정도 공격 받으면 그냥 사망한다. 차량을 타고 도주 하는 도중에도 총을 맞아 죽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나오기 때문에 전면전 자체는 다소 무리가 있다.
아마 총을 구입하지 못하게 한 점과 전면전 상황에서 오래 버틸 수 없도록 한 부분은 해킹을 활용한 잠입 방식의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함으로 풀이 된다. 잠입 자체를 즐기는 분이나 유비소프트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이 과정은 재미있게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GTA5 같이 화력을 앞세운 시원한 플레이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일반 전투는 어렵고 큰 재미를 느끼기엔 다소 부족해 보인다.
게임 내 있는 수집 요소와 수많은 부가 요소는 최근 스마트폰 시대를 잘 반영한 형태로 구성돼 색다른 재미를 준다. 특정 지역에 가서 셀피를 찍어 공유하면 '팔로워'가 늘어나는 점이나 지역에 숨겨진 다양한 해킹 포인트를 개방해 재료를 모으는 것도 된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등 넓은 지역들을 오고 가며 즐기는 해킹 재미는 너무 좋다. 운전을 하면서 벌어지는 각종 사고들은 자신의 차량으로 만들어내는 사고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 사고 시에 경찰이 와서 애먼 사람을 잡아가는 과정도 신선하다.
전체적으로 와치독2는 다양한 재미 요소를 잘 버무린 게임이다. 심리스 방식의 온라인 기능 등은 다소 귀찮은 상황을 자주 유발하기도 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며 해킹 요소만 찾아 이것저것 하다 보면 주요 임무는 뒷전일 정도다.
여기에 각종 사회 풍자와 현실적인 이야기, 정부와 기업의 빅 브라더화, 개인 정보 유출, 사회 복지의 몰락 등 현실 사회에서 충분히 경험하고 있는 숙제들을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준다. 이상주의자이자 독특한 캐릭터인 주인공 마커스와 데드섹의 구성원들도 하나 같이 매력적이다.
어떻게 보면 전작과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몇몇 퍼즐 구간은 여전히 큰 보상 없이 귀찮기도 하고 보조 임무 중에 계속 등장하는 온라인 습격 등의 요소가 너무 정신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이 과정 자체가 큰 짜증보단 이해가 되는 즐거움이기에 문제는 아닌 듯 싶다.
참고로 돌아다니면서 음악을 수집할 수 있는데 이 기능에서 획득하는 음악이 상당히 좋다. 그리고 해킹 이벤트 중에 등장하는 '한국인'이 있는데.. 그 에피소드는 정말 꼭 한 번 보길 바란다.